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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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두시오!”

p.36

표지에 그려져 있는 좀머씨가 내 눈에는 회중시계를 보며 어딘가 급히 가던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토끼로 보였다. 그래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시리즈 도서 5권 중 가장 먼저 읽게 된 <좀머 씨 이야기>. 책을 읽고 나서 그 첫 느낌이 얼추 맞았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다.




나무 타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년 '나'를 통해 듣는 <좀머 씨 이야기>,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다 온 사람인지 매일 어디를 그렇게 걸어 다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좀머 씨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신기한 존재 좀머 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에 대한 물음표가 한가득 생기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좀머 씨 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어린 소년 '나'가 중점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와 직접인 만남은 없었지만 좀머 씨의 존재를 통해 '나'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소설이다. 피아노 선생님께 불합리한 부당 대우를 받고 쫓겨난 뒤 모든 것이 확대해석이 되어 죽음을 생각하고 올라간 나무 위에서 소년은 좀머 씨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적이 숲에 깔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허겁지겁 빵을 구겨 입속으로 그것들을 밀어 넣고 몹시 허둥대며 사라져가는 좀머 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소년, 알게 모르게 소년에게 큰 도움을 준 좀머 씨이다.

누워서 미처 쉬기도 전에 눕자마자 바로 일어서더니 깊은 한숨을 길게 몰아 내쉬었다. 아니 그것은 한숨이 아니었다. 한숨을 쉬면 뭔가 홀가분해지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그것은 뭔가 고통스러운 신음에 가까웠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갈망과 절망이 엉켜서 가슴에서부터 배어나는 깊고 참담한 소리였다.

p.95

난 내가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 분 전에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p.97

세월이 흘러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소년은 어느 날, 호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좀머 씨를 보게 되고 호수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그를 목격하게 된다. 그의 마지막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나는 설마, 설마.... 에이 설마.. 하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가차없더라.ㅠㅠ 점점 호수를 향해 안으로 들어가던 좀머 씨의 소멸을 보게 된 어린 소년의 침묵. 묵직함이 온다. 좀머 씨의 행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을 말하지 않는 소년, 그의 한마디가 이렇게 지켜지는 걸까?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두시오!”

p.36




클래식한 책 표지 안에 동화적인 느낌의 일러스트로 나를 놀래키더니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좀머 씨 이야기>는 동화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으로도 출판도 되었다고 한다. 동화에서 이 이야기가 특히, 그의 죽음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향수의 성공으로 쏟아진 세간의 관심을 피해 모습을 감추고 수상도 거부한 채 철저하게 은둔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자의 정보를 옮긴이의 말을 통해 보는 순간 그의 모습에서 좀머 씨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자신을 제발 가만히 두라던 좀머 씨의 외침이 저자의 외침이 되는 순간이다.




책을 다 읽고도 어떠한 해답을 얻지 못해서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평소에 좀머 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후유증이 생겼다. 도대체 좀머 씨의 정체는 무엇이었으며, 어디를 그렇게 다녔고, 왜 쉬지 못하고 하루 종일 걸어 다녀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전쟁터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밀폐 공포증이 있을 수도 있다는 등 어느 것 하나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돌 뿐 그 누구 하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작가님이 알려주지 않는 한, 알지 못할 답. 나에게 제발 알려주시오오!!

그가 무엇으로부터 쫓겨 그렇게 걸어 다녀야만 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빠르게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자신도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는 채 좀머 씨처럼 빠르게 걸어 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있나 생각해볼 뿐이다.

ps. 그런데 왜 좀머씨 이야기가 아니라 좀머 씨 이야기일까요?! 띄어쓰기가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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