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부의 비밀 - 나와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회계
하야시 아쓰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마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빠른 시간에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스토리는 뻔한 것이다. 악당이 존재하고 그들의 음모를 밝혀낸 주인공들이 있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극화한 것을 빼면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화적인 내음도 비슷하지만 상명하복이라든가 회사에서의 분위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대신 좀 특이한 것이라면 회사 내의 회계과정을 파헤침으로써 문제가 해결하는 것이 독특하다.
  개인적으로 회계학을 배운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잠깐 회계학을 공부한다고 분위기를 띄운 적은 있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론을 실재에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가공된 이야기들은 회계학이 실재에 적용된 사례로서 나에게 다가왔다.
가공된 이야기에 비현실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레나와 같은 당찬 직원이 그와 같은 멋진 도박과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다구치 회계사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공인회계사는 종종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많고 암암리에 회계부정을 눈감아 준 적이 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소수라고 하기엔 그 신빙성을 믿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만의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사장이 소설 속에 있는 인물처럼 어수룩한 인간이라면 기업의 문을 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아마도 이런 점이 약점이라고 느껴질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약점을 고려하지 않고 쓰인 작품이 아니다. 이 책의 핵심은 회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가 목표였다. 회사 고위층이 마음 먹는다면 벌어질 회계부정은 일반인들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점에서 수많은 거짓말 중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회계부정에 대한 이야기는 몰라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작가 하야시 이츠무는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우리들에게 회계와 관련된 적나라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고마운 책이다.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몰라서 사람들이 힘든 것이 아니다. 가혹하게 다가오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당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계학을 고리타분한 이공계 서적쯤으로 아는 일반인이 많은 상황에서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화시켜서 우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 가면서 설명해준다. 특히 분식회계라는 것이 어떤 범죄행위인지 잘 몰랐던 나에겐 다시 없는 교육의 기회였다. 그 이외에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회계학의 내용들은 정말 살이 떨릴 만큼 가혹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회계부정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일어날 것인지의 상황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가장 기본적인 교훈과 이야기를 함께 갖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재미있게도 전문적인 소설가는 아니다. 공인회계사이자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것이 본업인 그는 또한 취미를 누리듯 소설까지 썼다. 아마도 현실 속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기본으로 이 책을 썼으리라. 어쩌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반으로 이름만 바꿔서 썼을 수 있고, 그것이 Happy Ending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에게 고마운 것은 그런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란 것이 분명하다. 적은 시간에 많은 즐거움과 교훈을 얻은 것 같아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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