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류가 가정을 만든 후 가족의 구성원인 가장은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가장의 가치는 경제적인 버팀목을 줄 수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지금도 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가장의 임무를 다 하지 못했을 경우 그 때부터 가장은 가장이 아니라 그냥 가족에서 피해를 주는 가족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냥 부담만 주는 존재로 하락하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오늘도 가장은 달리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종종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것이 성공하면 가장으로서의 권위 (요새 이런 권위도 사라지고 있지만)는 물론 집에서 밥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아니면 밥은 커녕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적나라한 현실 기반위에서 낭만적인 결과를 담은 영화가 ‘거북이 달린다’이다.
  충남 예산의 강력계 형사인 시골형사 조필성은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그 이름과 다르게 실패의 연속이었고 우리가 아는 그저 그런 경찰이다. 뒷돈을 스스럼없이 받고 그 답례로 보답을 의해 상대 경쟁업체의 사장을 불법 혐의로 잡아 가두고 친구를 통해 함정수사를 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찰인 셈이다. 그의 이런 형사로선 부적절한 외도의 뒷편엔 가족이 있었다.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5살 연상의 아내와 두 딸로 구성된 그의 가족은 그에겐 행복을 전달해주기 보단 부담거리이자 책임진 가족이다. 이들을 위해 그는 무리수만 계속 두고 있었고 그들에게서 조금이라도 가장의로서의 호칭들을 듣기 위해 그는 사회성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봉이라는 경찰 생활은 그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엔 너무 부족했다. 그의 부패로도 메꾸기 힘들었던 가정에 대한 책임은 더욱 큰 무리수만 요구했고 급기야 아내의 돈을 훔쳐서 소싸움에 돈을 거는 행위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모습은 남자들이 짊어지는 가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인정 받기 힘든 가장의 굴레는 욕 먹을 바엔 차라리 모험을 걸 수밖에 없는 가장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 있다. 설사 성공했어도 그 다음엔 그런 굴레가 사라지지도 않을 남자의 운명. 남자란 이름이 담고 있는 그늘의 그 어떤 하나임을 슬프게 형상화했다.
  영화의 사건은 단순하다. 소싸움에서 횡재한 돈을 전국에서 유명한 탈주범이 갖고 도망갔는데 그 과정에서 조필성 형사는 탈주범이자 강도인 송기태에게 두들겨 맞고 빼앗긴 것이다. 이 정도면 형사의 자질까지 의심스런 상황으로 몰린다. 형편 없는 가장에 형편없는 강력계 형사. 이게 조필성이다. 이런 그가 ‘거북이’란 비유로 무능력이 암시된다면 ‘달린다’란 동사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을 상징힌다. 무능하지만 포기하면 안되는 그는 그래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란 억압에 허덕여서 어쩔 수 없이 발버둥치는 가장이란 굴레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 아닌 지역 사회의 양아치들로 구성된 동료들과 함께 탈주범을 쫓는다. 그런 과정에서 어리숙한 일처리와 황당한 사건의 연속, 그런 과정에서 보이는 속물들의 특성들은 여지없이 소개된다. 그 누구 하나 똑똑하게 일처리하게 없는 탈주범을 쫓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거침없는 비판이 날선체 드러나 있다. 경찰이지만 자기 동료가 아닌 경우 그들은 타자보다 더 한 타자가 됐고 서로간의 공명심으로 수사 방해까지에 이르른다. 이것 역시 조필성만 집안의 가장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 역시 탈주범을 자기가 단독으로나 혹은 자기 팀에서 잡아야 가장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기에 그들 역시 탐욕스러운 행동을 하긴 마찬가지다. 이 모습에서 또 다시 가장들의 비애가 여과없이 표현되어 있다.
