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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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의 저자는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이다. 현재 노르웨이에 거주하며 오슬로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졌음에도 매번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한다는 그는 자신이 왜 탈로脫露(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택했는지, 그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미아'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미아가 된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크게 5장으로 분류해 이야기한다. 그중 와닿았던 주제 위주로 정리해본다.

한국, 급級의 사회

한국 사회에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 당연시되어있는 '열공', 열심히 공부해야 '인물'이 된다는 생각에 단순히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다. '열공'밑에 단선적 신분 상승 열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높으신 분'과 '아랫사람'으로 양분된 서열적 사회에서 '알아줄 만한' 신분을 획득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되는듯한 분위기이다.

초등학생들이 서로의 '아파트 평수'부터 확인하며 친구가 되고 '등수'로 아이들을 줄 세우며 그 '순'으로 각자의 학벌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직장의 '급'으로까지 이어져 간다.

반면 저자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공부'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 또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경비 업체에 취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조차 별다른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저자이다. 만인이 공부만 해야 하는 의무도 없고 노동을 존중해 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평생 공부와 관계없는 '일'을 해도 그게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국을 오늘날처럼 부자 나라로 만든 것은 '교수님'들의 그 잘난 '영어 논문'이 아니라 조립 라인에서 나사를 돌리는 노동자들의 손이었습니다. 그런데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고학력 인력이 존중받는 가운데,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저주처럼 들리는 이 괴이한 '학력 우대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굳이 원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까지 마지막 돈을 투자해서 공부를 시키고 유학을 보냅니다.

p.58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열공을 하며 커왔던 대부분의 세대들이 본인을 워킹푸어라고 생각을 한다. 학자금으로 시작된 대출이 직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직장을 다니거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들에겐 타인과 인연을 맺으며 장시간 연애할 에너지와 사색은 사치로 다가온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볼 여유 없이 노동에 시달리며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되어가는 것이다.

"노르웨이에 서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습니다.'

p.142

대부분의 본사가 서울 아니면 수도권에 있다. 그 거래처의 거래처들도, 그곳을 다니는 샐러리맨들이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 업체들도, 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와 학원 등 자연스럽게 서울로 모이게 된다. 권력, 즉 사회적 '힘'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들의 힘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또 이어지고 스카이 학벌을 바탕으로 재벌, 정부 조직, 학계로 이어지니 일률적 직선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출세의 가도'를 이어간다.

'수도권 명문대 편향'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술 행사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진행하고 대중 강의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균형적으로' 진행하여 어떻게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차별 해소가 되어 권력의 분산과 함께 사회의 상당 부분이 평준화되어야 한다. 어느 대학을, 어느 직장을 나오든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며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가난, 사색의 증발, 불안과 가난, 고독의 무게를 감당하며 미아 아닌 미아로 떠도는 지금의 시대를 들여다본 「미아로 산다는 것」, '우리 중에 누가 학벌이 더 좋고 실력이 더 있느냐' 같은 비교 의식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귀가할 수 있는 '집'을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서 지어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 가자. 변화는 외부가 아닌 각자의 동심으로부터, 안으로부터 온다. 당신이 짓고 싶은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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