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의 풍경 초록잎 시리즈 13
이미영 지음, 한태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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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운 올 여름 입구에서, 시원한 초록 바람이 들어있는 <그 여름날의 풍경> 책을 만났습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싱싱한 초록 꿈을 간직한 작가의 유년 시절이 재미있으면서도, 어린 시절 겪었던 상처가 아프게도 다가오는 책입니다. 올 여름의 뜨거움을 유년의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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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
조은 지음 / 로도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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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강아지가 반려견으로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여름때쯤이었을까?

뜨겁게 달아오른 한 낮의 더위가 방안으로 무자비하게 침투하면서 내 영혼도 거침없이 표백당하고 있을때, 우연히 누른 리모컨에서 조그마한 개 한 마리와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유모차 강아지' 할머니의 껌딱지, 강아지는 언제나 할머니가 가는 곳마다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혼자 사는 할머니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있었다. 할머니가 어딘가로 외출했을 때는 전철역 입구에서 낡은 유모차에 앉아  할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꼼짝않고 기다리는 모습은 순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온전한 사랑.

내가 어릴때부터 꿈꾸던 '온전한 사랑'이 강아지들 세계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일요일에 하는 <동물농장>을 빠짐없이 보면서 강아지와 반려인 간의 애틋한 교감에 눈물짓고, 감동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예쁜 강아지와 사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올 여름에 작고 예쁜 강아지 대신,  조금은 시큰둥하고 까칠한 수컷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인생속으로 쑥 들어오더니, 나는 순식간에 빠져들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여름 끝자락을 잡고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면서 운명처럼 나비는 나에게로 와서 내 고양이가 되었다. 우리는 분홍끈으로 이어진 어쩔수 없는 묘연이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고양이 엄마가 된 내게 조은 시인의 <또또>는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또또가 산책을 즐겼을 인왕산 흙을 닮은 표지를 보면서 코를 맛나게 킁킁거리는 또또와 그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조은 시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눈시울이 또 시큰해진다.

 

이 책은  예민하고, 강아지로서는 가져서는 안될 자존심을 가진, 작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또또와 한 시인의 17년간의 사랑이야기다.

시인이 한때 세들어 살았던 집에서 갈색 실꾸리 같았던 작은 강아지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두 존재의 오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주인에게 학대당하는 또또를 조용히 지켜주던 시인은 근처 낡은 한옥집으로 독립하게 되고, 또또도 데리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에서 가장 힘 센 보호자로 자리하게 된다.

 

한 생명을 평생토록 책임진다는 것은 솔직히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사람의 학대로 분열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손을 무서워하며 끊임없이 물어대는 병약한 강아지는 더욱 더.

그러나 시인에게는 또또의 마음을, 행동을 읽어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만일 내 눈앞의 개가 그처럼 공포감에 짓눌려 있지 않았다면?'

'그 개가 지금껏 내가 봐 왔던 어떤 개보다 나약하고, 그것이 극도의 예민함에 뿌리를 둔

본질과 닿아 있지 않았다면?'

대답은 늘 같았다. 그랬다면 나는 또또를 내 삶 안으로 절대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103

 

나도 내 고양이 나비가

추운 날씨에 다른 고양이에게 집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자기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다른 고양이에게 쫓겨 두려움으로 주저앉아 얼음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용감했다면,

나비는 내 고양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고양이에게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내 주고,

다른 거친 대장 고양이에게 쫓겨 다니며, 복도에서 슬프게 울어대는 나비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비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또또는 건장한 남자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산책길에서 만난 무서운 남자로부터 씩씩하게 시인을 지켜내었고, 의료사고로 죽을 고비까지 이르렀지만 혼자 남아 외로울 시인을 지켜주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면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한 존재의 다른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때로는 죽음까지도 이겨내는 법이다.

 

자신의 평생을 시인의 옆에서 일상이 되어주고, 사랑이 되어 주었던 또또는 세월속에서 힘겹게 늙어가고, 시인과의 슬픈 이별을 준비한다. 시인도 최선으로 자신의 곁에 머물러준 또또에게,

 

"또또야. 오래 오래 살아. 나 이젠 너가 하나도 힘들지 않아. 처음부터 너랑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169.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또또는 엄청난 고통과 싸우면서도 시인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다가, 그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조용히 떠나간다.  