  영화에서 가장 현명하고 똑똑하고 멋있어 보인 탈주범은 그가 왜 그런 범죄를 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붙잡혀야 할 뿐이다. 영화에서 추측이 가능한 것처럼 그는 어리숙한 경찰에게 멋지게 잡혔고 그 공로에 대한 여과는 그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함께 누렸다. 분명 해피 엔딩이었지만 극장을 나올 때 봤던 엄청난 비처럼 씁쓸했다. 현실적으로 탈주범은 멋지게 일을 완성하고 중국으로 도피했을 것이니까. 그래서 영화는 그 결말과 다르게 슬펐다.
  가장의 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없다. 굳이 하자면 경제가 활황이어야 하는 정도?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의 시대이다. 아버지와 남편으로 불리는 가장은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말못할 고민과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웃음을 위해 위험에 찬 모험을 할 것이다. 그냥 평범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거북이’란 단어로 표현한 것에 대해 적절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어떤 비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식의 가정이라면 구조조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부연하자면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과연이란 찬사가 나올 법 하다. 올 말 그들의 수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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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검은 베일
토머스 소웰 지음, 박슬라 옮김 / 살림Biz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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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약력을 확인할 때 후버 연구소 상임학자란 프로필에서 그의 보수적 이력이 느껴졌다. 책 속에서 보이는 그의 보수적 사고의 핵심들은 미국은 물론 한국사회의 보수적 사고를 보는 것 같았다. 보수라고 학자적 품성이나 사고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비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원칙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책에서 나름 합리성이 드는 부분이 있어도 전체적으로 저자의 의도가 과연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줄어들지 않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정부나 사회, 혹은 그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질 필요가 없는 제 3자’들은 그만 간섭하란 것이 저자의 요지다. 그러면서 그의 해결책은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터지면 시장의 원칙처럼 그냥 놔두면 된다는 것이며 이 점에서 그의 오류는 심각하다. 현재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주범인 시장을 그는 모든 문제의 해결점으로 내세웠단 것이다. 아쉽다면 왜 시장이 유일한 해결책인지 거의 제시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대전제인 시장원칙의 우위성 자체가 심각한 의문대상이란 것을 망각하고 있다.
  현 세계의 경제문제를 터뜨린 신자유주의자들의 괘변처럼 토머스 소웰은 언제나 시장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보수학자들은 시장이 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제 제대로 제시한 학자들은 없었다. 또한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비판하는 정부의 개입이야말로 시장의 불완전성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만약 시장이 두통거리가 아니라면 왜 정부가 나서겠는가?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은 물론 현재 터지고 있는 세계적인 공황의 원인이 바로 시장원칙의 준수 때문에 터진 것을 생각해보면 시장 내의 행위자들의 불합리성과 탐욕을 제거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극우적 시장주의자들의 진정한 참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두 가지 점에서 책임은 지지 않는 무능한 제 3자의 개입을 비판한다. 첫 번째는 상류층에 대한 제 3자의 개입 비판이다. 즉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해 정부와 같은 제 3자가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선 지역 사회의 집값이나 토지값, 그리고 비영리기관인 대학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의 토웰의 비판은 피터 슘페터가 제시한 조합주의적 국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과 경쟁보단 배제와 기득권을 옹호하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해 어떤 학자들이나 충분히 비판할 수 있고 그 점에선 정당하다. 그러나 그의 해결책은 시장원칙을 지키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기득권을 유지한 상위층들이 시장원칙을 통해 약자들과 같은 정글에서 경쟁한다면 과연 시장원칙이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과연 정치적 안정을 꽤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득권을 위해 운영되는 법과 제도가 문제라고 해서 그것을 없애자는 의견은 우리에 있는 호랑이에게 고깃살 주는 것이 아깝다고 우리에서 풀어주는 사태와 다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기득권을 옹호해주는 법과 제도를 약자들을 위한 삶의 개선을 위한 쪽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 점에서 정치권력이나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저자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제하는 쪽을 선택했다. 국제적으로도 토웰의 주장은 미국이 여타 약소국들에게 워싱턴 컨센서스를 인정하라고 강요해서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고통을 당한 상황과 무척 유사하단 점에서 그의 보수적 사고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두 번째의 문제점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억측이다. 이 부분은 소득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위 20% 세대의 소득이 이전소득 등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의 빈곤이 더욱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그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그들이 과거엔 소유하기 힘들었던 전자레인지나 비디오 레코더 등을 소유함으로써 그들의 부가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늘었음을 이야기한다. 어느 점에선 수긍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전자레인지가 상류층 제품과 수준차이가 적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말로는 같은 종류의 상품같지만 가격이나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를 지닌 것들이다. 