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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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p.293

형부 시랑을 지냈던 아버지 황민의 딸이었던 열일곱 황재하는 아버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할 정도로 명색해 열둘에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그런 황재하가 자신의 가족을 독살했다는 살해범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결국 수배범으로 쫓기게 된 황재하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장안으로 숨어들고, 몸을 숨기려고 올라탄 마차에서 냉담하고 무심한 황족 기왕 이서백을 만나게 된다. 이서백은 전국 수배 중인 황재하를 보고도 네 일에 관여하는 것도 너의 행방을 관아에 고발하는 것도 흥미가 없으니 이후에 어찌하든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하며 사라진다. 이서백에게 황재하는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했지만 황재하에게는 이서백이야말로 본인이 지금 기댈 유일한 사람으로 느끼고 환관옷으로 갈아입고서 이서백을 찾아간다.

"정말 저를 믿으세요? 진짜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

"그래,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내게 맡겨야 할 것이다." 황재하는 고개를 들어 이서백을 바라보았다. 석양빛을 받은 그 옆모습은 수려한 강산을 보는 듯했다. 만년설로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느껴졌다.

"오늘부터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

p.88~89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이서백에게 증명해야 했던 황재하는 현재 세 달 연속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방안 사건'을 해결해 이서백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 이미 형부와 대리사의 유능한 인재들이 해결하지 못한 이 사건을 황재하는 책력 한 권으로 해결한다.

"벌써 다 알아냈다고?"

"네, 제게 책력(册曆)만 한 권 주시면 됩니다."

p.60

크~ 이 멋짐이 폭발하는 황재하!!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방안의 사건을 잘 해결함으로써 황재하는 소환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양숭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서백과 손을 잡고서 어려운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항상 사건을 하나하나 추리해 나갈 때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비녀를 뽑아 정리를 해나가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황재하, '비녀의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잠중록> 그 자체인듯하나 이 습관으로 인해 신분이 드러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이 습관이 이서백에게는 다른 포인트로 다가오는 듯하니 설렘 폭발이구나. ㅎㅎㅎ

현재가 어떻든지 간에, 이전에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모든 일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지요.

p.160

천재 탐정 소녀 황재하와 무서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완벽한 도도한 황족 이서백이 티격태격하며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에서는 설레는 로맨스를, 황재하의 '가족을 죽인 범인'과 '사방안 사건 범인', 그리고 이서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추리할 때는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추리해나가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잠중록>이다. 혹여나 그것이 단서가 될 거 같아서 어떤 것 하나도 쉬이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고, 시간이 거듭되면서 둘의 신뢰와 믿음이 쌓여가는 모습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체 해부를 좋아하는 주자진의 4차원적인 모습에서는 큭큭거리며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도 가득하니 <잠중록>에 안 빠져들면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잔인한 수법과 사악한 속셈이 가득한 이곳에서 마음 한켠 부드러움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늘 따뜻하고 순수한 웃음을 황재하에게 지어주던 우선, 마지막 양숭고로 위장하고 있는 황재하를 눈치챈듯한 모습을 보인 황재하의 정혼자 왕온,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혀 자신의 목숨을 지게 된 황후, 황채하의 뼈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여인으로 느끼는 듯한 주자진 등 <잠중록>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다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그 사건들과 이 인물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이야기가 나아갈지 궁금하면서 앞으로 또 만날 인물들이 기다려진다.

리딩투데이 함시도 도서로 만난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잠중록>, 찬사로 가득한 후기를 보고 1권이 도착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에 더해진 추리와 사극이라는 요소가 제대로 내 취향을 저격해 <잠중록>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자, 이제 2권 읽읍시다!! 고고!!

모든 게 단서 같기도 했고, 모든 게 절대 열리지 않을 자물쇠 같기도 해 도무지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p.216

하나의 사건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같다. 땅 위로 보이는 부분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고, 땅속으로 거대한 뿌리가 얽히고설켜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거기 파묻혀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다.

p.313

"계속 기다리셨습니까?"

이서백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지나는 길이었을 뿐이다."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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