 

이 책은 시인이 또또의 빈자리에 그렇게나 상냥하고, 명랑하고, 예쁘고, 포근하고, 사교적이었으며, 어느 순간에도 자존심을 잃지 않고, 극도로 '사랑스럽게 예민했던' 한 강아지를 기억하면서 마음으로 떠내려간, 담담한 글이다. 페이지 곳곳에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사랑이란 어떤 자리에 존재하든지 아름답고 아픈 것이다.

 

동등한 한 존재와 한 존재가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사랑이 되는 책.

 

방울방울 눈물로 책을 덮고, 무심코 방안을 둘러보니, 어느새 방안으로 들어온 나비가

분홍 꽃이불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예쁘다.

 

꽃보다 고양이...그리고 또또.

아프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책이다.

 

 

 

 

 

작은 민들레꽃씨처럼 날아와 내 마음에 꽃이 된 고양이 천사,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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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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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속마을 꼬마 시인 칼포니아와 강아지 친구 버기 호스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비밀의 강’을 찾아 떠나는 두근두근 모험 이야기.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비밀의 강’ 속 즐거운 마법 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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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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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이 달의 토론 도서, 예전에 <민음사>편으로 읽긴 했지만, 하도 오래전 일이라, 새롭다.

 

 

종이에 무얼 쓴다는 것은 중대한 행위였다. 14

 

그들은 1,2초 동안 애매한 시선을 주고 받았으며, 그것이 이야기의 끝이었다. 그러나 폐쇄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기억해 둘만한 사건이었다. 27

 

비극, 그것은 고대에나 존재했던 유물이고, 사생활과 사랑과 우정이 있었던 시대에, 그리고 가족이 이유를 알 필요도 없이 서로서로 우정이 있었던 시대에, 그리고 가족이 이유를 알 필요도 없이 서로서로 기대어 살아가던 시대에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42

 

신어의 완전한 목적이 사고의 폭을 줍히려는 데 있다는 것 자넨 모르겠나? 결국에 가서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해놓자는 걸세. 왜냐하면 그걸 나타낼 낱말이 없으니까 말이야. 69

 

정통성이란 무의식이다. 72

 

우리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의 신경 조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어떤 순간이든 자기 자신속에 있는 긴장이 자칫하면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83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자에게 있다! 267

 

 

 

흡입력있는 이끌림에 순식간에 다 읽었다.

예전에도 낯선 듯, 익숙한 듯, 마음 꼿꼿이 읽은 경험이 있다.

 

통제된 세상. 내 생각을 가질 수 없는 세상.

관계가 말살된 세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세상

권력이 목적인 세상.

스탈린체제를 비판해 쓴 책이라고 하지만,

1984년이 훨씬 지난 21세기에도, 여전히 이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살아있는 것 같다.

구조만 다를 뿐, 권력을 추구하는 세상은 언제나 변함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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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메르헨 문지아이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서정 옮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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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도시에서는 눈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겨울이 와도, 찬바람만 씽씽 불 뿐, 하얀 세상은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들도 언젠가부터 눈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눈이 와도, 하얀 눈부신 아름다움은 잠시, 길가에 축축 검은진탕으로 변해 옷에 검은 투성이를 만들어내는, 그리고 '두 발 걷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도시인들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네 발 자동차'의 편리를 위해 눈을 거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겨울이 오면 먼저 그리움부터 다가온다.

'눈을 만나고 싶다, 하얀 눈을, 내 눈을 가득 채워 주던 어린 시절의 함박눈들을, 백조인양 우아한 춤사위로 나를 환상으로 이끌어주던 그 눈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움으로 회색빛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보기를  여러 번,

그 그리움들이 하얀 눈으로 돌아왔다. 안데르센과 함께...

