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를 읽으면서 나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바닷가가 떠올랐다. 낮에는 아직 햇볕이 뜨거운데 저녁이 되면 바람이 선선해지는 때. 혼자 걷다 보면 별생각이 다 들고, 지나온 시간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그런 계절의 느낌이 이 책과 잘 어울렸다.


사실 '오디세이아'라고 하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다. 신화 속 영웅이 괴물을 만나고 바다를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과 연결해준다. 익숙하지만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유혹을 참는 것, 내가 선택한 것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 때로는 붙잡고 때로는 놓아주는 것. 읽다 보니 옛날 영웅 이야기라기보다 그냥 우리 사는 얘기 아닌가 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아무도 대신 노를 저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조금 쓸쓸한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내가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도 내가 안고 가야 한다. 대신 내가 저은 노만큼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잘하든 못하든 내가 애써온 시간은 결국 내 안에 남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예전에 혼자 낯선 곳을 오래 걸었던 날도 생각났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멀리 와 있었고,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봤던 기억이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앞으로만 가느라 정신없다가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먼 길을 지나왔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지금 우리의 고민으로 바꿔 읽게 해준다는 점이다. 세이렌의 유혹이나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이야기가 먼 신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편안함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포기하고 싶은 순간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지금의 삶과 연결할지 궁금해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다.


물론 중간중간 조금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신화 속 장면을 소개하고 삶의 교훈으로 이어가는 구성이 반복되다 보니 이 이야기는 앞에서도 비슷하게 하지 않았나 싶은 순간이 있다. 깊이 있는 고전 해설을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반대로 나처럼 '오디세이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나도 지금 내 삶의 노를 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남았다. 정신없이 살다가 잠깐 멈춰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저녁,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