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굴위신 - 고전 인문학 수프 시리즈 3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논어란 책은 신선하지 않다. 아마도 오래 전에 저술된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혹은 많은 이들이 읽어서일지 모르고, 조선시대의 성리학에 대한 폐단을 담은 한국사 책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유학, 혹은 성리학에 대한 인식이 팽배한 오늘날, 아무리 논어에 대한 가치가 강조되어도 어딘지 모를 장벽이 생긴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논어와 공자의 이야기는 너무 먼 것만 같아 보인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논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그 때 읽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굴위신’이란 책을 통해 느낀 문제의식이다. 어떤 의무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완독은 했지만 그냥 나에게 억지로 읽었던 재미없던 책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공자라는 이름에 매달린 어린 소년의 치기와 같단 생각이 든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논어는 어른에게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저자의 마음처럼.
  세상의 격렬함을 어느 정도 경험한, 그리고 그에 익숙한 노련한 장년은 아마도 지금 전에도 논어를 읽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논어와 공자, 그리고 많은 이들의 내용을 좀 더 성숙하게 이해하고 처리한다. 세월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성숙의 깊음을 간직한 채, 논어라는 텍스트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성찰과 관계된 이야기는 논어가 어떤 책이고, 공자는 어떤 이였으며, 공자와 함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던가를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세월을 많이 산 이의 강점이 오롯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그 때의 공자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성년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며, 그리고 그들을 신화화시키지 않으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서술한다.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은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어른을 위해 서술된 이 책에서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자신도 한 인간이란 입장에서 고민한다. 이 책에서 공자는 위대한 면모를 지녔지만 실패했고 고달파 했으며, 그래도 꿈을 지닌 채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인간이다. 평범하고 우리 주변에도 있겠지만 그래도 공자는 분명 뭔가 다른 향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매력을 갖게 된 것은 그 주변의 뛰어난 제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의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의 매력이 현대성을 지니게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고달파 보이는 한자의 나열이 싫지만 그래도 그것의 현대성을 찾아내고 그것 뒤에 있는 어떤 현실들을 밝혀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현대적 고민들을 끄집어 내는 장면들은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년이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이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 자서전이라 할까? 저자에게도 이런 시간이 온 것이고, 그럴 때도 된 것 같다.
  고집도 있고, 어떤 점에선 현대에선 아집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인생관은 이 책을 읽은 나에겐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말뿐인 것이 아니라 말 너머에 있는 그 무엇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노렸던 것도 그런 것이리라. 다행히 공격적이지 않고 겸손한 문체 덕분에 그런 시간을 갖는 기회가 무척 편안했고 소중했다. 제목인 ‘이굴위신’, 즉 굽혀야만 펼 수 있다라는 말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 담긴 성찰과 반성은 무척 큰 고충이다.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인 이 때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Season 2 과학이슈 11 2
강석기 외 10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내용을 보고 좀 놀랐다. 개인적인 과학 지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음을 알았고,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과학 내용들이 그리 소소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알고 또 놀랐다. 아마도 미래의 세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르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과학의 발전은 놀랍도록 대단했으며, 과학의 끝은 어딜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 내용 하나하나는 시대적 고민을 담은 것도 있었다. 특히 시조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쟁점은 개인적으로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논쟁을 좀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간 ‘진화론 논쟁’은 시조새와 관련된 분쟁이 단순히 종교와 과학 간의 대립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종교적 문제가 깊숙이 내재된 것들이었다. 종교가 마냥 순수할 수도 없고, 주관이 배제가 된 객관적 영역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와 같은 매우 주관적인 집단의 공격이 객관화된 영역인 과학을 어떻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지 몸서리가 칠 정도였다. 하지만 종교적 문제에 관한 내용을 넘어 다른 과학적 쟁점들은 더욱 객관적인 지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첨예한 대립의 장이었고, 그를 통해 좀 더 많은 지식을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처절한 연구 분야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비롯된 세상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이제 이름도 생소한 ‘힉스 입자’로까지 이어졌다. 