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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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본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을 어떻게 읽을까"는 '책에 접근하는 방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부 어떻게 쓸까"는 '서평의 여러 형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은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아주 긴 서평_ 《장미의 이름》읽기로 이루어진다.


각 장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1부에서 저자는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이해할 것인가, 그 방법들을 몇 가지 설명하고 그에 중점을 맞춘 서평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서평의 종류, 형식, 책 한 권에서 특정 내용만 뽑아 쓰는 '주제 서평',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일차 문헌에 대한 해제로서 '역자 후기', 테제가 있는 '논고'에 관해 설명하고 1부처럼 각 하부 주제에 알맞은 예시로서 저자가 쓴 서평이 제시된다. 3부에서는 동양, 서양을 아우르면서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에 맞춰 저자가 쓴 서평들이 전개된다. 3부에 수록된 서평들은 근대에서 시작해 정치에 이르고 이어서 인간에 이르는 구성을 보인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서평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의 목적은 지식 획득이다. 지식 얻기는 단순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논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즉 자기화를 의미한다. 자기화를 할 수 있도록 책을 잘 읽으려면 책을 읽을 때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책을 읽어야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히 서평쓰기로 이어지며, 서평을 쓴 책에 한해서는 자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거나 읽는 계기가 된다면 책읽기가 자기화를 넘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책읽기, 서평쓰기, 서평읽기는 하나로 묶이는 행위이다. 저자는 이같은 책읽기-서평쓰기-서평읽기가 반복되면서 책읽기를 통한 지식 탐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pp. 9-10.) 


이 책을 두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메타 서평집'이라 자평한다.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책읽기의 방식이나 서평쓰기의 방식은 여타 실용적인 서평 지침서들에 비해 내용이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바꿔 말해, 저자가 생각하기에 책 읽기와 서평쓰기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 저자 본인의 서평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책 읽기, 서평쓰기의 방식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 서평 지침서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려 '메타 서평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서평들은 마지막 부록으로 수록된 《장미의 이름》 읽기를 제외하면 모두 비문학 서적들이다. 《장미의 이름》 읽기 역시 읽다보면 문학 서평이 아닌 비문학서평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본서에 수록된 서평은 적어도 이 글을 쓰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책에 수록된 서평만을 통해 책을 접한 만큼, 수준이 높다고 느껴진 지점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 특히 《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아주 긴 서평_《장미의 이름》 읽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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