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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전개가 눈부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드넓은 스캐일에 빠른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어 읽는 맛을 만끽하게 해준다. 또 묘사가 치밀하고 구체적이어서 마치 현장에서 사물이나 현상을 직접 대하는 듯 생생하게 감을 살려주고 있다.

특히 레시피 요리법에 대한 꼼꼼한 설명은 전문 요리사가 TV 프로그램에서 친절하게 조리 방법을 알려주는 듯 말 그대로 레알이다.

굿 파드레가 생각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가지를 손가락 두께로 길게 썬다. 달걀을 풀어 썬 가지를 담갔다가 꺼낸 뒤 밤가루, 거칠게 부순 호두, 잣, 천일염, 굵은 고춧가루를 고루 묻힌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손가락 반 마디 정도 채우고, 기름에 가지를 튀겨 겉이 황금색이 나고 속이 부드러워지면 꺼낸다. 튀긴 가지 위에 발효가 많이 된 반경성 치즈를 얇게 저며 얹고, 마지막으로 프라이팬을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굽는다. 

가지에 뿌릴 드레싱으로는 새로운 페스토 소스를 생각해 냈다. 제노아식으로 바질, 올리브유, 소금, 후추, 잣, 레몬즙을 기본으로 하면서 거기에 바질과 동량의 신선한 민트를 추가하고 세이지 잎도 조금 넣는 것이다.(37쪽)

사람의 용모파기를 묘사한 부분도 구수하면서도 세밀하여 빙그레 웃음이 돋게 만든다. 특히 굿 파드레 신부에 대한 대목에서는 그의 얼굴 생김새와 표정은 물론 내면까지 빤히 읽힐 정도이다. 마치 그의 실물이 눈앞에 있는 듯하게 말이다.

굿 파드레의 몸통은 호두나무 고목 둥치 같았다. 팔은 그 나무에서 맨 처음 뻗어 나와 300년 전부터 열매를 맺은 큰 가지만큼이나 굵었다. 어쩌다가 신부의 무릎이나 어깨에 손이 스쳤다면 늦여름에 딴 머스크멜론처럼 커다란 타원형 공을 만지는 것 같았으리라. 손가락은 반쯤 자란 어린 호박과 크기나 모양이 비슷했다. 코는 피에몬테 지방에서 나는 작은 배와 크기나 모양이 같았고, 콧구멍은 큼직한 시칠리아산 올리브를 박으면 꼭 맞을 크기였다. 머리는 11월 하순 만토바에서 나는 호박만 했으며 호박처럼 매끄럽고 반들반들했다. 이빨은 11월에 흰참나무에서 떨어지는 큰 도토리만 했다. 굿 파드레는 웃음이 많았는데, 웃을 때마다 입이 루카 지방에서 나는 카로브 콩 꼬투리처럼 커다랗게 휘어졌다. 긴 눈에는 깊은 통찰력과 장난기가 공존했다. 그 눈빛은 잘 익은 움브리아산 무화과를 반으로 갈라 별처럼 반짝이는 무화과 속살을 응시해본 사람만이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38쪽)

이렇게 구수하고 질펀한 묘사 속에 이탈리아의 역사가 녹아 있고 토마토, 송로버섯 등 식재료와 그 조리법도 담겨 있으며 젊은이들 사이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얘기도 들어 있어 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제대로 만난 듯하다. 한번 읽고 말 게 아니라 찬찬히 꼼꼼하게 음미하며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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