마치 상류층은 2009년 최신을 갖고 있는 반면 하류층은 1981년 것을 갖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같은 상품이지만 노후화되고 위험한 제품들을 사용해야 하는 하위계층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상류층이 골동품을 모으지 않는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폭발할 수도 있는 전자제품 쓰라면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것들을 하류층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레인지 가격대를 살핀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전자레인지란 품목 하나에 집착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층계급도 에어컨을 소유하고 있으니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중고품 위주의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아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또한 저자는 빈곤이 사회적 관계의 차단이 있을 수 있으며 그렇게 차단된 사람들은 노숙자들 등으로 계속 사라지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들의 사망률이나 숫자들을 확인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생기기까지 했었다.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경험적 사례에서 이런 사례들은 희한하게도 벗어나고 있었다. 그의 빈곤층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을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빈곤층은 중산층이나 그나마 버티는 사람들이 하위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백인이 인구학적으로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지 모른다. 이 때문에 이방인들을 끌어들이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의 또 다른 문제는 중산층 이상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각종 이전소득을 얻고 있단 점이다. 저자가 제시한 대학교수들이 하류층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들은 상류층이다. 그와 같은 대학교수들이 이런저런 특혜를 받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면서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즉 그들도 이전소득과 마찬가지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 점을 비판하고 있는 저자는 하류층의 이전소득을 비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이것은 저자로선 문제점이 있는 사고의 오류다. 여기에 마치 상위 20% 이상이 순수하게 자신들의 노력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다른 계층에 비해 은행에서 더욱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고 이런 혜택은 다른 계층과 달리 더욱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하위 계층에게 돈을 많이 빌려줄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것들 것 빼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실 왜곡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상위 20%가 하위 20%와 경쟁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탈락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죽음으로 사장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으며 중산층 등에서 하위로 하락하는 사람들 역시 많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급에 대한 통계상의 오류로 지적되는 것이 현재의 월급에 대한 평균치를 상근 근로자와 비상근 근로자의 월급을 합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이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비상근 근로자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비상근 근로자의 월급을 함께 계산한 이유를 간과한 것이다. 즉 비상근 근로자가 너무 많아져 그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미국 월급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고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즉 울며 겨자먹기로 비상근 근로자, 즉 Part-time workers의 고용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야 정책 수행에 있어 정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개별적인 사례 이외에도 다시 한 번 경험적 사례를 살펴봐야 할 부분들이 많다. 인종문제라든가 제 3세계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의 주장에 대해 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이미 만들어논 기존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함부로 끌어들인 경험적 사례들은 다시 재고찰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Economic Facts and Fallacies란 책의 제목은 그의 분석에 대해서도 해당될 수 있다. 솔직히 그가 주류경제학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그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그가 정부의 간섭에 따른 실패사례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정부의 간섭에 따른 불확실성을 예로 들지만 시장만능주의는 불확실성이 없을까? 결국 정부의 간섭에 따른 불확실성은 인간 본연의 문제이지 제도상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불확실성은 주류경제학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시장의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세계적인 불황이 터널로 밀어놓은 것이 한두 번은 아니다. 그 시점에서 정부의 간섭이 사회전체적으로 요구됐고 지금도 그 시점 한 가운데 있다. 세상살이 자체의 불확실성을 오직 한 곳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그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한다. 비판을 위해 부정적인 사례를 드는 것은 인류 역사에 언제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해결책을 아직 검증받고 허락받은 이론이 아닌 것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더 큰 위험이 따르기에 이 책의 보수적 사고는 무척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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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지음, 마리오 주카 그림, 박선령 옮김 / 로그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들이 창조해낸 소설작품의 캐릭터보다 작가 자신들의 개성이 더욱 흥미롭다고 느껴졌다.