거대강입자 가속기란 기계를 사용, 작은 입자들을 더욱 작게 쪼개는 실험을 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의 노고는 세상의 근본 구성 요소를 찾는 모험으로까지 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성공할 것도 같지만 내용이 무척 어려워서 이해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생동감 있는 그들의 도전과 해석은 확실히 읽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알기도 힘든 힉스는 그나마 증거라도 알려주고 있지만 ‘다중우주’는 이론을 위한 증거를 제시하기 불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상당히 어려웠다. 천체학자들의 상상력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의 이론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사실 입증이 어려우니 이론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힘들 것이고 아마도 가설이라 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구성 연구는 막연하면서도 또 다른 신화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물리적 공간이 꼭 공간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별개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을 만큼 물리에 관한 지식이 박약한 나로선 천체학자들이 말하는 다양한 이론들에 대해서 경외감과 함께 독한 감기에 걸린 듯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신비로운 우주를 만들어 주었고, 기회가 된다면 계속 그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은 욕심을 자아냈다. 몰라도 그만큼 쓸만한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논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키와 관련된 이야기나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과학수사, 그리고 스마트폰과 애니팡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동시에 사회가 고민하는 평등이나 자유, 그리고 범죄에 관한 매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생물학과 같은 과학이 짊어지고 있는 고민을 풀어나갔다. 우생학으로 자칫 인간에 대한 발전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을 고민했고, 현재 최고의 화두가 되고 만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도 이 책은 깊이 있는 고민을 열거했다. 또한 생존과 번영이란 양면의 가치를 지닌 원자력에 대한 고찰은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얼마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보여줬다.
  그래서 과학은 ‘선’인가 ‘악’인가 하는 주제는 이 책의 극적 고민을 보여 준다. 결국 과학을 사용하는 과학자들의 내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과연 생존뿐만 아니라 개인적 안락을 위해 자신이 발견하거나 계발한 지식을 상품화하려는 욕심을 버릴 수 있을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것은 결국 다른 권력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과연 그 다른 권력도 과학으로 얻을 수 있는 이권을 포기할 만큼 지혜로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정말 인류는 운에 의존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이 책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고 하지만 사실 다 큰 어른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다만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을 만날 때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되지만 그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로 가득하며, 힘들겠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더욱 과학에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과학에서 이야기되는 내용들은 바로 우리 이야기이며, 내 이야기도 되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성 중국어 Step 1 완전성공 중국어 1
김준헌.왕혜경 지음 / 시사중국어사(시사에듀케이션)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대세는 중국인가 보다. 토익으로 대표되는 영어 스펙에 투자하는 시간만큼은 아직 아니지만 점점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어 교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차피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위상과 결부된 것이기에 중국이 발전하면 할수록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제 중국어를 배울 때다.
  중국어 교재는 많은데 아직 체계가 제대로 잡힌 책들은 발견하기 힘들다. 단순히 회화를 엮은 책들이 다반사이고, 중국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발음에 대한 정보는 특히 부족하다. 양도 문제고, 질도 문제인 것이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올라가고 있는데 아직 그에 걸맞은 교재는 좀 부족한 편이다.
  ‘완전 성공 중국어’는 이런 아쉬움을 덜어주는 수고를 고맙게도 해준다. 책의 두께도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해주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분량이다. 하지만 책의 크기가 평범해 보이지만 책의 내용만큼은 매우 알차다. 특히 중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물론, 중국어을 배우면서 어딘가 미진한 구석 때문에 힘들어하는 중국어 중급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풍부한 단어와 함께 틀리기 쉬운 간체자 공부는 글을 쓰는 순서까지 포함시키면서 초급은 물론 중급 중국어 학습자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본문은 그리 많은 양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서 탈피, 짧지만 무척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문형연습은 더욱 풍부한 분량을 제공함은 물론 여러 가지로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국어에 대한 기본 구조를 배우는 것은 물론 암기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아무래도 암기된 구문을 많이 갖고 있어야 회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법 부분에서 이 책에서 역시나 볼만한 부분이다. 각 과마다 학습목표를 정해주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공부하는 사람들의 목표를 환기시킨다. 또한 각 과의 문법 지문들을 체계적으로 제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중국어 문법의 기본을 다지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발음 부분이다. 특히 이 책은 발음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책의 시작부터 발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발음 표기 규칙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말하기는 물론 듣기에서도 정확한 청취를 가능하도록 배려한다.
