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순간의 망설임이 치명적인 것이 된다. - P276
"이건 삶의 방식 자체의 문제예요. 항상 진지하게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해요. 공격받는 걸 그저 감수하기만 해서는 어떻게도 해결이 안 되죠.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손상시킵니다." - P284
문화인류학의 목적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이 품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상대화하고, 거기서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어 다시 그것을 개인에 피드백하는 것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자립적이면서도 어딘가에 속한다는 포지션을 획득할 수 있거든. - P318
그들의 교리는 너무도 편협하고 일방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하나씩,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가령 어떤 이야기이건 대화할 사람을 원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 P323
일요일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며 수금을 하거나 무서운 세상의 종말을 선전하고 다니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건 - 만일 그럴 필요가 있다면 그렇다는 것이지만 -어른들이 하면 된다. - P326
일요일에는 시간이 기묘하게 흐르고 풍경이 불가사의하게 뒤틀린다. - P329
말을 잃어버린 삶을, 앞을 못 보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의미없이 내뱉는 말의 홍수 속에, 아무 생각없이 지껄여대는 말들에, 또는 무심코 던져진 말의 폭력에 상처받는다. 그녀 역시 바늘처럼 맨몸을 찌르는 말로 인해 말을 잃었다. 말을 잃은 그녀와 앞을 볼 수 없는 그가 희랍어 시간에 만난다. 상실의 아픔을 지닌 그와 그녀의 만남.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줌으로써 그들의 상처는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힘겨운 삶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한 생명이 태어난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추운 세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혼자가 된다. 그 세상은 자애로운 신뿐만 아니라 사탄 역시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가고, 스러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우리가 삶을 끝내고 가는 곳은 어떤 곳일까. 페테르의 말대로 이름도 없고, 말도, 몸도 없는 곳일까. 그래서 아플 것도 없는 곳,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곳일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서 환한 곳일까. 또 그곳은 우리가 사랑하는 건 다 있고 사랑하지 않는 건 없는 곳일까
덴고는 겨드랑이 아래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몰고 오는 것들. 그로 인해 자신의 지금 존재가 위협받는 것. - P220
"두려워할 거 없어요. 여느 때의 일요일이 아니니까." 소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그렇게 말했다. - P221
이상이 발생한 건 내가 아니라 이 세계다.그래, 맞아.어딘가의 시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소멸하고, 혹은 퇴장하고,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레일 포인트가 전환되는 것처럼. - P231
그런 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P235
"뭔가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 요컨대 아직 틀에 박히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 P253
"‘모든 일에는 반드시 두 개의 측면이 있다‘ 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덴고는 말했다. "좋은 면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면, 두 가지입니다." - P258
역시 늙는다는 건 고약한 일이야. - P73
야생초들과 그가 아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이 세상에서 그가 속한 자리다. 그의 것이다, 언덕, 보트하우스, 해변의 돌들, 그 전부가, 그런데 그것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소리처럼, 그렇다 그 안의 소리처럼 그의 일부로 그 안에 머물 것이었다. 요한네스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것을, 하늘 저 뒤편에서, 사방에서, 돌 하나하나가, 보트 한 척 한 척이 그에게서 희미하게 멀어져가고 그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오늘은 모든 것이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일까? - P74
바다가 더이상 자네를 원하지 않는구먼, 그가 말한다 - P81
그래도 닥칠 일은 닥치는 법이야, 그가 말한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걸, 그가 말한다 - P124
자네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했지, 페테르가 말한다 - P130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 P131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31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 P131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 P132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 P133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