문학, 아니 예술작품들을 볼 때면 작가들의 독창성에 무척 감동을 받는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예리한 능력으로 파헤치는 그 무엇때문이리라.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뛰어난 능력이 곧 그들의 훌륭한 품성에 대한 예찬으로 종종 바껴지곤 한다. 그것은 어쩌면 포장이란 이름의 신격화가 이루어진다고 할까? 이런 통념에 대해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분명히 문제제기를 한다. 정말 그럴까? 하고.
책은 매우 기인한 작가들의 개성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어조로 들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훌륭한 작품들의 작가들이 사실은 반사회적 인간들이며 종종 가장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인간들에 포함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도 동성애 작가들을 보여줌으로써 혹은 작품을 출판했을 때의 철저한 계산능력을 통해 인간애를 다룬 걸작들과 다른 그들의 행태를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여기에 전혀 새로운 종교관이나 철학을 갖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은 작가들에 대한 냉소적 어조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로서 부합되는지 모른다. 여기에 기막힌 사고를 치는 작가들의 사생활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사실 이 부분에서 나의 환상이 깨지는 부분도 많았다.
이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으로 한정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환상의 파괴가 저자의 의도라는 것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작가들의 진귀하고 괴이한 모습과 행동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낳은 유명한 작가들의 기이하고 부도덕한, 혹은 무책임한 생활들을 통해 문학 애호가들의 환상을 깨려는 목적을 두고 있는 것만 같다. 종종 보이는 동성애는 물론,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들과 놀아난 작가들군,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기이한 행동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대경실색하게 하는 장면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환상의 우아함과는 철저히 반대되는 것들이다.
어쩌면 좋은 작품이 좋은 인간성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혹은 사회적 윤리를 잘 지키는 가정적이고 신사들, 혹은 숙녀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된 통념일 것이다. 그것이 경제적 타산에서 혹은 우리들이 알고 싶어하는 환상을 만들고 지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의도가 무엇이든 우리 역시 우리들보다 유명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훌륭하길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그들이 착하길 우린 원한 것이다. 이런 기묘하고 우울한 의도들은 상당히 문제있는 통념의 양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도 이런 환상은 계속 유지되고 또한 창조된다. 유명 연예인들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아침 방송에서 보여주거나 아이돌 그룹들의 선행 등은 연예인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선행과 반대로 일주일 전까지 행복하게 산다는 부부가 이혼하는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을 보고 화려할 것만 같던 여배우가 자살하는 어이없는 뉴스를 목격하기도 한다. 또한 우스꽝스럽게도 마약 금지에 동원된 그룹의 일원이 사실은 마약 복용자란 기막힌 뉴스가 나오는 것 역시 사회의 핫이슈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거짓일지 모른다는 개연성과 당위성을 무시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만 보려다보니 조작된 정보와 환상 속에서 현재의 자신의 피로회복을 하려다보니 우리들이 원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더욱 충격을 받게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들의 환상으로 인해 선행이 선행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대적 시각도 과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익스피어의 처절한 인생을 보면서 그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인간의 성찰을 느끼도록 했는지 이해가 갈 것만 같다. 인간이 인간의 진솔한 면을 편안하고 도덕적인 인간보다 거친 생활을 살았던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타당한 것일지 모른다. 또한 우리가 전혀 반대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들이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거울을 더욱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가 만든 환상이란 덫에서 어서 빠져나와야만 할 것이다.
