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투자학개론
한정수(세상학개론)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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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앞날을 정확히 모르는 시장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투자해야 할까?”


투자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오를지 같은 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정답보다 먼저 투자를 대하는 기준과 태도를 이야기한다.


시장의 변동성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원래 그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투자 역시 떨어지는 순간마다 겁을 먹고 뛰어내리기보다,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자주 맞히느냐보다 맞았을 때 얼마나 벌고, 틀렸을 때 얼마나 잃느냐가 중요하다는 부분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좋은 판단을 해도 한 번의 큰 손실로 시장에서 퇴장한다면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결국 투자에서는 수익을 내는 능력만큼 살아남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을 읽으며 처음 품었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다. 미래의 주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얼마를 투자할지, 어느 정도 위험을 감당할지, 틀렸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시장을 믿기보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원칙을 만드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의 AI와 반도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무엇을 사야 할까 보다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투자 공부가 단순히 차트와 재무제표만 보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어떻게 변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결국 투자 공부다.


특정 종목이나 투자법을 정답처럼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다만 집중투자나 시대의 큰 흐름을 읽는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내가 정말 기업을 잘 아는 것인지, 단순히 확신에 빠져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조금 더 다뤘다면 더 균형 있게 느껴졌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완벽하게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투자하고, 세상이 변하면 내 생각도 바꿀 수 있는 것. 그런 태도가 오래 투자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그래서 '인생을 바꾸는 투자학개론'은 무엇을 살까보다 나는 어떤 투자자가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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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맞을 용기 -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기꺼이 ‘지랄맞을’ 용기를 내십시오
조영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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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까지 내 생각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 일이 많다. 회사나 조직에서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괜히 나섰다가 피곤해질 것 같아 입을 다물기도 한다.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갈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선택을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미켈란젤로, 에디슨, 나이팅게일, 알리, 피카소처럼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유명한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인가 싶었는데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남들이 정해놓은 방식에 무조건 자신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라는 엄청난 권력 앞에서도 자신의 작업만큼은 쉽게 양보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서류와 절차에 매달리는 관료주의에 맞섰다. 피카소는 이미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사람이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 미술의 규칙 자체를 깨뜨렸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 사람들은 원래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가능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직장도 중요하고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면서 살 수도 없고, 내 생각이 언제나 옳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용기보다 타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타협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내가 한발 물러서는 게 나을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고집과 신념은 생각보다 가까이 붙어 있어서, 내가 신념이라고 믿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고집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책에서 마음에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세상이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할 때, 내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직위나 체면처럼 잃어도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한번 계속해서 외면하다 보면 되찾기 어려운 것도 있다. 내 생각이나 가치관, 스스로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런 이야기를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유명한 사람들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당시에는 피곤하고 고집스럽고 때로는 이상하게 보였을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된다. 그래서 제목의 지랄맞은이라는 표현도 이해가 됐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용기가 처음부터 멋있어 보였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덮고 질문 하나는 남았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기 위해 타협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편해지기 위해 나를 조금씩 포기하고 있는 걸까?


그 둘을 구별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어쩌면 '지랄맞은 용기'가 말하는 용기도 대단한 일을 벌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다들 당연하다고 말하는 순간에 한 번쯤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하나? 라고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앞에서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너무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것.


그 정도의 지랄맞음이라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에게도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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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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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노후, 아플 때 누가 나를 돌봐줄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은퇴 후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같은 문제들. 결국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나이 들어서도 내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책에는 요양원과 호스피스 현장의 이야기부터 방문간호, 치매 환자의 돌봄, 은퇴 후의 인간관계와 경제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마지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고 싶어도 가족이 모든 돌봄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고, 집 안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준비도 빠질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부모님의 노후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나중에 많이 아프시면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요양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지막은 어디에서 보내고 싶으세요? 같은 말을 괜히 꺼냈다가 부모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읽다 보면 오히려 건강할 때 이런 이야기를 조금씩 나눠두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부모님이 아프시면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부모님이 무엇을 원하셨는지 묻기에는 늦을 수도 있다.


