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자들
다치바나키 도시아키 외 지음, 홍찬선 옮김 / 사회평론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회에서 책 제목을 '일본의 부자들'이라 뽑으면 솔깃하리라. 부자가 되기 위해선 부자를 닮아야 하고 그럴려면 그들의 행태와 심리를 알아야 한다... 는 류의 책들이 넘쳐나는데, 이 책도 제목만 보고선 그런 책인가 어떤가 하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책장을 펼쳐보니 일본 고소득자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서였다. 부자의 마인드, 투자처 등에 관한 책이 아니라. 저자도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대학 교수들이었다.

연소득이 1억엔(8억원 가량)이 넘는 고소득자를 국세청 자료에서 찾아내 직업, 연령, 학력, 소비와 저축 행태, 여가생활, 상속관계 등의 설문지를 보내서 답해 온 자들을 분석한 것이 이 책이다. 8% 정도가 설문에 응했다고 한다.

재테크 정보는 없다. 다만 일본 사회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순 있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였다. 부자는 도쿄에 많았다(서울보다는 집중도가 낮은 것 같지만). 또, 의사와 기업경영자가 고소득층이었다. 다른 점으론 평균적으로 변호사가 고소득직업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일본에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사는 자녀를 의사로 키우는 성향이 강한 반면,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사회계층에 관한 설명이다. 소득, 교육, 직업위신을 사회계층의 3대 결정요소라 할 때, 비일관층(소득은 높은데 직업위신이 없다든가, 소득은 낮지만 높은 교육수준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한다든가 등 계층결정요소 중 어느 하나만 갖추거나 어느 하나가 빠진 것)의 비중이 지난 수십년 사이에 커졌고, 하위1분위층(소득, 교육, 직업위신 모두 별볼일 없는 진짜 하층)이 격감했으며,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상위1분위층(찐짜 상류층)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 변화를 볼 때, 사회의 선진화란 별볼일없는 진짜 하층은 감소하고 소득이나 교육, 직업위신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중간층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1985~1995년 사이에는 하위1분위층의 비중이 다시 커졌는데, 이는 '하류사회'화의 경향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뭏든 일본의 부자는 이렇게 하니 나도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되어야 겠다라는 교훈은 얻을 수 없지만, 일본 사회에 관해서 좀더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둔감력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대형 옮김 / 형설라이프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적당히 둔감해야 세상을 잘 살 수 있다!

무릎을 쳤다. 참으로 대단하다. 이런 걸 포착해서 세상에 알려주다니.

둔감함이란 이제껏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둔감함이란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니 무지함, 멍청함, 무신경, 무대응 등을 함의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적당히 둔감해야 건강하고 연애도 잘하고 결혼생활도 잘 유지하며 회사에서 남과 더불어 일도 잘 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가 의사 출신이긴 하지만 무슨 신경과학이나 인지과학, 심리실험 등의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어렵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들을 갖고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예민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몸이 예민하면 아토피나 알러지를 일으키게 되어 있고, 성격이 예민하면 남들로부터 상처도 잘 받고 또 남에게 화도 잘 내서 내면적으로는 우울해하고 남들과 잘 지내기도 힘들다.

그러니 적당히 둔감해지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런 걸 포착해 개념화한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본사람들은 한자를 많이 써서인지 조어력이 좋다고 한다. 오마에 겐이치가 만들어낸 즉전력(卽戰力)이란 말을 봐도 그렇고...

아뭏든 그가 다음에는 둔감력 훈련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한다.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즉전력 - 21세기에 살아남는 비즈니스맨 파워!
오마에 겐이치 지음, 박화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름이 참 섹시하다. 즉전력이라. 아마도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적합하게 대응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천후 업무능력을 지칭하는 말이리라. 즉전력을 어학력, 재무력, 문제해결능력의 종합체로 개념화한 것도 적절한 것 같다.

글도 참 쉽게 읽힌다. 대가라서 그런가.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게 잘 썼다.

무기력증에 안주해서 뒤떨어져가는 일본사회, 일본인들을 각성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쓴 책이라 일본 이야기가 위주지만,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대책없이 주저앉아 있는 것이 오늘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학력과 재무력,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공부법과 회의술을 개발하며 혼자 힘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천하는 것이다.  항시 해야 할 텐데, 정말 비전 없는 일일랑, 무가치한 일일랑 그만두고 시간을 금같이 소중히 여기고 써야 할 텐데 하면서도 행동은 항상 똑같은 것이 문제일 것이다.

매년 한 가지 새로운 주제로 공부하라는 것(책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는 시간을 쓰지 말라는 것, 티브이는 CNN이나 CNBC에 고정해 놓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라는 것, 가족들이 식사를 같이하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라는 것 등은 새롭게 지적받은 바다.

