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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 감독 / 씨네 큐브
남산 쪽 갈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오랫만에 씨네큐브에서 영화 한 편 보려고 인터넷 영화 검색해 보니, 이 영화의 평점이 월등하게 높았다. 얼마전에 영화 소개 코너에서 '기억'에 관한 유쾌한 영화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고,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프루스트라니... 프루스트와 기억,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늦은 점심을 먹고 극장에 도착하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맨 앞 5자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편의점에 다녀오니, 매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입장해서 고개 아플 준비 하고, 의자에 푹 파묻혀 있으려니,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와 함께 와서
자리 좀 바꿔 달라고 하셨다. 바로 뒷 자리였지만 그래도 운 좋게 조금이나마 화면과 떨어져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흐흥... 나는 운이 있다니까 ^^
까만 화면에서 아기의 옹알이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아기의 시선으로 치렁치렁한 머리와 나팔바지를 입은 한 남자의 뒷모습을 경쾌하게 따라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2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말을 잃어버린 폴. 오직 폴이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위선적인 이모들의 품안에서 태엽인형처럼 표정없이 살아가던 폴에게 의심스러운 여자, 프루스트가 등장한다. 집시 주술사같은 외모에 잘 짖지 않은 커다란 검은 개 미미와 함께, 공원에서 우클레레만 치는 이상한 여자. 우연히 잘 눈에 띄지 않는 벽 사이에 존재하는 프루스트의 마법 같은 초록 정원에 발을 내딛게 내면서 폴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행이 시작된다.
기억이란 깊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같은거야.
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가 필요하지.
바로 음악과... 알 수없는 신비로운 차 한 잔과 마들렌 과자
정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마들렌 과자는 폴을, 존재하나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숲 속으로 데리고 간다.
사랑 한 스푼, 꿀 한 스푼...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 곳에서 항상 어린 폴을 사랑해 주고 있는 엄마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아빠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폴의 영혼을 세상과 격리시켜 놓고 있던 검은 벽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영화 중간에 작은 공원에 살고 있는, 세상 그 어느 나무보다 커다란, 몇 백년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영혼의 나무가 등장한다.
나에게도 '내 마음을 심어둔 나무가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내 나무'를 생각해 내려고 했지만, 여러 나무들의 어렴풋한 형상들만 스치듯 지나갔다.
나에게도 한 잔의 차와 마들렌 과자가 필요해.
상영 시간 내내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꽃들이 하늘거리고, 초록 잎새들이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싱그러웠다.
감독은 마음 속에 어떤 비밀 정원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웃음을 배우지 못한 동생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비밀 정원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아픈 영혼을 치유해 주게 되었던 초록 심리 치유사 마담 프루스트처럼, 감독도 어쩌면 사람들의 영혼 깊숙히 자리하고 있을 소중한 순간들이, 망각이란 병에 걸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기 전에 다시 살려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수없이 걸어와 희미해진 내 많은 발자국들을, 무릎 꿇고 다시 한 번 각인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헤엄칠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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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저물어 가는 시간'을 기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