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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평점 :
음식의 취향에 있어서 갈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생선이냐, 고기냐 하는 문제이다. 육류와 어류의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갈등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무조건 어류의 승리이다. <바다 인문학>은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제주도의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번쯤은 다 맛보거나 들어본 적 있는 물고기들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늘 간과하는 점이 있다. 현지, 즉 산지가 아닌 곳에서 재료가 유통되어 먹을 떄에는 산지의 맛을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맛에서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요리하는 방법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는 각 바다를 대표하는 몇몇의 물고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소개만이 아니라 관련되어 있는 역사를 살펴보기도 하고, 어떻게 저장하고 어떤 방법으로 먹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우선, 동해에서는 개인적인 취향이 듬뿍 반영된 명태가 대표적이다. 명태는 이모저모 먹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명태는 처음부터 우리의 먹거리는 아니었다고 한다. 역사 속에 우리는 명란을 대가로 명태를 손질하는 방법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렇게 명태는 우리 곁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서해에서는 조기이다. 보리 굴비, 법성포 굴비로 매 명절떄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그 조기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 조기국을 먹었던 내용이 나온다. 맑은 소금국에 조기 한 마리가 달랑 들어있었다고 하는데, 아주 깊은 맛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전남 지역에 가야만 진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남해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가 대표적이다. 전어는 7월말부터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전어는 매우 뼈가 연하고 부드럽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는 고소한 가을 전어 구이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전어는 맛이 좋아 돈을 세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맛에서 만큼은 빠지지 않는 전어, 어부들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 제주도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갈치이다. 여기서 제주도 여자의 삶이 나오는데, 제주도 여자는 음식에 정성을 들일 시간 없이 매우 바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음식이 간단하게 구성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갈치국이다. 이 갈치는 먹갈치(은빛 비늘이 벗겨진 갈치)로는 절대 만들 수 없고, 무조건 신선한 갈치여야만 한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
경험해 보지 않아도 마치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바다와 물고기를 소재로 인문학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언제 이렇게 자세히 '생선'에 대한 공부를 해보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는 지점 하나 없이, 즐겁게 읽은 책 중의 하나라고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