 

어렸을 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세상속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옆에는 안데르센이 있었다. <못생긴 아기 오리>를 읽을때는 내 예쁘지 않은 모습이 언제가는 화사한 꽃처럼 피어날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인어공주>를 읽었을 때는, 왕자의 행복을 위해 한 점 망설임없이 투명한 물방울로 돌아가는 그 소리없는 발걸음에 같이 울면서 꼭 하늘나라에서 '반짝이는 햇살'로 태어나기를 바랐던 마음을 만났고, <성냥팔이 소녀>는 나에게 마음이 아주 슬플 때, 내 마음 속 작은 성냥을 꺼내 따뜻하게 마음을 지피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안데르센은 내 어린 시절을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세상으로 안내해 주었고,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만의 멋진 동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작은 아이가 소녀가 되고, 어른이 되어 세상속에서 투박한 걸음으로 뒤뚱거리면서도 내 안의 안데르센 동화세상은 멈추지 않고 자라난다.

세상 어른이 되어 내 안의 안데르센 세상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본다.

안데르센의 메르헨은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을까?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어떻게 태어나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가 빛이 되었는지 궁금해 진다.

 

나에게 이야기로만 인식되던 안데르센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으로 재인식되었던 때는 바로, 2005년 서울국제도서전.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관에서 만난 안데르센은 여윈듯한 기다란 얼굴을 가진 슬픈 사람이었다. 그때까지 막연히 안데르센은 행복했던 사람이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던 사람, 동화의 아버지는 당연히 행복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내 단순한 믿음안에서 안데르센은 행복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안데르센은 참 외롭고 쓸쓸했던 사람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사랑의 답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사람.  

 

그런 안데르센을 2013년 다시 만나고 있다. 

안데르센은 1805년 4월 2일,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 오덴세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이었던 아버지와 세탁부였던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은 안데르센 동화의 바탕을 이루는 사랑이 되어 주었다. 계급사회였던 당시, 하층민으로 태어나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발판삼아 상류사회 인사가 되었지만 평생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는 혐오했다고 한다. 자신의 뿌리를 끊임없이 부정해야만 했던 안데르센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힘듬들이 서로 섞이면서 묵혀지고 걸러지는 과정을 통해서 안데르센만의 동화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동화속에서 안데르센은 순수하게 증류되어 빛으로 승화된다.

 

창밖을 내다본다. 지금도 함박눈들의 흔적이 사방에 널려있다. 하얀 세상속으로 <눈의 여왕>이 

커다란 썰매를 내달리고, <성냥팔이 소녀>는 맨발로 걷고 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았던 눈사람은 눈동자를 이루던 작은 나뭇가지만 남겨 놓은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데르센의 <눈사람>이 살아난다. 정말 끝내주는 추위에 태어난 눈사람은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다. 마당에는 집안에서 쫓겨난, 사슬에 묶여 있는 개가 있다. 해와 달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사람에게 개는, '머지 않아 너는 해에 의해 담벼락 옆 도랑으로 흘러가게 될 거야'라고 말해 준다. 그런 눈사람눈에 지하실 가정부 방안의 난로가 보인다. 새까만 작은 몸속에서 따뜻한 밝은 빛을 뿜어내는 난롯불을, 눈사람은 한 눈에 사랑하게 되면서 작은 소망을 품게 된다.

"내 안이 이상하게 삐걱거려요! 나는 저 안에 들어갈 수 없을까요?"

"넌 저 안에 절대 못 들어가! 그리고 난로 곁에 가면, 넌 사라질 거다, 멍!"

잠시라도 난롯불 옆에 다가가보고 싶은,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은 눈사람의 열망은 개의 충고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눈사람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몸을 데운채 지하방 난롯불을 바라보면서 소리없이 사라져 간다. 몸 속을 이루던 부지깽이만 남긴 채...

 

동화의 대부분을 이루는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오래 오래 끝없이요.'

대신,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눈물이 있다. 그리움이 있다.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

안데르센의 외로움속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은 맑은 마법의 샘물로 목을 축이고,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따뜻한 위로가 된다.

'외로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세상의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안데르센은 귀에 속삭여준다.

고마워요, 내 안의 안데르센!

내 주변의 세상 모든 것들을 친구로 만들어 준 당신에게, 언제나 감사해요.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뭉뚱그려 무시할 게 아니라 저마다

그 이름으로 불어 주어야 합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이 책 <안데르센 메르헨>에는 43가지 이야기들이 각자의 상상력을 자랑하며 가득 담겨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책장을 다 덮었어도 여전히 이야기들은 방 안 가득히 떠 다니며,

거미가 실을 잣듯, 끝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안데르센의 메르헨은 현실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 살아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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