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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논어
야스토미 아유무 지음, 고운기 옮김 / 현암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공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책, 논어는 무척 오래 전의 책이지만 지금 봐도 혁명적이다. 역대 중국이나 한반도의 왕조들이 그 혁명성을 보수적으로 바꿔 사용했지만 사실 그 내용의 진위를 왜곡한 그들의 작태야말로 공자가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충이란 것을 임금에 대한 절대적인 맹종으로 바꿨다. 사실 한 집안의 무조건적인 효의 개념도 어쩌면 공자의 생각을 왜곡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공자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혁명적인 생각이 어느 순간 보수적인 생각으로 덧씌워져서 참신한 생각을 가로 막은 수구적인 생각과 방식을 고집하는 노인으로 바뀐 공자는 사실 슬픈 철학자일 것이다. 그렇게 악용될 수 있었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공자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몇 천년 전에 소개된 논어는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 현대적 해석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공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어야 하는 것이 현대의 해석하는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이리라. 무척 어려운 일이며, 고단한 작업이지만 공자의 생각에 많은 것들에 영향 받는 이들은 공자 사후 오랜 동안 있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말이다. 일본인 경제학자가 풀어낸 이 ‘위험한 논어’는 그런 지난한 시도로 나온 책이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다. 새로운 해석에 다시 경제학자라는 시선이 더해진 것 같아서 말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는 시장이란 공간 속을 중심으로 이론을 펴는 이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도가를 숭상하는 이가 공자를 바라보는 이율배반적인 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넘어도 인류에겐 무척 어려운 삶의 고통이 존재한다. 즉 공동체란 시공간에 살면서 짊어져야 하는 생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자유롭고 싶지만 그런 행복은 사실 공동체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의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공자는 행복을 찾으려 했고, 그런 행복을 위해선 당연히 공동체의 소속된 이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책임은 곧 한 개인에겐 부담이고 결국 고통이자 불행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친공동체적으로 세상에 나온 이들이 얼마나 될까?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시공간 속에서 그런 책임을 웃으면서 받아들일 이는 적을 것이다. 그런 고민 한가운데 군자나 인자, 혹은 성인이 위치할 것이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이가 많다면 그 사회는 어떻든 건강할 것이고 건전할 것이고, 공자는 그런 것이 좋은 것이며 옳은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것이 공자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기준일 것이며, 그것이 편협하다는 도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지적이 있었겠지만 결국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어떻든 왕조든 공화국이든 공동체인 만큼 공자의 의식이 현대적인 의미에서 시민정신으로 바뀌었을 뿐, 공동체를 위해 책임지는 소속원들이 많아지는 것을 마다할 리가 없다. 문제는 최근 이런 시민의식이든 유학자들이든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많이.
일본 경제학자의 색다른 해석은 무척 재미있고, 무척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특히 책임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모인 공간으로 기능하는 시장이란 것으로 사회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예리한 분석을 뒤로 하고라도 시장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심지어는 시장을 수단으로 해서 경제적 부를 확대하려는 시장 연구가인 경제학자가 시민의 책임의식을 핵심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사상가의 책을 해석한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세상에선 매우 독특한 시도이면서도 가치가 많은 작업이다. 시장에서 과연 책임의식을 갖고 공동체 의식을 지닌 시민이 활동할 수 있는지, 혹은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시장에서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간극을 메우려는 의지를 갖고 논어의 현대적 해석에 도전한 것 같다. 솔직히 과연 이기적인 인간들을 숭상하는 시장경제학자인지, 아니면 그래도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케인지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노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또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시장 우위의 자본주의자들에겐 위험할 수밖에 없는 친공동체 사상가인 공자의 혁명성을 다시금 조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척 가치 있는 작업이리라. 사실 진보적이란 의미는 결국 공동체 우의의 사상 아닌가? 그런 점에서 시장의 약점이 이기심을 줄이는 방법으로 공자의 생각을 참혹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시장 우위의 이 세상의 폭력성을 줄이는 작업으로 다시금 공자의 생각을 재조명하는 것은 현대의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