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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Season 2 ㅣ 과학이슈 11 2
강석기 외 10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내용을 보고 좀 놀랐다. 개인적인 과학 지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음을 알았고,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과학 내용들이 그리 소소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알고 또 놀랐다. 아마도 미래의 세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르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과학의 발전은 놀랍도록 대단했으며, 과학의 끝은 어딜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 내용 하나하나는 시대적 고민을 담은 것도 있었다. 특히 시조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쟁점은 개인적으로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 논쟁을 좀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간 ‘진화론 논쟁’은 시조새와 관련된 분쟁이 단순히 종교와 과학 간의 대립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종교적 문제가 깊숙이 내재된 것들이었다. 종교가 마냥 순수할 수도 없고, 주관이 배제가 된 객관적 영역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와 같은 매우 주관적인 집단의 공격이 객관화된 영역인 과학을 어떻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지 몸서리가 칠 정도였다. 하지만 종교적 문제에 관한 내용을 넘어 다른 과학적 쟁점들은 더욱 객관적인 지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첨예한 대립의 장이었고, 그를 통해 좀 더 많은 지식을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처절한 연구 분야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비롯된 세상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이제 이름도 생소한 ‘힉스 입자’로까지 이어졌다. 거대강입자 가속기란 기계를 사용, 작은 입자들을 더욱 작게 쪼개는 실험을 하고 있는 물리학자들의 노고는 세상의 근본 구성 요소를 찾는 모험으로까지 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성공할 것도 같지만 내용이 무척 어려워서 이해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생동감 있는 그들의 도전과 해석은 확실히 읽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알기도 힘든 힉스는 그나마 증거라도 알려주고 있지만 ‘다중우주’는 이론을 위한 증거를 제시하기 불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상당히 어려웠다. 천체학자들의 상상력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의 이론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사실 입증이 어려우니 이론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힘들 것이고 아마도 가설이라 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구성 연구는 막연하면서도 또 다른 신화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물리적 공간이 꼭 공간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별개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을 만큼 물리에 관한 지식이 박약한 나로선 천체학자들이 말하는 다양한 이론들에 대해서 경외감과 함께 독한 감기에 걸린 듯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신비로운 우주를 만들어 주었고, 기회가 된다면 계속 그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은 욕심을 자아냈다. 몰라도 그만큼 쓸만한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논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키와 관련된 이야기나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과학수사, 그리고 스마트폰과 애니팡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동시에 사회가 고민하는 평등이나 자유, 그리고 범죄에 관한 매우 민감한 주제에 대해 생물학과 같은 과학이 짊어지고 있는 고민을 풀어나갔다. 우생학으로 자칫 인간에 대한 발전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을 고민했고, 현재 최고의 화두가 되고 만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도 이 책은 깊이 있는 고민을 열거했다. 또한 생존과 번영이란 양면의 가치를 지닌 원자력에 대한 고찰은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얼마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보여줬다.
그래서 과학은 ‘선’인가 ‘악’인가 하는 주제는 이 책의 극적 고민을 보여 준다. 결국 과학을 사용하는 과학자들의 내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과연 생존뿐만 아니라 개인적 안락을 위해 자신이 발견하거나 계발한 지식을 상품화하려는 욕심을 버릴 수 있을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것은 결국 다른 권력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과연 그 다른 권력도 과학으로 얻을 수 있는 이권을 포기할 만큼 지혜로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정말 인류는 운에 의존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이 책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고 하지만 사실 다 큰 어른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다만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을 만날 때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되지만 그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로 가득하며, 힘들겠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더욱 과학에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과학에서 이야기되는 내용들은 바로 우리 이야기이며, 내 이야기도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