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굴위신 - 고전 인문학 수프 시리즈 3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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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란 책은 신선하지 않다. 아마도 오래 전에 저술된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혹은 많은 이들이 읽어서일지 모르고, 조선시대의 성리학에 대한 폐단을 담은 한국사 책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유학, 혹은 성리학에 대한 인식이 팽배한 오늘날, 아무리 논어에 대한 가치가 강조되어도 어딘지 모를 장벽이 생긴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논어와 공자의 이야기는 너무 먼 것만 같아 보인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논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그 때 읽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굴위신’이란 책을 통해 느낀 문제의식이다. 어떤 의무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완독은 했지만 그냥 나에게 억지로 읽었던 재미없던 책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공자라는 이름에 매달린 어린 소년의 치기와 같단 생각이 든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논어는 어른에게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저자의 마음처럼.
  세상의 격렬함을 어느 정도 경험한, 그리고 그에 익숙한 노련한 장년은 아마도 지금 전에도 논어를 읽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논어와 공자, 그리고 많은 이들의 내용을 좀 더 성숙하게 이해하고 처리한다. 세월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성숙의 깊음을 간직한 채, 논어라는 텍스트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성찰과 관계된 이야기는 논어가 어떤 책이고, 공자는 어떤 이였으며, 공자와 함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던가를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세월을 많이 산 이의 강점이 오롯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그 때의 공자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성년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며, 그리고 그들을 신화화시키지 않으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서술한다.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은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어른을 위해 서술된 이 책에서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자신도 한 인간이란 입장에서 고민한다. 이 책에서 공자는 위대한 면모를 지녔지만 실패했고 고달파 했으며, 그래도 꿈을 지닌 채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인간이다. 평범하고 우리 주변에도 있겠지만 그래도 공자는 분명 뭔가 다른 향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매력을 갖게 된 것은 그 주변의 뛰어난 제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의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의 매력이 현대성을 지니게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고달파 보이는 한자의 나열이 싫지만 그래도 그것의 현대성을 찾아내고 그것 뒤에 있는 어떤 현실들을 밝혀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현대적 고민들을 끄집어 내는 장면들은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년이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이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 자서전이라 할까? 저자에게도 이런 시간이 온 것이고, 그럴 때도 된 것 같다.
  고집도 있고, 어떤 점에선 현대에선 아집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인생관은 이 책을 읽은 나에겐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말뿐인 것이 아니라 말 너머에 있는 그 무엇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노렸던 것도 그런 것이리라. 다행히 공격적이지 않고 겸손한 문체 덕분에 그런 시간을 갖는 기회가 무척 편안했고 소중했다. 제목인 ‘이굴위신’, 즉 굽혀야만 펼 수 있다라는 말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 담긴 성찰과 반성은 무척 큰 고충이다.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인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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