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의 배신 - 살찌는 체질이란 없다
박지인(어떤약사)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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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결심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밥을 조금 덜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본다. 처음에는 체중이 줄어드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변화가 멈추기도 하고, 참았던 식욕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결국 내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박지인 약사의 '혈당의 배신'은 이런 익숙한 다이어트 고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단순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우리 몸의 혈당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변화가 식욕과 체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1944년에 시작된 미네소타 기아 실험. 건강한 사람들의 식사량을 크게 줄였을 때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본 실험이다. 이 내용을 보니 무조건 굶고 참는 방식의 다이어트가 왜 오래가기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칼로리와 혈당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음식의 종류나 먹는 순서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사 후 금방 허기가 지거나 단 음식이 당기는 경험을 혈당의 흐름과 연결해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물론 배고픔이나 체중 증가의 모든 원인이 혈당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몸의 반응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다이어트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제자리로 돌아왔던 사람들의 필독서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체중이 잘 줄지 않거나,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경험을 했다면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어트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여러 반응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도 보면 좋을 것 같다.


처음부터 모든 식단을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밥을 먹기 전에 반찬을 먼저 먹어보거나, 국에 밥을 말지 않거나, 달콤한 음료를 물로 바꾸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알려준다.


특히 다음 식사에서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한 가지만 바꿔보라는 조언을 한다. 건강한 식생활이라고 하면 거창한 계획부터 세워야 할 것 같지만, 작은 습관 하나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울 수 있는 혈당과 인슐린 이야기를 일상적인 식사와 연결해 설명하고,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다이어트의 부담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더 적게 먹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앞으로는 내 몸의 반응을 조금 더 살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식사 후 몸이 어떤지, 유난히 허기가 빨리 찾아오는 날은 언제인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식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들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혈당의 배신'은 왜 다이어트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지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건강한 변화는 무조건 덜 먹고 더 참는 데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조금 더 잘 이해하는 데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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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다면 소방관 ㅣ 청소년들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시리즈 15
김용환.이성숙 지음 / 토크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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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하면 빨간 소방차와 무거운 방화복,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모습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담대하다면 소방관'도 소방관이 하는 일과 준비 과정을 알려주는 어린이·청소년 진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방관도 우리처럼 두렵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를 끝내 구하지 못했을 때 미안함과 자책을 느끼고, 안타까운 사고 현장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예상 밖이었다. 특히 가족을 지키려 했던 마지막 모습을 마주한 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출동이 끝났다고 해서 소방관의 마음속에서도 그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경험이 쌓이면 멀리서 연기만 보고도 화재인지 짐작하고, 냄새로 무엇이 타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한다. 사이렌 소리만으로 소방차와 경찰차, 구급차를 구별한다는 이야기도 신기했다. 소방관에게 필요한 것은 힘과 용기뿐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관찰력과 판단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방관을 무조건 강한 영웅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다.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가족과 동료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오히려 용감하다는 말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다만 인터뷰 형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빠르게 들려주다 보니 소방관의 트라우마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은 조금 더 깊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난 후부터 빨간 소방차를 바라보는 마음이 전과는 달라졌다.


이전에 나는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두려움과 아픔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다시 달려가는 사람, 그게 진짜 담대한 사람이 아닐까.


'담대하다면 소방관'은 화려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무거운 장비와 함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방관을 꿈꾸는 어린이는 물론, 우리 곁의 여러 직업을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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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 : 얼어붙은 학교와 육식채소들의 은밀한 계획 ㅣ 경고!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 4
트로이 커밍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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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이 뿜뿜한다.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라니, 열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열어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얼어붙은 학교부터 엉엉오리, 끔벅끔벅이, 육식채소까지 이름만 들어도 묘하게 웃긴 괴물들이 등장한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긴장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공포보다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어린이책이다. 평범한 학교와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순간 이상한 괴물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도 재미있고, 괴물의 먹이와 행동, 주의할 점, 생존 전략을 노트처럼 정리해 둔 페이지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다가 육식채소가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사람이 채소를 먹는 게 아니라 채소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재미난 설정이다. 작가도 아마 아이들이 깔깔 웃을 만한 상상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니 살짝 신경이 쓰였다. 채소를 원래부터 싫어하는 아이라면 역시 채소는 무서워 하고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역할 뒤집기지만, 아이에게 음식은 경험과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며 친숙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채소가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지는 장면을 마냥 웃으며 넘기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채소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것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욕조의 장난감 오리도, 채소도, 학교도 작가의 상상력을 만나면 얼마든지 괴상하고 재미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이 오히려 아이와 함께 읽기에 재미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채소가 사람을 먹는다면 어떨까?, 너라면 이런 괴물을 만나면 어떻게 할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 밖으로 상상이 계속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존재를 무조건 피하기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재미를 준다. 괴물의 특징을 알아내고 생존 전략을 세우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괴물 탐정이 된 기분이다.


