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이름은 스텔라 ㅣ 특서 청소년문학 15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나는 왜 태어났을까?
무슨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걸까?
아빠의 외도로 외할머니 집에 엄마, 오빠와 함께 살게 된 수민이는 맘 터놓고 지내는 이 하나 없는 열네 살 소녀이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던 수민이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닫게 되고, 본인이 왜 태어났는지 무슨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지 수준의 한 아저씨가 하숙할 곳을 찾다 수민이네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아저씨 닝구씨를 통해 수민이가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해나가게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성장소설 <내 이름은 스텔라>이다.
특별하다는 말은 중독성이 있었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엄마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으로도 '특별한'이란 말에는 '특별히 좋은', '특별히 중요한',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이란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한 살 어느 날, 수민이는 책을 읽다가 '별'을 뜻하는 '스텔라'라는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그 이름이 꼭 '내가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여전히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던 수민이는 '스텔라'라는 이름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이 운명을 엄마에게 달려가 말하지만 엄마는 "뭐 어쩌라고, 네 이름이 뭐! 네 이름은 수민이잖아!"라며 차가운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등을 보이며 돌아앉는다. 너는 참 특별한 아이라고, 내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냐고... 너 때문이라도 늙지 말아야겠다며 수민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부둥켜안고 뽀뽀를 하던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자신에게는 마음을 읽어내는 더듬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던 수민이는 식구들의 냉대에 그리고 제대로 된 소통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지쳐가다 특별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다짐한다.
드디어 나는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찾았다. 그건 행인 1, 혹은 행인 2 같은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역할이었다. 내 얼굴에 잘 맞는 가면을 구한 것 같았다. 학생 1, 혹은 학생 2. 혹은 학생 14.
사실 나는 혼자 않는 게 정말 좋다. 그때만큼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버스에서 혼자 않는다는 것은 버림받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찌질이를 의미한다.
정밀 진심이야.
게다가 넌 받아야 할 칭찬이
많이 밀려 있는 것 같아서…….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잖아.
그건 사과도 마찬가지지.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려고 애쓰는 수민이에게 닝구씨가 나타나며 전환점을 맞는다. 할머니의 집안일도 도와주고, 엄마가 속상해할까 봐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언니에게 몰래 문도 열어주고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생각들이 가득하다며 수민이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 거라고 칭찬을 해주는 닝구씨, 그러면서 수민이에게 오른쪽 뇌에 별이 박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해준다. 행복을 느끼는 것도 마음의 일이고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게 하는 것도 마음의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건 특별한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재능 덕분에 그들에겐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사명이 주어졌다고 수민이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준다.
사람들은 칭찬과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꾸 잊어버리나 봐. 돈을 꾸고 갚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마음에 진 빚은 왜 하찮게 생각하는 걸까? 사실은 그게 더 중요한데…… 그치?
수민이는 자신에게 아빠가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자신의 유일한 편이었으며 자신을 아무도 몰라줄 때에 자신을 알아봐 준 유일한 친구였던 닝구씨를 만나고 난 후 '특별한'이라는 말에 '특별히 중요한'이란 뜻과 함께 '특별히 고마운'이란 뜻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게 된다. 꼭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방황 속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너 또한 빛나는 별 같은 존재'라고 수민이가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거 같다.
가정과 학교에서 외면받고 상처받으며 마음이 병든 친구들에게 네 주위에 내가 있다고 힘을 내라고 건네는 따뜻한 이 한마디와 작은 관심이 그 사람에게 빛을 밝힐 수 있는 용기가 될 수도 있다. 수민이와 닝구씨의 관계를 보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 닝구씨처럼 나 또한 그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별이 있고 우리 모두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에게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또래 친구도 좋지만 그것보다 어른 친구들. 나만 해도 어른 친구가 많았어. 고모부, 이모들, 동네 어른들, 마을 형들, 실제로 그분들한테 부모나 형제들보다 더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어. 근데 요즘은 가족이 해체되어 사회적인 멘토는 차고 넘쳐도, 진짜 속마음 털어놓을 어른 친구는 없어. 그러니 또래 친구들한테 왕따만 당하면 세상이 끝나는 거야. 나는 제발 어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모나 고모여도 상관없고, 사촌 누나나 형들, 혹은 선생님이어도 상관없어. 그것은 반려동물하고는 전혀 달라. 그런 어른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 달라고 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아쉬움을 달래고, 그렇게 숨 쉬는 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