  이 책이 중국어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중국어 시작에서의 많은 고민과 노력들이 다른 여타 책들보다 더 잘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계사년, 중국어를 정복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x-formation 女
하라 켄야.무사시노 미술대학 히라 켄야 세미나 지음, 김장용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어느 대학 디자인 졸업전시회를 위해 마련된 토론의 장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한 번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 ‘女’라는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여자란 존재에 대한 의문과 그 다양성을 파악하고자 마련된 졸업 전시회는 당연히 페미니즘적 시각이 가세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일종의 유행이라면 유행이겠지만 특정 소재에 대한 상식, 혹은 편견은 특정 소재를 상징하는 언어가 계속 소비되는 한 그 단어와 함께 필연적으로 고민되고 사유되며, 토론되는 것들이 즐비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생소한 단어인 ‘Ex-formation’는 졸업 전시회를 관통하는 표현 방식이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얼마나 모르는지에 대해서 알게 하는 것’이라는 알듯 모를 듯한 표현은 ‘information’이란 어휘에 대한 대립어로 사용되면서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판단의 시각을 달리하여 바라보는 훈련’을 위해 시도된 방식으로 아마도 기존의 상식을 깨야만 하는 designer의 숙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의력과 예술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뻔한 대상을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졸업전시회가 마련됐고 그 주제가 뻔하다고 생각된 여성이 주제로 되면서 그 여성에 대해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근으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시도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여성에 대한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다양했다. 그런 시도들은 언제나 표현 방식의 다양함을 수반하는 것이기도 했다. 상식이나 편견으로 알고 있는 여성을 보다 다른 모습이나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좀 더 풍부한 개성을 지닌 존재로 보여주려는 시도는 하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들과 방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여성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으로 끝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임신을 한 여성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되고 있는데 그래도 결국 여성이란 관점에서 맴맴 돌고 있는 것 같다.
  남성이나 여성을 표현할 수 없는 몰개성적인 ‘봉 인형’이 여성일 수밖에 없도록 느끼는 여러 동작들과 모습을 통해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한 답을 낸 것이나, 여성과 관련이 많다고 생각되는 소재를 중심으로 여성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여성과 관련 소품들로 작품을 보여준 ‘비밀의 화원’은 특히 그렇다. ‘여자의 무표정’은 반어적으로 여성의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 대인관계의 수단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없음을 보여줘서 있음의 가치를 보여준 이 기법은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여기서 그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 같다. 이런 것에 사용된 것은 결국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작품 활동에 주로 사용된 것 같다.
  신선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상식, 혹은 편견을 갖고 있는 꽃이란 소재로 인체 골격을 표현한 ‘Flora’란 작품들이나 ‘꽃무늬로 장식된 무기’등은 매우 역설적인 소재들을 묘하게 연결한 것 같다. 예술 작품의 폭넓은 해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다만 꽃이 여성과 관련된 소재로 보는 것은 분명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면 남자들에게 힘겨운 사회생활을 맡긴 채 집안일로 자신의 삶을 유지했던 여성들의 모습이 그런 편견을 나은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비정한 사회생활의 고통을 잊은 채 살게 된 여성의 모습이 우리들 편견에 깊이 내재해 오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현실이 배제된 모습은 지닌 채 행복의 전형으로 보이는 ‘Dollhouse’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현대 여성들이 고단한 삶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소녀와 여성’ 역시도 그렇게 볼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많다. 웃음이 많아 보이는 소녀가 자의식이든 정체성이든 뭔가 자신의 독립을 이뤄낼 수 있는, 웃음기를 잃어버린 여자로 성장하는 사진들은 어떤 점에서 힘든 현실을 사는 여성들의 고단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정체성이든 자의식이든 생활의 독립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것을 잘 이겨낼 때 진정한 독립된 자아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삶이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아니면 공동체주의든 말이다.
