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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제학 1 - 부동산의 비밀 ㅣ 위험한 경제학 1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통쾌했다. 그리고 우울했다. 그러나 희망을 확인했다.
한국 현실을 부동산이란 매체를 통해 확인한 모습은 한국사회의 경제는 물론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파악하도록 해주었다. 부자가 읽고 싶은 책은 아닐 것이다. 서민들에겐 한국의 위험한 투기판으로 둘러 쌓인 불쌍한 인생을 사는 인간일 뿐이었다.
‘위험한 경제학’은 강한 경고를 위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연구소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철철 넘치는 객관적인 자료는 저자의 강렬한 외침을 옹호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각종 지표와 도표, 그리고 부족하나마 믿을 수 있는 자료들을 힘들게 찾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노고는 이 책의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부동산이란 경제재를 매개로 사회적 권력관계와 정치권력을 해부하는 대목들은 이 책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선 언제나 사회적 강자에게 휘둘리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정직하고 올바른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의 부도덕성을 정면으로 제기한 점에서 독자로서 좀 위험하다 싶을 정도였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장했단 이야기지만 현재 후퇴하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린 위험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가장 심화시키는 존재들인 ‘토건족’의 실태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왜 권력기관, 특히 MB정권이 건설업체들을 지원하는지, 그리고 언론기관과 건설업체는 어떤 관계인지를 소상하게 적시하고 있는 대목에선,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서민들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사회 속에서 우린 위험한 줄타기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진실보다 거짓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의 서민들은 그래서 왜곡된 부동산 정보에 허둥대고 줄 서며, 그리고 빚더미에 앉아 파산하는 불운한 운명에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아 공포스럽다.
이 책의 가치는 다양하지만 내가 읽은 가치는 탐욕의 경계이다. 특히 정부, 언론, 그리고 건설업체들의 탐욕에 가세하여 부동산 막차를 타는 우를 범하지 말란 경고다. 부동산과 관련된 한국의 경제활동은 한마디로 투기이다. 투기엔 언제나 희생자가 따라오기 마련이고 그 희생자의 공통된 특성은 정보의 부족이나 오류에 기인한 것이 태반이다. 한국의 서민이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상류층으로의 진입을 하려는 욕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로소득이나 로또처럼 인생의 대박을 터뜨리려는 욕심에 기인한다면 위험은 언제나 그 욕심 옆에 기생하기 마련이며, 왜곡된 정보는 성공보단 패배를 안기기 쉬울 뿐이다. 이런 위험을 떠안고 모험을 하지 말라는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인간애가 물씬 담긴 경고를 이 책은 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의 분석과 예측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존재할 것이다. 그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권력집단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신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막차라도 그들과 같이 가는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우둔함이 한국의 권력자들에게 더한 탐욕을 불러 일으켰고 그런 탐욕으로 인해 무엇이든지 하도록 이끌었다. 그래서 그들은 반성보다 서민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인 ‘MB정부에 속지 않는 법’은 상위층의 부도덕성을 단죄하지 않은 국민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은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애초부터 할 필요도 없는 걱정을 우린 탐욕과 무지로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긍정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긍정적인 삶을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척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은 그래서 휴머니즘이 가득한 책이다. 지금까지 잘못했으니 앞으로 더 당해보라는 치졸한 책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한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 하나하나엔 우리들의 자성을 이끌어내는 비판이 서려있다. 그러나 비판은 냉소와 같은 포기가 아니다. 무엇을 바꿔야 할지,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소리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심하면 피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즉, 속지 말자.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불안감으로 차라리 속고 싶은 유혹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맹목적 환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분명하다. 모든 이들의 공멸이다. 아파트 가격, 아니 집값은 내려가고 있다. 언론과 정부, 그리고 건설업체들이 어떤 조작을 하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지금 너무 힘들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혹은 남들이 투기를 해서 억대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자신도 투기대열에 합류하려 할 때, 앞으로의 희망은 단순한 탐욕임을 보여줄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를 일본이나 미국 이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이 책은 힘들게 우리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