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 우리 시각으로 읽는 세계의 역사 2
한국서양사학회 엮음 / 푸른역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그동안 개인 연구자 차원에서 시도된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및 그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해석 한국서양사학회라는 학회 차원에서 제시하려 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서양사학사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 중세 유럽, 근대 자본주의, 나아가 남북아메리카의 근현대사까지 여러 주제를 포괄하려 한다는 점이다.


여타 서양사학계에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려 시도한 저작들처럼, 이 저작 역시 서양사의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지 않고 서양의 사학사에서 20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의 외교사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다. 국내의 서양사 연구자들이 유럽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한 사례로는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외에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 『역사와 이데올로기1』를 들 수 있다. 이 두 저작과 비교했을 때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장점과 단점을 지닌다.


장점부터 꼽자면 첫째는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가 서양사와 관련해 비교적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는 서양 근현대사와 관련된 주제들 위주로 다루고, 『역사와 이데올로기1』는 서양의 고, 중세사와 관련된 주제들을 다룬다면, 이 책은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사학사/서양 고,중세사/서양 근현대사/아메리카(북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측면에서 바라본 유럽을 다루고 있다. 같은 '유럽중심주의'라는 대주제를 다루면서도 앞의 두 저작이 다루지 않은 지점들, 예컨대 비잔티움 세계, 십자군, 아메리카들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는 점이 앞의 두 저작과는 차별화를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다른 장점은 유럽중심주의적인 해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 해당 비판이 '비판'으로서 적합한지 검토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사례가 고대 그리스이다. 예를 들어 『역사와 이데올로기1』의 저자는 마틴 버낼의 『블랙 아테나』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여 고대 그리스에 관한 기존의 역사학적 해석을 통렬히 비판한다. 이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19세기 근대 유럽인들이 고대 그리스를 발명하였고 이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와 활발히 교류한 중근동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유럽 세계와 고대 그리스를 하나의 계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고대 그리스 문명은 '유럽적인' 문명인가' 장은 마틴 버낼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버낼의 주장이 지닌 한계점들을 지적하면서 비판을 보다 더 예리하게 전개한다. 


이외에도 서양사학에서 상대적으로 잘 다루어지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에 하나의 장을 할애하여, 라틴 아메리카의 지식인들이 유럽과 미국이라는 서구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한편 20세기 말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전개된 외교를 추적하는 '탈냉전과 대서양 공동체의 분열'은 냉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와 간극을 규명한다. 유럽중심주의라는 주제와는 별개로 이 장은 21세기 초 현재 미국의 대외 정책들이 어디서 이어지는가에 관한 지식을 전해주는 장이기도 하다. 아메리카에 관한 논의들이 말해주듯이, 유럽에 한정된 서양사를 넘어 아메리카와 그외의 지역들을 포괄하는 폭넓은 서양사에 관해 알려준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단점은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 집필에 참가한 저자들 일부가 이 책과 겹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와 이 책에 같은 내용이 중복되는 지점이 있다. 품절된 책인 만큼 도서관의 힘을 빌릴 경우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아닐테지만, 책을 소장하려 할 경우에는 염두에 둬야 할 지점이다.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나,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나, 둘 다 논문들을 엮은 논문집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 『역사와 이데올로기1』처럼 서양사에 관한 지식을 보완하고 서양사에 관해 보다 균형잡힌 관점을 잡고자 할 때 유용한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양사에 관해 어떤 지식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긴 하지만, 서양사 전반에 관한 지식을 보충하고 싶을 때, 유럽이나 미국의 연구자들과 다른 한국의 서양사 연구자들의 관점이 궁금할 때 이 책은 앞 서의 두 권과 더불어 참고할 가치가 있다.


그렇긴 하나 이 책이 오래되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양사학과 유럽중심주의』, 『역사와 이데올로기1』처럼 이 책도 2009년에 나왔고, 실질적으로 이 책에 수록된 논의들은 2006년 4월 〈우리에게 서양이란 무엇인가--유럽중심주의 서양사를 넘어〉라는 학술대회의 성과를 발전, 보완한 것(p. 17)이기 때문에 2024년 시점에서는 거의 20년 전의 논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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