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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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일본 문학 팬들이 믿고 읽는 번역가 권남희님의 에세이집이다. 평소 번역가까지 유심히 보며 책을 읽지 않았던 나였기에(급 반성 모드) 생소한 분으로 다가와, 혹 내가 읽은 책이 있을까 하여 찾아봤다. 어떻게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시작은 ‘누구세요?’였지만 마지막은 '이분이 번역한 책이라면 찾아 읽어보고 싶다’였다.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총 6장으로 구성,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 1장~3장은 번역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로 작가와 편집자들과 만났던 에피소드와 작가들의 습관, 가치관 인생관 등을 대화하듯 들려준다. 후반부 4장~6장은 가족과의 에피소드와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좋았던 점

평소 에세이랑 친하지 않은 나에게 에세이의 즐거움을 알려준 책이다.

예전 처음 에세이를 읽었을 때 '도대체 이걸 왜 내가 읽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힘겹게 끝까지 읽었던 기억 때문인지 에세이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만났을 때 에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첫 에피소드부터 내가 모르는 세상이 펼쳐지며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나중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큭큭 웃으며 봤다. 소리 내어 웃는 나의 모습을 보며 율랑이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 그 부분을 보여주며 재미있지 않냐고 반문할 정도로 좋았다.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는 번역가 권남희님! 앞으로 어떤 내용의 이야기로 우리를 다시 찾아올지 기다려진다.


아쉬운 점

전반부에서 가득했던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덜 해서 아쉬웠다.

이야기의 소재에 따른 무게감에서 오는 차이였을까? 전반부에서 휘몰아치며 업 되었던 나의 마음이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고요한 호수가 되어감을 느꼈다. 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한방 또 날리시니 그걸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인상 깊은 구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아아, 대한민국'은 언제 될지 기약도 없다. 아이들에게 힘내라는 힘나지 않는 위로도, 잘 될 거라는 무책임한 격려도 할 수 없다. 무심하면 서운해할까 봐 관심 가지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언하면 짜증 날까 봐 잔소리하면 상처 받을까 봐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P.9

▶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일까? 유독 더 공감되던 대목이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매일이 어렵다.^^;



일본 사람인 것처럼 썼지만, 지금 생각하니 메일 주소가 한국 계정이네.

……

빌려줄 때 돈이 생기면 달라고 했거든요. 어떤 식으로 생각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까요?

그렇다.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빌려준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p.21

▶ 일본 사람인 것처럼 썼지만 뒤늦게 메일 주소가 한국 계정인 걸 아셨다는 번역가 권남희님 ㅋㅋㅋㅋㅋ 한참을 큭큭거리며 웃다가 마지막에는 어멋! 너무 멋진 거 아냐!를 연발한다.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상담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라니... 예상 1도 못한 나는 급 반성 모드가 되며 배움의 자세로 들어간다.




막 기뻐하던 와중에 밥 딜런 노벨상 수상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밥, 노벨상 축하해.

-너의 절친 찌개가'

p.26

▶ 율랑이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었던 대목이다. 완전 빵 터져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런데 율랑이는 이게 뭐가 웃기냐고... 하아 이 녀석들 아직 멀었구먼!! 함께 웃고 싶었는데... 저만 재미있나요?? 네???

신문 문화면에 내 소설이나 인격을 까는 글이 실리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사회면에 성폭행범이나 뭐 그런 범죄자로 실리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p.32

▶ 급 『니 마음대로 사세요』 책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 ㅎㅎㅎ


이렇게 운 좋게 서로 오해를 풀고 웃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세상의 오해들이 얼마나 많을까. 알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문제로 얼마나 많은 관계가 파투 났을까. 조병화 시인의 시 『남남』에 '오해로는 떠나지 마세. 오해를 남기고는 헤어지지 마세'하는 구절이 있지만, 애초에 오해인 줄 알았으면 떠났겠습니까요.

p.53~54

▶ 옳소. 애초에 오해인 줄 알았으면 떠났을까? 오해인지 모르니 떠난 거겠지?



사람이 태어날 때 신이 던져 준 시나리오에는 의외로 세세하고 촘촘하게 인연의 작대기가 그어져 있는 것 같다. 이제 3분의 1 정도 남았을 나의 시나리오에는 또 어떤 이들과 작대기가 그어져 있을까.

p.73




사람은 또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법. 게다가 온라인은 지하철 2호선처럼 돌고 도는 세상이라 외나무다리 원수처럼 마주치기 십상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오조오억 명이더라도 나는 누군가가 싫어하는 오조오억 명에 들어가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

p.85




50이 되도록 열심히 살았으니 지칠 때도 된 것이다. 한 번쯤 주저않아 엉엉 울 때도 된 것이다. 옆에 50세 사람이 있거든 어지간하면 개기지 말아요.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모르니.

p.130

▶ 주위에 50이 되어 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나도 덩달아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이겠지. 잘 기억해두자!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모르니 큰 위로는 못되더라도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잘 새겨두자.





"노력이 전혀 열매 맺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의 '갑 오브 갑'이 자식이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도 제 뜻이란 걸 갖고 태어났으니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뜻과 뜻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충돌하니 꺾이든가 꺾든가 해야 한다.

p.142

▶ '고~맙다.'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그런데 남일 같지 않은 건 왜일까?ㅎㅎㅎㅎ 정말 자식도 제 뜻이란 걸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다 이해가 되는 이 마음 참으로 신기한 마음이다.




자기가 행복할 땐 남을 보지 않아서 서로 엇갈릴 뿐이다. 이 글을 쓰다 네이버에서 '행복이란'을 검색해 보니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뭐야, 언제부터 인생에 그런 목표가 있어야 했던 거야. 그럼 지금부터라도 행복해 볼까. 아, 귀찮은데.

p.243

마무리하며...

재치 있는 글과 공감되는 글이 가득했던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이 책을 통해 평소의 일상이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평범하지만 행복함을 주는 일상임을 깨닫는다. 꾸밈없이 소탈하게 적혀 있던 이야기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에세이와 먼 그대들에게 친해질 수 있는 에세이집이라고 소개해 주고 싶다.

ps. 네이버에서 번역가 권남희님이 찾아봤다는 '행복' 정말 언제부터 인생에 그런 목표가 있어야 했던 걸까?





어느 날, 한 출판평론가가 말했다.

누가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기에

『번역에 살고 죽고』를 추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왜요?” 하고 물었더니,

그 책은 번역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어서란다.

끄응. 사실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책을 읽고 나서

번역하고 싶어졌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에게 똑같이 “왜요?” 하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돈도 못 버는 일이니 번역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너무 행복하게 하는 걸 보니

번역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것도 사실은 사실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번역에 살고 죽고』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하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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