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무대로 나와 독자에게 말을 걸듯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인을 국립 오케스트라 소속 콘트라바스 연주자로 소개하는 이 남자는 이 악기의 속성을 여러 연주곡을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에서의 위치에 빗대어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신분적 위치를 하소연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말하며 들려주는 음악이 궁금해지고, 중간중간 맥주를 마실 때는 왠지 모르게 함께 마시며 짠을 해야 할 거 같았다.
원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해왔던 '콘트라베이스'라는 말은 없는 말이라고 한다. 독일어권에서 이 악기를 콘트라바스 Kontrabass, 영어권에서는 더블 베이스 double bass라고 불리던 게 bass라는 독일어가 영어로 베이스로 발음이 되다 보니 '콘트라베이스'라는 말이 생겨나 계속 그렇게 불려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콘트라바스는 어떤 악기일까?!
저자는 콘트라바스가 없는 오케스트라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휘자를 포함해 나머지 모든 오케스트라를 받치는 기본 골격 같은 콘트라바스는 웅장한 건물을 세우는 토대로 비유되고 있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악기로 모든 악기의 기초를 잡아주는 묵직한 저음을, 가장 깊은 소리를 내면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잘 들리는 유일한 현악기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소리 자체만 보면 플루트나 트펌펫보다 더 크지만 멀리 퍼져 나가지 못하고 비가 내리면 소리가 죽으며 다른 여러 악기 소리에 묻혀 드러나지 않아 연주 곡을 듣고 '와, 콘트라바스다!'라고 말하는 사람 또한 없는 악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