사실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졌던 톨스토이의 사생활이 이곳에서 부정적으로 폭로됐을 때 저으기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례들은 톹스토이의 사례와 비교해서 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황당한 부분이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즉 우아한 환상보다 정확한 현실에 섰을 때 문학작품은 한 인간의 삶과 인격은 물론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더욱 잘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확인할 수 이고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인간들은 더욱 풍요롭게 개성 넘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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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근대는 인간과 신을 동격화한 시기이다. 이를 통해 가정된 인간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가 됐으며 근대의 학문인 경제학은 신격화된 인간을 바탕으로 경제학 이론을 펼쳤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은 신만큼의 완벽한 계산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계보다 더욱 완벽한 판단능력을 갖춘 개인을 주체로 삼은 인간을 가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성에 의한, 이성을 위한, 그리고 이성을 통한 방법론에 기반한 경제학이 점차 가시화됐다. 이런 경제학은 사회과학에서의 가장 높은 정확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엄밀성면에선 아직 상당한 개발이 필요로 한다. 즉 완벽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이런 요구사항에 대해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기본 가정인 완벽한 인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신 같은 완벽한 능력을 인간이 갖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를 주류경제학에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박자료들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런 인간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기반한 연구를 제안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심리학과의 연계를 제시한다.
심리학에서 바라본 인간은 결코 완벽한 이성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진 않았다. 이성의 기준에서 봤을 땐 실수 투성이었고 도리어 감정에 치우친 결정들만을 하고 있었다. 이 점에서 인간은 완벽하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그러기엔 너무 부적절해 보인다. 또한 정보의 많으면 많을 수록 인간의 판단 능력은 감퇴되기도 했으며 차라리 직감과 같은 비이성적인 인간의 특성으로 해결하는 것이 도리어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류경제학에서 가정한 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가정은 결국 최종판단에 대한 허약성만을 도출하고 만다.
주류경제학에서 가정한 완벽한 이성에 대한 대안으로 제한된 합리성을 갖춘 인간을 경제주체로서 [행동경제학]은 제안하고 있다. 즉 다양한 정보처리를 하는데 한계를 지닌 인간에 감정을 결합시킴으로서 인간에 대한 통찰에 더욱 다가감은 물론 완벽한 인간이란 가정으로 발생한 이론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다양한 실증사례와 연구사례들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들을 적극 소개함으로써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학과 결합된 경제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어림잡아 파악하고 해결하는 휴리스틱에 대한 다양한 실증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보여주고 그 유용성 역시 파악해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단 사실이다. 특히 주류경제학 역시 완벽한 이성의 인간이 불가능함에도 편리성의 이유로, 혹은 대안의 부족을 이유로 계속 완벽한 이성적 인간을 유지하고 있음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적극 시도하는 경제학 본연의 모습으로 귀환할 것을 주문한다. 비록 제한된 합리성이나 휴리스틱 등이 과학화의 기초인 수치화에 얼마큼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길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은 주류에 대한 비판으로서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보다 정확한 합리성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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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T Must PASS 기출문제집 - 2010 법학적성시험 대비
김서진.이산영 지음 / 한국LEET평가연구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LEET 기출문제집의 장점은 기존 문제를 나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가치는 문제에 대한 해설일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볼 때 이 책은 그런 가치를 확실하게 완수하고 있다.
문제를 담고 있는 본문 내용들보다 답을 정리하고 답에 대한 해설을 담은 해설서는 이 책의 강점을 상징한다. 지문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응용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성의있게 문제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다. 특히 각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후 그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각 지문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세심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수험생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답은 물론 틀린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친절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혼자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좋은 자료는 물론 지침서의 역할을 한다. 즉, 학원 수업 이외의 혼로 된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겐 최고의 안내서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되짚어주는 이 기출문제의 가치는 무척 높으며 계속 되는 공부에서도 안위를 느끼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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