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40년 전 ‘코로나 19’를 예견한 소설 『어둠의 눈』은 쇼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에번스가 의문의 버스 사고로 열두 살 아들 대니를 잃어버리면서 일어나는 4일간의 이야기이다. 사고 당시 아들 대니의 시신의 훼손이 심하다 해서 티나는 아들 대니의 시신을 확인도 못한 채 장례를 치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대니가 꿈에 나타나 살려달라는 악몽을 꾸고, 혼자서 저절로 라디오가 켜지고,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가 칠판에 자꾸 나타나는 등 그 사건 이후 1년이 지나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누군가가 못된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던 티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든 일들이 아들 대니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거 같아 이상함을 느끼게 되고 아들의 시신을 뒤늦게나마 확인을 하려고 한다. 만남을 이어가던 변호사 엘리엇에게 의뢰를 하게 되고 그때부터 둘은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둘은 사건을 추적해 가면 갈수록 드러나던 ‘우한-400’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부의 거대한 음모가 1년 전 버스 사고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상 깊은 구절
나 추워 나 다쳤어 엄마? 내 말 들려? 나 너무 추워 나 심하게 다쳤어 날 여기서 꺼내줘 제발 제발 제발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 대니의 애절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살아있음을 전하고 싶었던 대니...ㅠㅠ
"있죠, 마치……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p.249
"변호사처럼 생각하지 마요. 산더미 같은 사실들을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들지 마시라고요."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훈련하며 살았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이 세상은 비논리적인 일로 가득하죠. 그 비논리적인 일이 진실이고요. 이번 일 역시 그렇죠."
봐요, 내가 대니를 찾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을 이 손으로 직접 잡을 수 있다면, 나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그들을 죽일 거예요. 심지어 죽이면서 즐거워할 거예요. 나는 어미 사자예요. 그놈들이 내 새끼를 빼앗아 갔어요. 그렇다면 그놈들을 죽이는 거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존경받아 마땅한 일 아닌가요?
적이 무섭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까? 그건 결국 전쟁에서 지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주비행사였어"
대니가 말했다. 모두가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노란색 담요에 싸여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우주비행사들이 와서 우리를 데려갔어."
▶ 방역복을 입은 보안 요원들을 우주비행사로 본 대니. 어린아이가 혼자 살아남아 얼마나 무서웠을까...ㅠㅠ
모든 이야기가 단 4일 만에 일어나고 해결된다. 상당한 두께를 가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유연한 필력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에 푹 빠져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책 소개에 적혀있던 40년 전 '코로나 19'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와 예전에 읽었던 '페스트'와 어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서 읽기 시작했던 『어둠의 눈』. 오히려 한 지역을 봉쇄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페스트'가 더 유사했지만 주된 맥락은 '바이러스'라는 건 같다. 딘 쿤츠 작가의 우한 400과 중국의 이야기는 정말 어떻게 아셨던 걸까? 읽으면서도 그저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혹 작가님 예지력 있으세요?
어떠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대니를 찾으려고 나서던 티나에게선 헌신적인 어머니의 마음을, 엘리엇과의 관계에서는 평범한 일상 속의 작은 행복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인 현상이 섞인 『어둠의 눈』 오랜만에 재미난 소설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