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의 즐거움 - 고대의 현자 세네카가 들려주는 불행한 시대를 이기는 방법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혁 외 옮김 / 눌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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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위로 받은 게 많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친구를 둔 덕분에 많은 도움과 은혜를 받았다. 언제나 그런 고마움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갈등의 씨앗처럼 존재했다. 친구들에게 받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빚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올 때 마음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의 고마운 마음이 나에겐 불편한 반응으로 다가오는 것이 싫었지만 시간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느낀 부채였다. 그런 마음이 옹졸한 줄 알면서도 친구의 안면을 외면하고 싶은 시간들이 많았다. 그런 것이 문제였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사실 해결할 방법을 몰랐었고 자존심으로만 해석하려 한 거였다. 이런 갈등을 이 책이 시원하게 날려준 것 같다.
  은혜를 준 이 역시 은혜를 받을 수 있고 동시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로의 발전은 베풂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지금의 시간이 아니라 나중에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무척 위로가 됐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쩌면 마음의 부채는 그 시간을 좁게 잡았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만 알고 살았던 것 같다. 거의 2000여 년 전의 스토아 학자의 식견은 지금에도 통할 수 있는 놀라운 식견이었다. 위대하니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의 ‘De Beneficiis’를 번역한 ‘베풂의 즐거움’은 제한된 시간만을 생각한 어리석은 나에게 마음의 위로는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 지침서기이고 하다. 무척 감사한 책이다.
  지금 시기엔 적절해 보이지 않은 묘사가 있긴 하지만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분석과 함께 뛰어난 유추로 세네카는 자신의 탁월한 사상적 논리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그의 유추는 문학적이고 산뜻했고 인상적이었다. 당시 시대상을 담은 표현들 속에서도 지금의 우리들이 쉽게 독해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그의 필력은 무척 놀라울 뿐이다. 그의 정치적 능력이나 활동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의 책은 정말 탁월하다.
  책은 개인적 수준에서부터 은혜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다. 은혜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받은 이의 기본적인 바른 자세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많은 위로를 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이 책이 개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좋은 생활지침서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세네카는 은혜를 범위를 더욱 확대해서 사회적 수준으로 끌어가면서 모두가 함께 하는 건전한 공동체를 구현하려 했고 아마도 그의 진정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결국 자그만 인간관계의 구현에서부터 실현되는 것이다. 은혜가 부채 의무처럼 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타인에게까지 확대하라는 그의 의중은 사실 도시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도시는 시장바닥이 됐고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에서의 은혜는 고사하고 경쟁에 매몰돼서 서로에게 상처 입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공동체의 말로는 불행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은혜가 확산될 수 있는 많은 시도가 지금 있지만 사실 힘든 지금, 세네카의 혜안이 무척 절실한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오늘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처방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현인에 귀를 많이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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