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투자자
다니엘 라스무센 지음, 최용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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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한 투자자 _다니엘 라스무센


투자를 공부한다고 하면 늘 방법이나 비법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라스무센은 한 발 물러서서 묻는다.

👉 “당신은 시장을 예측하려 애쓰느라, 정작 중요한 태도를 잊고 있진 않은가?”


책 속 마코위츠와 샤프 이야기를 읽는데,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은 결국 마음을 지배하는 거야.”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겠다. 숫자에 불과해 보이는 투자도 사실은 심리와 철학, 그리고 태도의 문제라는 걸.


라스무센은 화려한 한 방을 경계한다. 대신 위기 속에서도 가장 작고, 가장 싸고, 가장 불안해 보이는 곳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는데 회사 첫 해에 아무도 관심 없던 작은 프로젝트를 맡았던 순간이 겹쳐졌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했지만 결국 그 경험이 내 커리어를 지탱하는 토대가 되었다.

투자와 삶, 다르지 않다는 걸 절감한다.


책장을 덮으며 오래전 아버지와 걸었던 좁은 골목길이 떠올랐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던 그 말처럼, 이 책은 내게 속삭인다.

겸손은 결국 가장 강한 무기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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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으로 - 상실을 통과하는 당신에게
윤현희(Lumi)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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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으로


어떤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 같다. '다시, 빛으로'가 그랬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안의 낡은 서랍들을 하나씩 여는 느낌. 잊고 지냈던 상실의 기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섰던 용기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책 속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고통과 상실 너머 빛을 향해 나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문장을 읽는데 문득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생각이 났다. 녀석을 처음 떠나보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그 빈자리가 다시 사랑으로 채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울었는지. 시간이 흘러 무뎌진 줄 알았던 그 아픔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선명하게 느껴졌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더 잘 사는 기술이다라는 몽테뉴의 구절도 마음에 깊이 박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했다. 매일 마시는 커피, 창밖의 햇살, 그리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책은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이 책은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상실의 자리를 통과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조용하고 깊은 위로를 건넬 뿐이다. 살면서 마주했던 수많은 아픔들이 단순히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유산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따뜻하게 알려준다.


고독한 밤,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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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8km의 사랑 - 나폴리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축구에 관하여
김필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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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28km의 사랑


김필진 작가의 책을 읽는 동안,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우연이 어떻게 깊은 우정과 사랑으로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듯했다.

특히 나폴리 축구팬들과의 이야기는 단순히 스포츠 기록이 아니라 삶의 뜨거운 온기와 사람 사이의 믿음을 보여준다.


책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시장 골목에서 건네는 인사, 갑자기 내린 비 속에서 우산 대신 건네준 파란 우비, 혹은 한국 라면처럼 끓여 먹은 파스타.

하나하나가 거창하지 않은데도 묘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사랑이란 건 늘 이런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남는다.


나는 읽는 내내, 예전에 회사 근처 분식집에서 자주 보던 작은 풍경이 생각났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던 주인아저씨가 문득 내 단골 메뉴를 미리 준비해두곤, 오늘은 서비스야 하며 떡볶이를 더 얹어주던 순간.

별것 아닌 친절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날 하루를 버텨낼 힘이 되었던 기억.

이 책이 전하는 감정도 정확히 그랬다.


결국 '8928km의 사랑'은 내게 📦 약간 낡았지만 손때 묻은 머그컵 같았다.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매일 손에 쥘 때마다 따뜻함을 건네는.

사랑도, 우정도, 인생에서 오래 남는 건 결국 이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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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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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지냈는데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였나? 숙제를 깜빡하고 학원에 갔다가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걱정했던 날. 덜덜 떨며 학원 문을 열었는데 선생님이 해맑게 웃으면서 숙제는 다음에 해도 돼! 라고 하셨다. 그 순간,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면서 사소하지만 엄청난 기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런 사소한 기쁨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기쁨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준다. 큰 낫으로 잡초를 베는 기쁨, 커다란 새 둥지에서 수많은 새들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 낡은 펜으로 글을 쓰는 기쁨 등. 저자는 아주 일상적인 순간들을 아름다운 글로 포착해낸다.


특히, 비행기에서 아기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그림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는 에피소드는 낯설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안전 수칙일지라도 작가는 그 안에서 삶의 비극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인데도 슬픔과 두려움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이 좋았다. 기쁨과 슬픔, 두려움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까.


'기쁨의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해준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마치 뜨겁게 끓인 물을 부어 만든 인스턴트 커피처럼,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기분이다.


결국, 이 책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내 유년 시절의 하굣길을 다시 찾아준 기분이었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마냥 좋았던 그때처럼, 나는 이 책을 덮고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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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스타 라이브러리 클래식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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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


나는 한때 너무 평범해서 고민이었다. 눈에 띄게 잘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저 그런 삶. 모두가 비슷한 길을 걸을 때 나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고 나니, 나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의심했던 한 남자의 고백록이자,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다.


책의 주인공 요조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로 정의한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재미없는 농담에도 크게 웃고 속으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저 동조하며 살아간다. 이런 모습은 마치 사회생활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회의 시간에 이해가 안 돼도 고개를 끄덕이고 별로 재미없는 회식 자리에서도 척 웃으며 분위기를 맞추는 나. 어쩌면 나도 세상 사람들에게 인간 실격을 당할까 봐 두려워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특히 책 속의 한 장면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요조가 평생 잊지 못할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검사 앞에서 정말인가? 라는 검사의 질문에 요조는 속으로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지만 겉으로는 거짓된 미소를 짓는다. 진짜라는 대답 대신 정말인가? 라고 되묻는 검사의 날카로운 말에 요조는 마치 지옥으로 굴러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장면을 읽는 순간, 대학 시절 발표 시간이 떠올랐다.


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나는 밤샘 작업으로 겨우 자료를 완성했다. 하지만 발표 직전, 팀원이 갑자기 자료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늦은 상황이라 수정할 수 없었고 결국 나는 불안감을 숨긴 채 발표를 시작했다.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학생이 이 부분은 오류 아닌가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요조처럼 부끄러움으로 온몸이 굳어버렸다. 머릿속은 하얘졌고 겨우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속으로 아니오를 외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나 자신에게도, 팀원에게도, 그리고 교수님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다. 요조처럼 세상의 날카로운 시선에 움츠러들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실격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다. 나는 더 이상 가면을 쓰지 않기로 했다.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하고 틀린 부분은 인정하는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은 나에게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세상의 잣대에 맞춰 살아가려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요조가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고 부르며 괴로워했던 것처럼, 나도 한때 나의 평범함과 솔직하지 못함에 괴로워했지만, 이제는 안다.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일지라도 그 안에는 가장 진실하고 인간적인 내가 있다는 것을.


'인간 실격'은 세상과의 불화를 겪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고백록이다. 요조가 느꼈던 고독과 불안, 그리고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부끄러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한동안 먹먹함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그저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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