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확실한 인생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 P348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얼굴에 드러나고, 상대에게 의심을 품게 한다. - P373

중요한 건 틀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내용입니다. - P377

톱니가 덜컹 소리를 내며 한 칸 전진했다. 한번 앞으로 나아간 톱니가 다시 뒤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것이 세계의 룰이다. - P398

아오마메는 방 안을 새삼 천천히 둘러보았다. 영락없는 모델 룸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청결하고 통일감 있고 필요한 건 모두 갖춰져 있다. 하지만 개성 없이 데면데면한, 그냥 종이로 만든 연극 소품 같은 것이다. 만일 내가 이런 곳에서 죽게 된다면 그건 별로 유쾌한 죽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가령 무대 배경을 내 맘에 드는 것으로 바꿔본들, 유쾌한 죽음이라는 것이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게다가 생각해보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 자체가 거대한 모델 룸 같은 게 아닐까. 들어와서 거기에 자리잡고 앉아 차를 마시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리고 시간이 되면 인사를 하고 나간다. 그곳에 있는 모든 가구는 임시의 가짜에 지나지 않는다. 창문에 걸린 달 역시 종이로 만든 소품일지도 모른다. - P399

"아마도 내가 길을 너무 멀리 돌아온 거 같아. 그 아오마메라는 이름의 여자애는, 뭐랄까, 오래도록 변함없이 내 의식의 중심에 있었어. 나라는 존재의 중요한 누름돌 역할을 해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게 너무도 내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그 의미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거 같아."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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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리가 겪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그가 내미는 손길을 철저히 외면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간 얼굴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나야말로 누구보다도 추악했다.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매일을 보냈다. - P252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알게 되었을 때의 고독감 - P282

어쩌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일지도 몰랐다. 커다란 고민에 맞닥뜨렸을 때 충실히 고민하는 대신, 일상의 과업들로 도망쳐버리는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다잡고 기어이 모든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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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다. 그것이 나라는 인간이다. 문제가 있는 근육을 정상화하라는 일이 주어지면 전력을 다해 그것에 임한다. 어떤 인물을 살해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래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나는 또한 전력을 다해 그것에 임한다. - P272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 P276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어." 남자는 말했다.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 순간에 악으로 전환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그래, 균형 그 자체가 선인 게야. 내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네" - P289

"복수만큼 코스트는 높고 이익은 생기지 않는 일은 없다." - P293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 P295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어보는 게 좋다. 고 덴고는 생각했다. 이론적으로라기보다 어디까지나 경험상. - P296

세계가 ‘비참한 것‘과 ‘기쁨이 결여된 것‘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제각각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은 세계의 한없는 집적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창밖의 풍경은 보여주고 있었다. - P303

"무엇이 진짜 세계냐 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문제야." 리더라고 불리는 사내는 엎드려 누운 채 그렇게 말했다. "그건 결국 형이상학적인 명제가 되지. 하지만 이곳은 진짜 세계야. 그건 틀림없어. 이 세계에서 맛보는 고통은 진짜 고통이야. 이 세계에 찾아오는 죽음은 진짜 죽음이지. 흐르는 건 진짜 피야. 이곳은 가짜 세계가 아니야. 가상의 세계도 아니지. 형이상학적인 세계도 아니야. 그건 내가 보증하지. 하지만 이곳은 자네가 알고 있는 1984년이 아니야." - P320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 P323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 리틀 피플은, 혹은 그곳에 있는 어떤 의지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힘을 쓰면 쓸수록, 그 힘에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져. 그렇게 해서 세계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 나가지. 어떤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아. - P324

모든 일은 서로 마주보는 거울이니까. - P330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은 그저 싸구려 연극일 뿐이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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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애정은 그 무엇보다도 폭력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으로 돌변하곤 한다. - P198

우린 애초에 너무 다른 사람이었으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두 개의 선이 우연히 한 점에서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멀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을까. 누군가는 그게 성장이라고, 아니면 자연스러운 이별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 P200

나는 마치 미라처럼, 혹은 소금 기둥처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말라붙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에 맞게 커가고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가 자신의 속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 P200

불행은 참 진부하지만 행복은 특별하다. - P221

어느새 그때의 일은 우리에게 일종의 외딴섬이 되었다. 명백히 우리 관계의 한중간에 놓여 있지만 아무도 그곳에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가려 하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 - P229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나는 언제나 침묵해 버리는 사람이니까.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상처를 썩혀버리는 종류의 사람이니까. 그것이 내 삶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 유일한 삶의 방식을 바꿀 수는 없었다. - P240

떠나간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기억도 사람도. 기억의 주인은 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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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세상 마음대로 굴러가게 놔두면 된다. - P246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일이라는 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 세계는 오히려 그가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P246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죠. 세상에는 모르는 채로 덮어두는 게 좋은 일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당신 어머니 일도 그래요. 진상을 알게 되면 그건 당신에게 상처가 돼요. 그리고 일단 진상을 알게 되면 거기에 대한 책임도 떠맡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 P265

남자는 잠시 틈을 두고 나서 말했다. "내가 아직 맛본 적이 없는 고통이 있다면 그게 어떤 것인지 한번 보고 싶군." 거기에는가벼운 야유의 여운이 담겨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든 고통이란 즐거운 게 아니죠."
"하지만 아픔을 수반하는 게 효과는 더 크겠지. 그렇지 않은가? 의미 있는 고통이라면 나는 견딜 수 있어." - P267

"아픔은 많은 경우에 다른 아픔에 의해 경감되고 상쇄되지. 감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야."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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