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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이시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겐 산이 너무 흔해서
산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은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춤'을 권하는 자연명상치유 처방전 에세이이다. 쉼 없이 일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누구의 간섭도 압력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천천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직 목표만을 향해 '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의 시간을 무시한 채 지구를 못살게 굴고 있다. 우리에게도 자연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지구상엔 징그러운 놈도 있고, 범처럼 무서운 맹수도 있고, 파리처럼 귀찮은 놈도 있습니다.
……
이것들이 싫다고 '넌 안되겠어'하고 사람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은 건가요? 해충, 이충이란 말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이 모두가 인간 중심에서 비롯된 논리입니다. 이 지구상엔 인간이라는 종만이 살고 있진 않은데……. 위험하고 오만방자한 인간 중심의 생각이 빚은 불행입니다.
p.64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들이 생겨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특히 잠깐의 외출에 보이는 꽃들과 파란 하늘을 볼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간인 나도 이러한데 이 지구상에 사는 다른 종들은 오죽하겠는가? 코로나로 인해 베네치아 운하가 중단되자 물고기, 백조, 돌고래 등이 출몰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돌아왔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인간 활동이 뜸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이 다시 나타나고 위성 사진에서는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자연에게 돌려주는 것이 없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와 나, 우리 모두가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서로가 하나인 것을
짐승들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무엇이겠습니까?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납니다. 당신의 잠자리를 계속 오염시키면 당신은 쓰레기 더미 속에 숨이 막힐 것입니다. 역시 시애틀 추장이 남긴 경고의 한 구절입니다.

자연과 함께 사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전엔 잡초란 이름의 풀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찮고 귀찮다고 뽑아내버리는 잡초에게도 아름다운 이름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겨울은 겨울스럽게, 여름은 여름스럽게. 유독 이 말이 계속 맴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더운 여름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겨울처럼,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와 히터 등을 이용해 여름처럼 보내고 있다. 계절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계절스럽게 살아야 건강은 물론 삶의 멋을 느낄 수 있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여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안에서 지내다 보면 땀샘이 할 일이 없어지고 퇴화해버린다. 땀샘이 제 기능을 못하니 나중에 열을 식힐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과학 발전으로 인해 편이, 쾌적, 효율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한 역기능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를 가져왔다고 한다. 한 블록조차 걷지 않고 계단은 텅 빈 채 에스컬레이터엔 긴 줄이 늘어선다. 이러한 과학문명의 폐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생각한 이시형 박사는 안테나가 없어 휴대 전화가 터지지 않고 TV, 비디오, 라디오 일체의 문명이 만드는 정신적인 소음까지 차단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골에 은거지를 두고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 어디인가요? 아이들과 가보고 싶습니다. 오직 자연만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순간 절로 차분하고 평화로워진다. 그저 누구와 경쟁하듯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닌 그냥 보고 듣고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이 주는 치유를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평소 무심코 지나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새삼 느끼며 자연이 주는 기운을 받아 도심에서 지친 우리의 심신을 치유한다.
더없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던 때에 만나 더 반가웠던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읽으면서도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예전에는 그저 여기저기 체험하고 배우러 다니기 바빴다면 요즘은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그저 멍~하니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이 주는 힐링을 찾고 있었나 보다.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천천히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속을 걸어보자.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음은 차분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산행은 명상이며,
산은 위대한 자연치유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