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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라오스'가 지난 2008년 '뉴욕 타임스'에서 선정한 '꼭 가 봐야 할 나라'에 1위로 뽑혔다는 사실이 놀랍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중국 등 무려 다섯 국가와 국경을 접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내륙국인 이 나라는 당연히 아름다운 바닷가 휴양지는 있을 수 없고, 이웃 나라처럼 밀림 속에 감춰져 있는 웅장한 고대 유적이라든지 환락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유흥가도 변변치 않은 곳이다.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 라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전 세계 상위권을 달리는 말 그대로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라오스라는 나라는 관광객들에게는 별로 이지만, 여행객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 곳은 1주일 정도 잠시 갔다 오는 곳이 아니라, 1달 이상은 살아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같이 쓴 지은이는 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에 성공한 부부이다.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 만에 모든 것을 멈추고 무려 967일 동안 세계 여행을 감행한 용감하고 멋있는 사람들이다. 잠시라도 멈추면 어김없이 넘어지고 마는 자전거와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국의 보통시민으로서는 감히 행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그 여행으로 인생의 행로도 약간 바뀌어진 부부는 4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한 달의 여정으로 '라오스'로 떠났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라오스에서의 일상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침이면 빵이나 열대 과일로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간다. 걷다가 더우면 거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른 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치면 숙소로 돌아와 해먹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황토 빛 강물에 붉은 노을이 드리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평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주황빛으로 물든 경건한 '탁밧' 대열과 이방인에게도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 라오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인상'들이 반복되기 하지만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그 곳에 가고 싶다.
내가 아닌 타자가 심어 준 '욕망'이 나의 욕망이 되어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졌을 때 오두막집 안에 걸린 해먹에 누워 큰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메콩강의 황토 빛 물결을 바라보고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 곳에서는 내 욕망의 무게가 말도 안되게 가벼워졌을 것이고, 나는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