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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왜 좋은지를 생각하고 읽었는지는 의문이다. 억지로 공부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읽어야 할 시간은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라면 독서도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독파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고, 험하디 험한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토익책을 가까이 해야 하기도 하다. 지금은 중국에 대한 영향권으로 진입하는 한국이다 보니 HSK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뭔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또한 책을 읽어야 한다. 사업을 위해, 그리고 뭔가를 알아야 생존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많은 책들은 이렇게 생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며 소비된다. 하지만 아마도 이건 한 개인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내세우고 자유를 위해 자립을 해야 할 인간들의 숙명이라면 무엇인가를 이용해야 하며, 책은 인생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류가 만든 수단들 중 최고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 장석주의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라는 에세이는 책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인도한다.
책의 가치를 어쩌면 나는 물론 현대인들은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고 있거나 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생활고란 인생의 깊은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닫힌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보는 시각은 좁아졌고 타인과의 관계 역시 투박하기만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의 뭔지 모를 공포들이 엄습해 온다. 한국사회는 현재 긴장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도시 속 삶은 야박하고 낯설기만 하다. 타인에 대핸 배려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고, 그 미래 역시 더욱 그렇다. 어쩌면 책이 필요한 시기다. 깊은 내면의 시간을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정결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독서의 시간 말이다.
뛰어난 작품들을 읽는 이의 마음을 담은 이 책을 읽었을 때 묘한 느낌을 받는다.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선별한 이의 분별력에 마냥 감사하면서도 막상 원작과 멀리 서있었던 독자의 마음은 묘한 슬픔에 젖기도 하다. 원작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이 책의 가치는 무척 높지만 언제부터인가 책에 손을 놓은 한 개인의 비애가 느껴지는 것도 같다. 이전엔 안 그랬는데 하는 야박한 비판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란 시간들 중 과연 어떤 시간이 독서에 가장 부적절하겠는가. 모두 가치 있는 시간이고, 결국 시간을 내려는 개인의 의지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에세이지만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담고 있다. 책 속에 담긴 해결책이 과연 최선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은, 그리고 저자는 이 시대를 살면서 시대적 고민을 담담하게, 그리고 격정적으로 기술한다. 또한 저자가 시인이란 문학가이기에 그 표현력은 참 매력적이다. 풍요로운 내용과 범위는 물론 깔끔함 정리이면서도 짧은 표현력 속에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동시에 색다른 표현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긴장하게도 하면서 흥분도 시킨다. 거기에 뛰어난 분석력 등은 이 책을 읽는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줬다.
‘청춘을 다 바쳐 읽었다’라는 표현은 스스로에 대한 굉장한 자긍심일 것 같다. 난 이렇게 이야기한 분야가 사실 하나도 없다. 책이란 분야에서 일을 했기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아니다. 책이 갖고 있는 가치를 결코 놓지 않으려 했던 저자의 인생 투쟁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었을 것이고, 에세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깊은 내면의 성숙이 매 페이지마다 느껴지며, 또한 한 인간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다. 책의 가치가 저자의 내면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면 이 책은, 그리고 저자가 쓴 책들은 그런 기준을 만족시킨다.
도시 생활이 힘들긴 한가 보다. 특히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경제위기는 그런 고통스런 생활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그런 고민들과 아픔을 이 책은 결코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생활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그것에 대한 해결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인지 모르겠다. 이런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이상향을 꿈꾸고, 그리고 어쩌면 현재의 자신이 서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저자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에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대의 아픔에 대한 나름의 처방을 갖고 있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면 그 철학들에 좀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을 통해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많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노력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