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이 그려 넣은 흐릿한 경계선들은 제각각 미스터리가 되어 이 영화에 동력을 제공한다.「버닝」의 크고 작은 미스터리는 끝내 풀리지 않는다. 이건 풀어내야 하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안고 가야하는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버닝」이 거대한 미스터리 자체이기 때문이고 삶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흥,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영혼이란 게 있을 리 없잖아. 한심하네."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노시로 아야코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짧은 침묵 뒤, 전원이 폭소를 터트렸다.
섬은 진작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눈을 감으면 언제든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나는 사도의 풀숲에 몸을 누이고 있다. 파도 소리와 바람의 움직임. 그리고 풀 냄새까지. 모든 게 또렷이 떠오른다. 하지만 눈을 뜨면 내 의식은 여기 있다.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토록 찬란했던 문명이 역사의 뒷켠으로 자취없이 사라지고, 이 문명을 창조한 인간조차 저급한 동물의 조건에 근접하는 삶의 원초성으로 회귀해버렸다. 이 사실은 인간이라는동물에 관한 중요한 진실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은 진화적인 존재인 만큼 퇴행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 찬란한 문명의 주역들도 문명의 족쇄에서 풀리게 되면 곧 그들이 유래한 유기적 삶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로 곧 퇴화해버린다는 것이다."
여행은 이탈이며 공포다. 그것은 모험이며 새로운 앎이다. 여행은 단순한 견문이 아닌 인식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