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모험
아흐멧 알탄 지음, 이난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여성의 성애 욕망과 감정을 섬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아주 야릇한 소설이다. 
 

문학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데, 최근 중앙일보인가에서 작가(터키, 1950년생)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책을 구했다. 여성 심리를 잘 묘사한다니 어느 정도이길래 하는 마음, 그리고 좀 가볍고 재미있는 책도 좀 보자는 생각이었다. 

헌데 아주 훌륭하다. 불륜 사이이기는 하나 남녀가 다가서고 만나서 갈라서는 과정을, 그리고 그것이 여자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드러냈다. 

 
역자도 후기에 적었지만, 성공가도의 커리어우먼 주인공과 그의 정부가 벌이는 불륜에는 공감할만한 명분이 없다. 인간 내면에 원래 끈적끈적한 욕망이 있고, 이러저러한 계기로 그것이 발현되게 마련이라고 생각해야 할 듯하다. 여주인공 아이단은 뭐하나 남부러울 게 없는 유족한 상태였다. 유능한 의사남편에, 귀여운 딸에, 외국계 은행의 잘나가는 매니저로서, 결코 따분하지 않고 나름 긴장감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과 섹스도 주기적으로 잘(?) 하고... 아파트단지 일을 맡아서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 젬을 알게 되었다. 부호의 아들로 한량 건축가다. 문제는 그가 강적이라는 것. 남편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도발성,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게다가 여자를 다룰 줄 안다. 밀고 당기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작살을 꽂을 줄 안다. 여자의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소유하면서 자신의 영혼은 결코 여자에게 내주지 않는 인물이다(결코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다. 대신 여자가 전화를 걸면 보고싶었다고 속삭인다. 그걸 알면서도 여주인공은 그에게 끌린다). 여주인공은 그를 속박하려 해보다가 그게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그에게서 떨어져나간다. 그 후유증으로 도벽이 생기고, 그게 문제가 되면서 직장과 남편의 신뢰 등 많은 것을 잃는다. 

 
젬의 무엇이 아이단의 숨은 욕망을 불러냈을까. 

그는 도발적이다. 아이단이 찾아간 두번째 만남에서 문을 열어주었을 때 아이단이 "오늘은 옷을 입고 계시군요" 하자(맨처음 찾아갔을 때 목욕하다 타월로 아랫도리만 가리고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입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벗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고 응수한다. 

그리고 당당하다. 돈이 많아서 장래 걱정은 결코 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이 점에서 주변의 다른 두 남자, 남편과 직장 선배 하산은 좀 찌질하다. 아이단의 남편은 외과의로서 훌륭하지만, 나이들어 손 떨려서 수술을 못하게 될까봐 지금 원장이 되려고 하고 그 경쟁자를 시기한다. 직장 선배 하산 역시 본부장 승진에 목매달고 있다. 남편은 아이단의 유모를 수술할 의사가 경쟁자라서 수술부탁을 못하지만, 젬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의사를 섭외해서 해결해준다.

게다가 젬은 아이단에게 얽매이지 않는다. 수영장에서 본 아이단의 몸에 반했다는 젬의 멘트에 아이단이 "아, 그거 일부만 봤겠지"라 끈끈한 유혹으로 응수하며 "전부를 보고싶어"라는 대답을 기다릴 때에도, 슬쩍 화제를 돌려버린다. 

 

이런 구성과 심리 묘사를 하는 작가, 좀 수상하다. ㅋ

 

작가의 다른 대표작 <위험한 동화>도 구하고 싶은데, 품절이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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