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하면 빨간 소방차와 무거운 방화복,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모습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담대하다면 소방관'도 소방관이 하는 일과 준비 과정을 알려주는 어린이·청소년 진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방관도 우리처럼 두렵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를 끝내 구하지 못했을 때 미안함과 자책을 느끼고, 안타까운 사고 현장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예상 밖이었다. 특히 가족을 지키려 했던 마지막 모습을 마주한 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출동이 끝났다고 해서 소방관의 마음속에서도 그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경험이 쌓이면 멀리서 연기만 보고도 화재인지 짐작하고, 냄새로 무엇이 타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한다. 사이렌 소리만으로 소방차와 경찰차, 구급차를 구별한다는 이야기도 신기했다. 소방관에게 필요한 것은 힘과 용기뿐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관찰력과 판단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방관을 무조건 강한 영웅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다. 힘들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가족과 동료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오히려 용감하다는 말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다만 인터뷰 형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빠르게 들려주다 보니 소방관의 트라우마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은 조금 더 깊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난 후부터 빨간 소방차를 바라보는 마음이 전과는 달라졌다.
이전에 나는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두려움과 아픔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다시 달려가는 사람, 그게 진짜 담대한 사람이 아닐까.
'담대하다면 소방관'은 화려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무거운 장비와 함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게까지 짊어지고 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방관을 꿈꾸는 어린이는 물론, 우리 곁의 여러 직업을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