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가족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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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가족』은 사회적 문제 세월호 사건, 성범죄, 아동학대 등을 주제로 쓰인 열 편의 작품을 담고 있는 단편 동화책이다. 평소 우리가 기사나 뉴스로 또는 누군가를 통해서 들었을 사건들이 아이들의 시선에서 쓰여 책을 읽고 있는 또래 친구들로 하여금 함께 슬퍼하고 함께 공감하며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속삭이는 거 같다.

책을 받자마자 뒤표지도 보지 못한 채 귀여운 공룡 인형이 그려진 표지와 흥미를 일으키는 책 제목에 이끌려 한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겠거니 하며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은석이의 감정이 클라이맥스에 달할 때 마무리가 되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이야기, '천 원짜리 가족' 그래서 더 강렬하게 와닿았던 이야기로 홀로 남겨진 은석이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강렬함을 남겨줬던, 책 제목과도 동일한 첫 작품 『천 원짜리 가족』은 세월호 사건으로 부모와 동생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은석이의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은석이가 자신의 용돈을 다 사용하면서까지 뽑은 공룡 인형에게 ‘쿵’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공룡 '쿵'이가 은석이에게 말을 걸며 졸라대기 시작한다.

오늘은 꼭 내 가족을 만들어 줘.

p.16

은석아, 동생은 언제 뽑아 줄 거야?

p.17

은석이의 마음이 ‘쿵’이를 통해서 하나하나 표현되며 마지막 차도 위에 떨어진 '쿵'이 바퀴에 짓눌려 솜이 튀어나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쿵이의 몸 밖으로 솜뭉치들이 터져 나온 ‘쿵’이의 모습에 내 마음 속도 함께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시 가족을 읽은 기분을 느낀 은석이의 마음을 아이들도 느낀 걸까?! 열 편의 작품 중 『천 원짜리 가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소중한 건 말이야, 있을 땐 잘 모를 수도 있어. … 잃어버리고 나면 다시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단다. … 그래도 이만한 게 정말 다행이구나."

아저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다행인지 모르겠다. 혼자 남겨진 것도 다행인 걸까. 다시 눈물이 고였다. 내 가슴속 솜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고 있었다.

천 원짜리 가족 p.22~23



날마다 숨바꼭질을 한다는 '나', 술래는 엄마이고 숨바꼭질에 관심 없는 아빠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랑 숨바꼭질을 하는구나, 귀여워라’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점점 뭔가 이상하다. 술래인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까지 참아가며 몸을 작게, 최대한 아주 작게 만들어 숨는 '나'는 엄마를 화나게 만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림으로 그리고 한여름에도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는다.

"이게 다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엄마가 매를 번쩍 치켜들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때마다 내 몸엔 무늬가 생긴다.

"내가 너 나쁜 아이 되지 말라고 혼낸 거야. 그러니까 말 들어야지!"

p.96

오늘처럼 엄마에게 들키면 늘 이랬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내 몸에 얼룩말처럼 알록달록한 무늬가 생겼다. 무늬는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했다. 이러다 얼룩말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p.97

아이의 시점에서 본 아동학대를 다룬 '숨바꼭질'의 내용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아이에게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 보호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아동학대 자체가 일어나지도 않아야겠지만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야만 했던 아이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언제쯤 이 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부끄럽기만 하다.



이외에도 『천 원짜리 가족』에서는 어느 날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마네킹이 나로 되고 나는 마네킹이 되는 이야기,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이루어준다는 알약 이야기,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늑대로 표현한 이야기, 위안부 소녀상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이의 시점으로 바라본 사회문제를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려놓은 듯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칫 어둡고 어려울 수 있는 소재가 동화로 만나니 아이가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주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였지만 막상 아이와 깊게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천 원짜리 가족』을 통해 이야기해보고 충분히 서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매일 느끼는 생각을 놓치지 않다 보면 몸이 자라듯 생각도 점점 자란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여러 경험을 하고 충분히 생각하며 나아가길 바란다.

중간중간 글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이 있고 한 작품의 호흡이 길지 않아 글책을 읽는 친구들이라면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가 보는 시선에서의 이야기와 어른인 부모 시선에서 본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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