많이 엉뚱하고, 자꾸 피식 웃게 되는 책.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마저도 신나는 상상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절대 열면 안 되는 공포의 노트'는 무서운 이야기는 읽고 싶지만 너무 무서운 책은 부담스러운 아이, 그리고 엉뚱한 괴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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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 ㅣ 풀빛 그림 아이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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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도토리'를 펼치면 가을 숲으로 산책을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도토리와 낙엽, 꽃과 나뭇가지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물들이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가진 주인공으로 변한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가진 색과 모양만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자연물도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간 도토리는 낯선 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며 작은 모험을 이어간다. 물에 빠질 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고, 생각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도토리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특별히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숲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릴 때 가을이면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와 예쁜 낙엽을 하나씩 주워 모으던 기억이 떠올랐다. 별것 아닌 도토리 하나도 그때는 괜히 소중한 보물 같았다. 그래서인지 책 속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발밑에서 낙엽이 바스락거리던 어느 가을날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아이들은 책 속 도토리의 모험을 즐기고,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이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이건 무슨 잎일까?, 우리도 도토리로 얼굴을 만들어 볼까? 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겠다. 책을 다 읽은 뒤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길에서 도토리와 낙엽을 찾아보고, 책 속 장면처럼 자연물로 얼굴이나 작은 인형을 만들어보는 독후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책 한 권이 자연을 바라보는 놀이로 확장되는 셈이다.


읽고 나면 밖에 나가 도토리 하나, 낙엽 한 장을 주워 보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평범하게 보이던 자연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 아이와 산책하며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아이에게는 작은 도토리의 신나는 모험으로, 어른에게는 오래전 가을의 기억을 슬며시 꺼내주는 책. 선선한 가을날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어보기 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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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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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밥인데도 막상 한식은 왜 이렇게 먹을까 하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밥 옆에는 왜 국이 있고, 반찬은 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차려 먹는지, 찌개와 조림은 무엇이 다른지.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밥국찬'은 그 익숙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밥과 국, 찬이라는 평범한 밥상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와 생활방식, 한국인의 입맛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한 끼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다른 나라의 식사법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특히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인의 모습을 과거 한국인이 거지처럼 먹는다고 여겼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 조금 불편했다.


표현이 강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음식문화에는 맞다, 틀리다보다 다르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밥그릇을 식탁에 놓고 먹고, 누군가는 손에 들고 먹는다. 어떤 곳에서는 숟가락이 중요하고 어떤 곳에서는 젓가락이 중심이 된다. 너무 자연스럽게 몸에 밴 행동이라 우리는 종종 자신의 방식이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그것 역시 각자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일 뿐이다.


흥미로운 건 이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하려는 이야기를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당연한 밥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밥과 국, 여러 반찬을 한 상에 차려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오가며 먹는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밥국찬'은 이렇게 너무 익숙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기후와 농업, 역사와 생활의 흔적을 들려준다.


“그러고 보니 왜 그렇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찌개와 조림의 차이부터 나물, 밥상의 구성, 음식의 온도와 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들이 이야기의 재료가 된다. 아는 음식이 계속 등장하니 어렵지 않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음식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무엇보다 '밥국찬'은 한식을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렇게 먹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한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한식은 어느새 익숙한 메뉴들의 모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늘 보던 밥과 국과 반찬인데 전과 아주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무심코 드는 숟가락에도, 뜨거운 국물을 찾는 입맛에도 시간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음식책은 맛있는 것을 먹고 싶게 만들지만, 좋은 음식문화 책은 늘 먹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밥국찬'은 오래 씹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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