내 노후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 중년에게도 권하고 싶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돈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런데 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건강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 친구나 이웃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 은퇴 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갖는 것. 젊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일들이 나이가 들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은퇴한 뒤 돈 문제만큼이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직장을 다닐 때는 그렇게 쉬고 싶었는데 막상 하루 전체가 내 시간이 되고 나면 그 시간을 채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오늘 조금 걷는 것,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노후의 생활비를 한 번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그런 평범한 일들이 모두 준비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앞으로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내답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를 읽고 가장 오래 남은 생각도 그것이었다.


잘 죽는다는 것은 결국, 마지막 날만 잘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잘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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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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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를 읽으면서 나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바닷가가 떠올랐다. 낮에는 아직 햇볕이 뜨거운데 저녁이 되면 바람이 선선해지는 때. 혼자 걷다 보면 별생각이 다 들고, 지나온 시간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그런 계절의 느낌이 이 책과 잘 어울렸다.


사실 '오디세이아'라고 하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다. 신화 속 영웅이 괴물을 만나고 바다를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과 연결해준다. 익숙하지만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유혹을 참는 것, 내가 선택한 것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 때로는 붙잡고 때로는 놓아주는 것. 읽다 보니 옛날 영웅 이야기라기보다 그냥 우리 사는 얘기 아닌가 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아무도 대신 노를 저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조금 쓸쓸한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내가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도 내가 안고 가야 한다. 대신 내가 저은 노만큼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잘하든 못하든 내가 애써온 시간은 결국 내 안에 남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예전에 혼자 낯선 곳을 오래 걸었던 날도 생각났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멀리 와 있었고,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봤던 기억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앞으로만 가느라 정신없다가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먼 길을 지나왔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지금 우리의 고민으로 바꿔 읽게 해준다는 점이다. 세이렌의 유혹이나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이야기가 먼 신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편안함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포기하고 싶은 순간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지금의 삶과 연결할지 궁금해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다.


물론 중간중간 조금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신화 속 장면을 소개하고 삶의 교훈으로 이어가는 구성이 반복되다 보니 이 이야기는 앞에서도 비슷하게 하지 않았나 싶은 순간이 있다. 깊이 있는 고전 해설을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반대로 나처럼 '오디세이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나도 지금 내 삶의 노를 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남았다. 정신없이 살다가 잠깐 멈춰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저녁,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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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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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상의 소음이 소거된 진공 속, 오직 내 안에서만 환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냥 표현이 예뻐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문장이 계속 생각났다.


나도 가끔 오래전 일을 떠올리다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그날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의 기분은 또렷하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반대로 분명 내가 겪은 일인데도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는데, 그때 느꼈던 서운함이나 따뜻함 같은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요즘 나 역시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서 내가 기억하는 게 정말 있었던 그대로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모습이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건 정확한 기억보다 그 순간 내 마음에 남은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기억의 무늬라는 말도 좋았다.


주인공 카미는 19년 전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다가 손끝에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과거를 하나씩 찾아간다. 처음에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가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단순히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밝히는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기억을 잃으면 그때의 나는 사라지는 걸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도 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잊어버린 시간 역시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히 천이나 옷, 가구, 냄새처럼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기억의 단서가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기억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저장된 장면부터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냄새 하나나 오래된 물건 하나 때문에 갑자기 예전 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 역시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을 맡거나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가 나오면 한동안 잊고 있던 사람이 생각날 때가 있다.


결국 남은 것은 기억한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이었다.


모든 일을 정확히 기억해야만 그 시간이 내 삶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순간은 얼굴도 이름도 흐려지지만 이상하게 그때의 감정만은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기억들이 겹치면서 하나의 무늬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에 마음에 남은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세상의 소음이 다 사라진 뒤에도 내 안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 같은 것. 나는 그게 이 소설에서 말하는 기억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은 사라져도 그때의 내가 느꼈던 마음까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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