 한 번 강연에 5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말씀이니 이번에는 좀 실천해야 할 텐데...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리뷰] 즉전력
    from bizbook-Think Different !! 2007-11-14 12:20 
    오마에 겐이치의 최근작입니다. 이 분의 책 중에서 최근에 읽은 책은 [The Next Global Stage]였는데 세계화와 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책 내용은 그 책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화 (이 책에서는 borderless 라는 표현을 쓰더군요)와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일본인에게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 충고하는 형식입니다.책의 속지가 페이퍼백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가볍습니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 이한우의 군주열전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

이 제목과 그를 소개하는 서문에 매료되어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알던 선조와는 다른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은' 선조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

결과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선조를 봤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에 알던 '별 볼일 없던' 선조 그대로였다. 절반은 저자에게 속은 느낌이다.

새로운 선조란 무려 40년 넘게 왕위에 있었고 신하들을 적절히 다룬 왕으로서의 선조다. 사실 조선왕 노릇 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날고 기는 천하의 인재들이 모인 조정에서 그 말빨 좋은 신하들의 이런 저런 주장들을 듣고 의사결정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연산군이나 광해군처럼 쫓겨날 수도 있는데, 그 드센 신하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왠만큼 강하고 총명하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다. 단명한 왕들도 많은 걸 상기하면, 40년 넘게 왕 노릇을 한 선조는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총명함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전임인 명종이 서자 계열의 별볼일 없던 8살 시절의 그를 만났을 때 왕관을 써보라 하자 그의 형들은 한번씩 써봤으나 그는 신하가 어찌 임금의 왕관을 쓰겠냐고 고사했다는 것이나 부모와 임금 중 누가 앞서냐고 질문받았을 때 충효는 중요하기가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보면, 그가 총명한 인물이었음은 틀림없다. 당쟁을 왕권 유지에 적절히 활용했던 것은  그의 영리한 일면이리라. 그러나 여기까지다.

왕위에 오래 머물렀다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당쟁이 일어나고 당파간에 죽고 죽이는 싸움이 일어났건만 그를 자신의 권좌 유지에 활용했을 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진왜란을 막지 못하고 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도 못한 것은 그의 최대 실책이다. 일본이 명나라를 정벌하겠으니 길을 내달라고 공공연하게 알렸는데도 선조는 전혀 대비한 바가 없고, 파죽지세로 일본이 밀고 올라오자 도성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듯 도망갔으며 아예 국경을 넘어 요동으로 도피하려 했다. 명나라가 거부해서 멈췄을 뿐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왕이다. 오죽했으면 백성들이 임금이 도망간 길을 왜군에게 알려주고 왕자를 잡아 왜군에게 넘겨주었겠는가.

임진왜란 이후 동아시아 3국 중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새로운 권력이 등장했는데 조선은 이씨 왕조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점 때문에 저자는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라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적절치 않다. '넘는' 것은 깨어 있는 정신으로 주체가 '능동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선조는 난세에 기절했다 한참 후 정신차려 보니 난세가 끝났더라는 쪽이 아니었을까. 난세에 기절한 왕, 나는 그를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11-09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9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문제에 대면했을 때의 순간적인 판단력의 중요성, 그리고 거기서 범할 수 있는 오류와 그것을 피할 방법, 순간적인 판단력을 증진시킬 방법 등을 잘 서술한 책이다 라고 시작하려니, 정말 이 책을 이렇게 밋밋하게밖에 소개하지 못하나 해서, 좀 한심하다.
이 책의 소개문을 처음 신문 주말 북 섹션에서 접하고 그날로 주문해서 입수, 호기심에서 책을 펼쳤다. 호기심은 이내 인간의 인지 및 의사결정 과정을 이리도 잘 해부했을까 하는 감탄으로, 그리고 마침내 순간적인 판단의 여하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데 대한 전율로 바뀌었고,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 올해(2005년) 내가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별로 읽은 책이 없어서인가...)
우리가 중시하는 첫인상은 이 순간적인 판단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도록 외모와 행동거지에 신경을 쓰되, 첫인상 혹은 외관이 실질과 다를 수 있기에 남의 첫인상에만 끌리지 않도록 하라는 것을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이 책은 그런 짧은 순간의 판단이 얼나마 중요한지, 순간적인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는지, 그것이 어떤 경우에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어떤 경우에 잘못될 수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향상 개선할 수 있는지를 논하고 있다. 그것도 뛰어난 이야기 꾼의 솜씨로.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한 것은 우선, 범죄나 전쟁, 재난과 같이 긴박한 상황에서는 인간이 순간적인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또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인간은 순간적인 판단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첫 인상에 따라 판단한다"). 또 순간적인 판단이 오히려 더 정확한 경우(감각에 따라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