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어떻게 쉬면 되나요?
윤성화 지음 / 아웃오브박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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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그동안 쉬는 법을 너무 외주화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잘 쉬어야 한다는 말은 늘 들었지만 정작 쉬는 방식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식을 빌려다 썼다. 해외여행을 가야만 제대로 쉬었다고 말할 수 있다거나 운동이나 취미처럼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곁들여야 그럴듯해지는 식.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곧장 찌른다. 그리고 묻는다.

그건 정말 너에게 맞는 쉼이었나?


읽으면서 정답만 따라가다 보니 나만의 리듬이 다 지워져 있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았다. 누군가는 떠나야 쉬고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쉰다. 누군가는 고요해야 하고 누군가는 가벼운 소음 속에서 더 안정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한 가지 버전의 이상적 휴식을 기준으로 삼으며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 책은 그 기준을 완전히 내려놓게 한다. 그 순간 비로소 나에게 맞는 속도라는 거의 잊어버린 감각이 다시 떠오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쉼은 일상의 균형을 다시 잡기 위한 조정 과정이라는 관점이다. 쉬었다고 더 완벽해져야 한다는 압박, 다시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쉼을 가로막는 장치에 가깝다. 쉬는 일은 달려가기 위한 무리한 충전이 아니라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속도를 다시 맞추는 숨 고르기에 가깝다. 이 부분이 단순한 자기계발식 위로가 아니라 실제 체감 가능한 현실 조언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피로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알림, 메시지, SNS 반응 속도에 끌려다니는 지금의 일상에서는 깊은 쉼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그래서 책은 명확하게 말한다. 전원을 껐을 때 비로소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 그 말이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잠깐이라도 기기를 끄고 나만의 박동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내 안의 기본값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 짧은 정적이 생각보다 큰 회복을 만든다는 점도 새삼스럽다.


또 흥미로웠던 대목은 숲에서 발견한 수관기피 현상 이야기였다.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무들끼리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란다는 자연의 방식. 책은 이 현상을 은유 삼아 말한다. 우리도 서로의 기대와 시선에서 적당한 간격을 확보해야 한다고. 그 간격이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한 속도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책을 덮고 나면, 결국 메시지는 명료해진다.

휴식은 멋진 이벤트가 아니라 내가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기술은 누구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조용히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


결국 이 책은 거창한 조언보다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실제적 감각을 되돌려주는 책이다. 조용하지만 오래 가는 깨달음을 준달까. 그래서, 나는 어떻게 쉬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다시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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