  사실적이란 말에든 현실은 고단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말이다. 한 때나마 남성들이 그 쓰디쓴 경제를 다 짊어지도록 강요 받은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니며, 그런 것은 이제 거부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들은 묘하게 오늘의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임신한 여성이면서도 다양한 사회성을 지녀야 하는 모습은 분명 개성적이고 신선하지만 동시에 집안에서 누군가의 돌봄 속에 임신 생활에 집중하는 그런 과거의 안락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Flora든 Lovely ware 역시도 겉과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위기를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여자들이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란 정체성을 얻기 위해 여성들도 다양한 사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마냥 행복할 수도 없고, 과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그게 어쩌면 이 책에서 보여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 살기 어렵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기의 함정 - 실패보다 더 치명적인
에리카 나폴레타노 지음, 박여진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말이다. 어쩌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읽는 느낌? 마치 초등학교 때부터 이래저래 들었던 심청전 이야기를 사회생활 할 때 읽는 느낌 정도일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나중에 읽을 때 좀 지루할 수 있단 생각이 누구나 들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읽는다면 그래도 뭔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게 되는 그런 정도의 책일 거란 생각을 하고 ‘실패보다 더 치명적인 인기의 함정’을 일게 됐을 때, 독서 전에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편견을 지닌 것인지를 잘 알게 됐다.
  내용, 누구나 수긍하고, 이미 어디선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일지 모르겠다. 이 책의 서두 역시 그런 종류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사업의 핵심은 이상하리만치 새롭게 다가왔다. 그것은 이 책의 기본 핵심이 너무나 독특해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그런 진지한 내용을 들려주기 위해 선택한 재미있고 다양한, 그리고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례들일 것 같다.
  사례 하나하나는 성공과 실패를 담고 있는 우리들 이웃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의 일이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담겨 있는 생활의 깨달음은 많은 것을 전달해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울림은 브랜드가 바로 인간임을 일깨워준 부분이다. 길거리에 들어선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 어디서나 흔하게 된 브랜드와 간판은 어느 순간 너무 기계적으로 치장됐단 느낌이 든다. 특히 체인점이 득세하면서 가게 점포의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쩌면 힘이 있는 회사의 지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가게든 브랜드든 사업이든 모두 인간관계를 축으로 시작되며 운영된다. 인간미가 사라진 사업은 어쩌면 기계적으로 뻔한 것들로만 채워진 채로 운영되는 자판기일 뿐이다. 사람이 있지만 없어도 그만인, 그래서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 다른 곳에서 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기계문명의 정수를 느끼게 되는 그런 사업이 과연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이 책을 보니 좀 의심스럽다.
  시작부터 완벽할 수 없고, 모든 이들을 고객으로 취할 수 없다면 결국 자신과 코드가 맞는 고객을 찾고, 개발하며, 그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사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하고, 시작했으면 중간에 포기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는 상식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일깨워 줌으로써 새 출발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참 좋은 일일 것이다. 현재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만 하는 이 시대에 가장 현명한 생의 방법일 것 같다.
  이런 사업적 전략 못지 않게 많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사업이든 삶이든 결국 인간들과 함께 살며,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며 산다는 점이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면서 계속 잊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갈등의 시작은 어쩌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 그게 갈등 아니고 무엇일까? 사업이든 뭐든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추운 겨울 밤, 지금을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성찰하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 마음을 자연스레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