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9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린이 같은 동화 내용 뒤편엔 너무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다른 방식이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을 여기서도 재생산되고 있었다. 영화는 어린이를 위한 만화와 같았다. 그러나 어른들을 위한 여지는 좀 더 커보였고 다양한 상징 속에서 사회성까지 담은 내용도 있었다.
  상황 설정은 무척 슬프고 암담했다. 인간의 스스로의 탐욕과 무지에 의해 인류가 스스로 멸망했다는 설정은 어떻게 보더라도 너무 슬픈 내용이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인간 스스로가 만든 기계군단과 싸우는 인간들을 보여준 것이 차라리 훨씬 보기 좋았다고나 할까? 영화 [9]은 안타깝게도 인간이 없었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환경피해로 인한 세상의 황폐화이다. 파멸의 시작이란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 녹고 있는 북극의 얼음은 인간의 오만함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현재 출산율 하락의 배경엔 다름아닌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 살벌한 경쟁은 자살률은 물론 미래를 책임질 사회구성원 숫자의 하락을 일으켰다. 앞으로 새로운 성원을 해외에서 끌어 올 것이냐 마느냐 하는 논쟁이 사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어떤 결과이든 사회적 분노와 분쟁을 야기할 것이다. 출산율 하락은 사회적 열패자들의 앙갚음일 수 있고, 사회 분열과 파멸의 시작일 수 있다. 영화 [9]은 좀 직설적일 뿐 인간의 원시적 본능을 막지 못해 생기는 결과를 적나라한 결과를 보여줄 뿐이다.
  헝겊을 재료로 하는 인형들에 생명력을 부과해서 영혼을 가진 아홉의 인형들의 탄생은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영화 [9]에 비한다면 터미네이터는 더욱 희망적이었던 것이다. 최소한 인간이 살아있으니까. 그러나 영화 [9]에선 인간이 멸망했고 또한 인간을 대신할 것들이었다. 그들의 탄생배경은 인간의 몰락 이유와 같은 것이었다. 히틀러와 같은 광신도의 출연은 서구에서의 히틀러에 대한 충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인간을 함부로 죽이고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는 정치 리더의 출현은 그 자체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한 과학자의 나름의 처방에 따라 이 세상에 나온 9개의 인형 인간들은 인간과 묘한 관계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대사였던 ‘앞으로 우리들의 세상이다 (확실히 기억나지 않네^^)’란 표현은 정말 우릴 슬프게 한다.
  이 영화는 또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갖고 있다. 주인공은 숫자로 표시된 이름들은 각자 인간세상에 있는 인간 캐릭터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그 중 우리가 상식이든 편협된 선입관이든 무력을 쓰는 영웅은 보통 남자인데 영화 [나인]은 여성을 상징하는 (7)에게 무사적 매력을 부과했다. 무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우둔하고 말 잘듣는 곰 같은 캐릭터일 뿐 정의의 사도나 팀을 구하는 매력을 지니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남성 캐릭터들 닮은 여성 캐릭터를 무사로 선택했다. 사회적 반영이든 여성 관객을 위한 로망이든 여성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결코 인간을 위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인형들을 위한 해피엔딩이자 인간에 대한 냉소가 이 영화 뒤편에 깔려있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차피 또 다른 존재들이 인류를 대신해서 지구를 경영할 수 있으며 인간의 절대적 존재감을 영화에선 조롱할 뿐 부정하고 있다. 상대적인 가치만을 갖고 있는 인간들은 중국 사상가인 도가들, 그 중에 [열자]의 사상을 생각나게 한다. 인간의 절대적 자존감은 스스로의 표현일 뿐 사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바이러스와 같은 생명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조심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