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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11월
평점 :
📘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 읽고 — 욕심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연습
요즘처럼 하루가 쉼 없이 흘러가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분발해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거는 때가 많다 보니 이 책은 거의 정반대의 방향에서 말을 건네는 느낌이었다.
거창한 성공 철학이나 열심히 살아라 식의 메시지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단단하게 버티게 하는 건 느리고 단순한 기쁨들이라고 차분하게 일깨워준다.
읽다 보면 먼저 마음이 멈춘다.
성공한 뒤에 행복을 누리겠다는 익숙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은 행복을 뒤로 미뤄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언젠가 더 잘되면 더 여유롭고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마음 때문에. 정작 지금 바로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을 흘려보내곤 했다.
책은 그런 삶의 패턴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정말 지금 누릴 수 없는 건가?”
그리고 욕심 이야기가 나온다. 욕심을 악으로 규정하지도 않고 무조건 내려놓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욕심의 속도를 조금만 늦춰도 삶에서 이미 꽤 풍부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짚어준다.
이게 의외로 현실적이다.
욕심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욕심이 나를 끌고 다니지 않게 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
욕심을 앞세우면 흐름이 꺾인다는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계획은 좋지만 계획에 묶이면 흐름이 막히고 지식은 필요하지만 지식이 너무 많으면 되레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말. 현대인의 삶을 정확하게 찌른다.
또 하나 마음을 오래 붙잡은 건 자연의 흐름을 닮은 태도였다.
일을 대하는 방식, 마음을 다루는 방식, 행복을 느끼는 방식 모두 억지로 밀지 않고, 억지로 버티지 않는 방향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규칙을 부여한다.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조심해야 하는 것, 더 챙겨야 하는 것…
그런데 책은 말한다.
지나친 지식과 지나친 조절은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방해한다고.
집착이 쌓일수록 마음의 통로가 막히고 그러다 보면 평소에 보이던 것조차 흐릿해진다고.
그리고 여기에 아주 따뜻한 표현이 나온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생명을 갖고 있고 우주의 흐름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시선.
우리가 굳이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삶은 어떤 방식으로든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그 흐름에 발을 적시고 함께 움직일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덜 고단해진다.
이 책은 우리에게 덜어내기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거울에 가깝다.
성공이라는 말에 가려졌던 소소한 행복들, 일상 속에 늘 있었지만 외면했던 여유, 마음이 조금만 느슨해져도 스며드는 기쁨 같은 것들.
읽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건 이런 문장 하나로 요약된다.
“더 벌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말은 절대 가볍지 않다.
삶의 중심을 조금 안쪽으로 돌려놓는 힘 같은 게 있다.
요즘 마음이 소란스럽거나, 멈추고 싶은데 멈추지 못하고 계속 달리는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은 잠깐 숨을 고르게 해주는 작은 평상(平床) 같은 역할을 해줄 것 같다.
아무도 모르게 내 안쪽이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