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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로 일찍 갔는데도, 거의 매진, 겨우 제일 앞자리에 앉아 보면서도 고개 아픈줄도 모르고

몰입해서 본 '사도'

 

思悼

 

영화를 보는내내

두둥둥 높아지는 북소리와 사도세자의 내면 폭발을 쏟아내는 듯한 무속인의 강렬한

기도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면서, 그를 향한 이준익 감독의 '살풀이' 넋이 내 가슴속으로도

날아 들어와 내내 슬픈, 아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사도세자가 아들에게 혼자 읊조리듯 했던 말

"허공으로 날아가는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그 화살은 먼 시공간을 한순간에 뚫고, 내 가슴속으로 순식간에 꽂혀버렸다.

영화를 보면서도, 끝나고 나서도, 지금 이 순간도 내내 이 한마디는 내 마음속을 돌아다닌다.

 

앞으로 유아인 아닌, 사도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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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기묘한 아름다움이 혼재되어 있는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21세기 사람으로 마감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전쟁 후 세상이 무너져 내린 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격렬한 생존기

영화 내내 울려 나오는 거대한 북소리와 기괴한 사람들의 어울림은

마치 고대 제례의식을 보는 듯한 강렬함으로 이끌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투 출전을 북돋우는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와 강렬한 비트를 뿜어내며 미친듯 흔들어대는

기타리스트 빨간 내복의 어울림

기다란 봉에 매달린 전사들의 기묘한 곡선이 그려내는 몽환적 아름다움.

 

어렸을 때 봤던 멜 깁슨과 티나 터너의 <매드 맥스>에서는 별 감흥을 못 느꼈었는데...

21세기 <매드맥스>는 특별하게 다가와, 시리즈 매니아 대열에 설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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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본 영화여서 그런지, 스피드 스피드 영상 습격에 심장이 널뛰다.

새로운 세기의 영화... 보는 내내 영혼의 3단 덤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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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 다큐멘터리

 

 

 

알라딘 문화초대석으로 보게 된 <숲의 전설>

저번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보고 난 후, 초록 영화가 너무 좋아서

관련 영화들을 검색해 보니, <숲의 전설>이 같이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때 이 영화 나오면 꼭 봐야지 했는데, 알라딘에 떴다.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고, 피곤했었지만 그래도 일요일 외출을 감행했다.

 

아트하우스 모모.

이대 캠퍼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중국사람들... 바야흐로 중국 시대가 왔구나.

 

영화가 시작된 후, 아름다운 초록 영상이 익숙하게 너무 편안해서인지, 따뜻한 위로같았는지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좀 졸았다.

 

중간쯤 지나서 눈이 살짝 뜨였는데, 부엉이의 그린 듯 선명한 노란 눈이 반짝이는 소나무잎처럼 내 마음을 찌르면서 잠이 확 깼다.

 

아... 참 예쁘게도 생겼구나.

 

꼬마의 나레이션

옛날에 '숲'이라는 말은 '곰'이라는 말이었다.

곰이라고 말하면 곰이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곰이라는 말대신 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얼마 전에 <곰, 몰락한 왕의 역사>에서 '곰'의 역사에 대해 조금 읽었었기 때문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곰'이 어떤 존재였었는지...

 

 

 

 

 

그리고 마무리 부분에 나온 이 동물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고양이와 아기호랑이를 섞어놓은 듯한 얼굴과 짧은 꼬리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에 대해 친밀감이 높아져서 인지, 이 동물들 얼굴이 사람처럼 인지되기 시작했다. 부엉이의 얼굴은 가면무도회의 기사같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피곤함에 잠깐 졸았었지만, 영화는 참 좋았다.

요즘은 산에 잘 다니지 않지만, 예전에 나에게 산은 휴식이었다.

마음이 지칠때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숲 언저리를 헤매곤 했었다.

 

새삼 '숲과 사람'이라는 내 정체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 영화였다.

 

 

 

 

 

 

 

이대 앞에 살고 있는 곰돌이, 나에게 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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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 감독 / 씨네 큐브

 

남산 쪽 갈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오랫만에 씨네큐브에서 영화 한 편 보려고 인터넷 영화 검색해 보니, 이 영화의 평점이 월등하게 높았다. 얼마전에 영화 소개 코너에서 '기억'에 관한 유쾌한 영화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고,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프루스트라니... 프루스트와 기억,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늦은 점심을 먹고 극장에 도착하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맨 앞 5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편의점에 다녀오니, 매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입장해서 고개 아플 준비 하고, 의자에 푹 파묻혀 있으려니,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와 함께 와서

자리 좀 바꿔 달라고 하셨다. 바로 뒷 자리였지만 그래도 운 좋게 조금이나마 화면과 떨어져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흐흥... 나는 운이 있다니까 ^^

 

 

까만 화면에서 아기의 옹알이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아기의 시선으로 치렁치렁한 머리와 나팔바지를 입은 한 남자의 뒷모습을 경쾌하게 따라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2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말을 잃어버린 폴. 오직 폴이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위선적인 이모들의 품안에서 태엽인형처럼 표정없이 살아가던 폴에게 의심스러운 여자, 프루스트가 등장한다. 집시 주술사같은 외모에 잘 짖지 않은 커다란 검은 개 미미와 함께, 공원에서 우클레레만 치는 이상한 여자.  우연히 잘 눈에 띄지 않는 벽 사이에 존재하는 프루스트의 마법 같은 초록 정원에 발을 내딛게 내면서 폴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행이 시작된다.

 

기억이란 깊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같은거야.

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하지.

바로 음악과... 알 수없는 신비로운 차 한 잔과 마들렌 과자

 

정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마들렌 과자는 폴을, 존재하나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숲 속으로 데리고 간다.

 

사랑 한 스푼, 꿀 한 스푼...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 곳에서 항상 어린 폴을 사랑해 주고 있는 엄마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빠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폴의 영혼을 세상과 격리시켜 놓고 있던 검은 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영화 중간에 작은 공원에 살고 있는, 세상 그 어느 나무보다 커다란, 몇 백년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영혼의 나무가 등장한다.

 

나에게도 '내 마음을 심어둔 나무가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내 나무'를 생각해 내려고 했지만, 여러 나무들의 어렴풋한 형상들만 스치듯 지나갔다.

 

나에게도 한 잔의 차와 마들렌 과자가 필요해.

 

상영 시간 내내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꽃들이 하늘거리고, 초록 잎새들이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싱그러웠다.

감독은 마음 속에 어떤 비밀 정원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웃음을 배우지 못한 동생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비밀 정원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아픈 영혼을 치유해 주게 되었던 초록 심리 치유사 마담 프루스트처럼, 감독도 어쩌면 사람들의 영혼 깊숙히 자리하고 있을 소중한 순간들이, 망각이란 병에 걸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기 전에 다시 살려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수없이 걸어와 희미해진 내 많은 발자국들을, 무릎 꿇고 다시 한 번 각인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헤엄칠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저물어 가는 시간'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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