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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평점 :
기쁨의 책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지냈는데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였나? 숙제를 깜빡하고 학원에 갔다가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걱정했던 날. 덜덜 떨며 학원 문을 열었는데 선생님이 해맑게 웃으면서 숙제는 다음에 해도 돼! 라고 하셨다. 그 순간,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면서 사소하지만 엄청난 기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런 사소한 기쁨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기쁨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준다. 큰 낫으로 잡초를 베는 기쁨, 커다란 새 둥지에서 수많은 새들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 낡은 펜으로 글을 쓰는 기쁨 등. 저자는 아주 일상적인 순간들을 아름다운 글로 포착해낸다.
특히, 비행기에서 아기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그림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는 에피소드는 낯설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안전 수칙일지라도 작가는 그 안에서 삶의 비극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인데도 슬픔과 두려움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이 좋았다. 기쁨과 슬픔, 두려움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까.
'기쁨의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해준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마치 뜨겁게 끓인 물을 부어 만든 인스턴트 커피처럼,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기분이다.
결국, 이 책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내 유년 시절의 하굣길을 다시 찾아준 기분이었다.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마냥 좋았던 그때처럼, 나는 이 책을 덮고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