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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카툰역사책!
정훈이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4월
평점 :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카툰역사책!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는 한국사의 큰 줄기에서 비껴나갔거나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감춰진 뒷이야기가 작가의 개성 넘치고 코믹한 캐릭터와 만나 그려진 책이다. ‘조선 하늘에 UFO가!’, ‘제사상은 원래 남자가 차리는 거라고?’, ‘조선 시대에도 전세를 살았다고?’ 등 지금까지의 카툰 한국사와는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건이 왜,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는지 이해하게 된다.

인상 깊은 부분

▶ '노적거리'란 볏단, 보릿단 등의 곡식단을 원통이나 원추형으로 쌓아놓은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 바위에 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덮고 대형 노적가리로 위장해서 군량이 넉넉하다고 왜적을 속였는데 이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노적봉'이라고 불렀다. 노적가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요의 상징이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는 풍요와 빈곤의 대조가 잘 드러난다. 이삭 줍는 사람들 저 멀리에 노적가리가 보인다. 클로드 모네의 유명한 연작 그림 '노적거리'도 있다. 이렇게 역사 이야기 속에서 그림도 볼 줄이야. 내용을 알고 보니 또 색다르게 다가온다.
조선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회가 장애'가 되는 곳은
아니었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 편
조선 시대에는 장애인을 독질인·잔질인·폐질인이라 하여 질병에 걸린 사람으로 여겨 우선하여 구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로 대했다. 장애인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 중 한 사람을 시정(侍丁)이라 하여 군역과 부역을 면제해주었다. 민본주의 국가인 조선은 장애인 대책에서 선진국이었는데 장애인들의 자립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점복사, 악공, 독경사 등 장애인 전문 직업인을 양성했고 관아에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사람인 공장으로 장애인을 우선 고용했다. 관직 등용에서도 차별을 두지 않았는데.... 조선에서는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 아니 제사상은 원래 남자가 차리는 거였어? 조선의 궁중 요리는 '숙수'로 불리는 남자 요리사로 여자 요리사의 수는 극히 적었고, 있어도 음식을 데우거나 단순 보조 역할을 맡았었다고 한다. 제사 음식은 남자가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요리사를 아예 남자로 채웠고 양반 남자들도 제수 준비부터 상차림까지 손수 했으며 뼈대 있는 가문의 종갓집에서는 남자들이 제사 음식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쩌다가 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차례는 조상에게 차 한잔 올리는
약식 제사니라.
그래서 차례(茶禮)지.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p.96
살기 팍팍했던 구한말 사람들도 한 사람이 받는 임금은 한 가족을 먹여 살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오늘날 최저임금이 과연 한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돈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었던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 못 살겠다 평안도 편
조선 중기 이후, 남당 한원진, 다산 정약용 등 일부 유학자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부유별이란 '배우자와 다른 남녀를 구분하라'는 것으로 맹자의 말씀은 한마디로 '불륜을 저지르지 마라'는 뜻이라는 거다.
▶ 조선의 유교는 부부간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했다고 한다. 늘 부인에게 높임말을 쓰면서 공경하고 부부가 서로 시를 지어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 이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서로 주고받는 시라니~ 정말 로맨티스트 대학자다.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정말 책을 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질까?’라는 의문을 가지고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제목이 ‘한국사’이긴 하나 ‘조선시대’에 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다. 조선 전기, 중기, 후기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으며 초반보다는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빠져 재미 남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읽은 율이는 읽을만했다는 평을 내렸고 랑이는 아직 읽지 않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설명하듯 적혀있던 복잡한 신분이나 명칭이 율이에게 조금 어렵게 다가가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혹 아이가 읽는다면 각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글로 설명된 부분은 건너뛰고 만화로 그려진 부분만 봐도 좋을 거 같다.
‘제사상은 원래 남자가 차리는 거라고?’, ‘대학자는 로맨티시스트’, ‘조선 사람들의 최저임금은?’, ‘조선 시대에도 가짜 뉴스가?’, ‘안사람 의병대’ 등 평소 알지 못했던 역사 속 비하인드 이야기를 접해서인지 확실히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어서 이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나오면 또 그렇게 반가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사건 배경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율이보다는 내가 더 수다스러워졌던 카툰 역사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