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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결혼을 준비하며 인터넷의 웨딩까페들을 보면서 준비할때가 많았다. 처음엔 너무 재미있었다. 예비신랑을 예랑이라고 하고 예비신부를 예신이라 하며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이르는 말도 재미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게시판을 보며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하나의 패턴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수비용을 공개하는 게시판이었는데 혼수 비용이 천만원에서 3천만원이면 “엄청 잘하셨네요.”, “저렴하게 잘 고르셨네요.” 이런 반응이었고, 혼수비용이 5천만원이 넘어가면 “조금 과하게 하신듯.”, “조금 더 저렴하게 하실 수 있으셨을텐데 아쉽네요.”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 순간에 그 글들을 읽어보며 혼수준비를 많이 한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녹아있는 것을 발견했었던 것 같다. 부러움이 나중에 시기질투로 변하는 모습이랄까? 그걸보면서 덧글에도 사람들이 자기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자기의 욕망을 투영시킨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다양한 상황에서 욕망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의 주요이론은 르네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과 탕웨이와 양조위의 ‘색,계(lust, caution)’이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은 욕망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매개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색,계]에서 색이라는 것은 성, 욕망,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터부시하는 것 들을 이야기하고 계는 규율, 규범, 법칙등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계의 세계에서 살면서 ‘색’에 가까운 사람을 욕하고 자신이 깨끗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도 ‘색’이라는 세계에 대한 욕망이 가득하다. 부러움이 가득하기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색과 계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하기에 한쪽을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
책은 여러가지 주제를 다룬다. 학벌 문제와 희생양, 불륜에 빠진 아저씨, 정신적 승리의 방법, 중산층의 욕망, 색 계, 욕망과 규범의 몰락, 욕망과 규범의 공존 등 그 주제가 특별히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이슈를 이야기한다. 대화체의 문체로 이야기하는데 이야기가 재미있고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이야기에 대해,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고, 더불어 나의 욕망에도 솔직해 질 수 있는 과정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가식을 한꺼풀 벗겨내고 벌거벗은 나와 대면하는 느낌이 들었다.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님께서 심리학이나 문학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교수님도 자기자신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선을 넘겨 왔다고 이야기한다. 규범으로 갇혀져 있는 성에서 밖으로 잠깐 발을 내 놓았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고, 다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교수님도 어쩔 수 없이 계의 상황에서 자신의 범위를 조금이나마 넓혀보려고 노력하고 다시 계의 과정으로 돌아오는 대한민국남자들의 평범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그나마 교수님이 나은 것은 색과 계 상황에서 욕망을 알아내고 글에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해 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3학년때 들었던 불문학수업에서 르네지라르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배웠었고, 르네 지라르가 쓴 ‘낭만적 진실과 소설적 ‘의 번역자이셨던 김치수 교수님이 생각나서 좋았다. 내가 원하는 욕망이 내가 바라는 욕망인지, 다른 사람에 의해 욕망을 강요받은 건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내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더 솔직해 질 수 있고, 진정한 나에게로 가는 과정을 겼을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욕망을 더러운것, 천박한것이라 여긴다면 그것도 잘못된 자세이다. XX을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할 수록 더 생각나기 마련인게 사람 심성이다. 욕망을 터부(Taboo)시 할 수록 더 생각나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의 근원을 알아내고 그것을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