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철학 지도 -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밑그림
김선희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만을 독자로 했다면 조금 사실 그리 쉬운 책은 아닐 것이다. 아니 매우 어려운 책이다. 책 내용의 난이도도 그렇지만 사실 이 내용이 담고 있는 것들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기 힘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의 맹점일 수 있겠지만, 어린 나이로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기에 철학이란 연구 분야는 어떻든 성인들에게 적합한 분야일 것이다. 다만 성인을 위한 준비 단계로서 이 책은 분명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준비 단계를 위해 아주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다. 과도한 추상화 단계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쉽고 자주 듣는 것들로부터 시작했고, 그 내용 구성 역시 무척 쉬운 소재들로 가득했다. 성인들의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구성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구성에만 있지 않다. 철학의 진지한 고민이 숨어 있다. 또한 철학이 고민해온 문제제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결국 철학의 고민은 하나의 독립적 개인과 사회의 한 구성원이란 이중적 위치에 놓인 인간이 감당해야 할 고충을 해결하는 일이다. 그것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문제이기도 하다. 한 쪽으로만 치중했을 경우 이기주의나 혹은 전체주의란 문젯거리를 남기게 된다. 어쩌면 그 수많은 철학자들은 이 둘 사이 중 어느 한 곳에 위치했을 것이다. 이 책의 첫 시작이었던 유토피아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분석은 그런 고민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심장하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유토피아적 속성과 그 특징을 분석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동서양에 있었던 이상향들을 비교하고 그런 이상향이 담고 있는 현 체제에 대한 비판과 유토피아 뒤에 숨어 있는 전체주의에 대한 우려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왜 유토피아를 생각했었나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조금 아쉬웠다. 인간의 문제해결 방식은 결국 공동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왔던 것은 사회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고, 아니면 그냥 떠나버리는 이탈자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관자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대 사회, 아니 이제 글로벌 사회라고 포장된 국제사회의 본질은 결국 국가가 이제 시장처럼 됐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없다면 언제든지 떠나버리면 그만이란 의식이 팽배한 것이고, 그런 점에서 현재의 국가는 이상향을 이루기는커녕 지금의 규모도 유지하기 힘든 무력한 한계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마치 이탈자들이 만든 공동체가 됐다는 점을 명확히 부각시켰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차라리 소속감이란 부분을 다시 첨가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비극이나 코메디 부분을 통해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고 귀향이나 우정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는 동료의식의 가치를 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평이하면서도 제대로 짚어주는 문장력은 읽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또한 고백의 부분에서 개인주의, 도시 발달, 그리고 근대 등과의 연결고리를 분명히 밝혀내는 부분에선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Study 부분은 이 책의 최고의 압권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개인에서 출발하면서도 공동체의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으로 많은 철학자들이 생각하고 제안한 것이 공부라는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갖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처럼 결국 공동체 내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사회의 한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는 한 개인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동체 생활을 최고로 만들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철학자들의 해결방안은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를 제대로 보여준 내용이기도 하다.
  사회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인지 모른다. 공자를 비판했던 노자도 결국 자기 집단의 체제 유지를 위해 멋대로 만든 사회적 가치의 편협성이 그 핵심이었다. 평등을 원했던 공자의 유가가 자신의 의도와는 관련 없이 위계적 신분질서를 만든 이념의 토대가 되고 만 것은 그런 슬픈 철학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토피아 역시 그런 위험성을 언제나 갖고 있을 것이다. 마냥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만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의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혼자만 살 수 있는 사회가 건설될 수는 없다. 어차피 이탈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리도 없으며 이미 개인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시장주의가 만든 폐해인 경제위기와 전쟁과 같은 참혹한 결과는 이탈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가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입증됐다. 이러기에 시장의 힘을 제어할 국가의 필요성을 제기한 케인지언이 오늘에도 그 호소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부를 사회 내에서 권력자가 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사회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만 한 시점이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인 공부가 마음에 와 닿은 이유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