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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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 작전(Invasion of Normandy)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안으로 상륙한 전투이다. 본격적인 연합군의 유럽 진공의 시작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향한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당시 미군에게 생포된 독일군의 포로 중에 네 명의 조선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뒤 늦게 알려졌다.

미국의 전쟁문서 보관소에 보관된 사진 중에 '노르망디 코리안'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사진이 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과정에서 생포된 많은 포로들의 사진 중에서 이 사진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사진 속의 인물이 조선인이라는 데 있다. 독일군 군복을 입고 있지만 생김새는 물론이고 사진에 기록된 포로 진술에서 자신이 조선인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2005년 12월 SBS방송은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이 사연을 소개하였다. 이들은 일본군에 징집되어 소련군으로 독일군으로 되었다가 미군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이 보다 더 드라마틱한 소재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의 지은이도 이 사실에 매료되었다. 그는 이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영화 제작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던 지라 그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디데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하여 2003년에 초고를 완성하였다. 2007년에 이 시나리오가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에 전달되어 투자가 결정되었다. 한국의 감독, 한국과 일본의 배우, 미국의 자본이 결합된 글로벌 프로젝트는 안타깝게도 중도에 좌절되었다. 강제규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가 작가의 원작과 많이 달라져 버려 워너 브라더스가 투자를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한국의 자본으로 제작이 진행되어 'My Way'라는 제목으로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시나리오를 소설화한 것이다. 나는 영화를 소설화한 것은 거의 읽은 적이 없다. 문자를 영상화한다고 하면 나름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이 가능한데, 이미 눈으로 이미지가 박혀 버린 영상을 문자화하는 것은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다. 이 소설은 아직 영화가 나오지도 않았고, 영화와는 이야기의 전개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읽을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마음이 끌린 것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팅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영화 투자펀드에도 관여한 지은이의 이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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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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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에서 센고쿠 시대는 무로마치 막부 말기 막부의 권력이 힘을 잃어 각 지역을 지배하던 영주들이 자신이 다스리던 영지에 대해 독자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이들간에 발생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주로 무력에 의해 해결하던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거의 백 년 동안의 시기를 말한다. 오랜 전란 끝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함으로써 끝이 나지만 센고쿠 시대는 군웅이 할거하던 사무라이의 시대였다.

본시 武의 시대에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풍성한 법이다. 실제로는 전쟁으로 고통 받고 희생 당한 숱한 민중들의 아픔이 더 컸겠지만, 후대의 이야기꾼들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앞다투어 전하고 민중들은 이야기꾼들의 흥미진진한 영웅담에 마음을 빼앗긴다. 센고쿠 시대를 다룬 소설 중에 '야마오카 소아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수십 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이 지겹지도 않았던지 꾸역꾸역 다 읽었다. 지금은 거의 줄거리도 가물가물 하지만, 그 소설을 읽으며 '일본적인 것'들에 대해 조금은 맛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도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6세기가 배경이니 겉으로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역사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요즘 한국의 TV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한복을 입은 요즘 사람들이 등장하는 '퓨전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시간적 배경과 장소를 다른 시대, 다른 나라로 바꾸어도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란의 시대'에서 흔히 가져올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에다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도 평이하다. 다만, 이야기 장면 장면이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하고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일본인만큼 일본의 역사나 역사적 시대, 사건들에 대한 '감각'이 없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작가가 의도했던 미묘한 부분들이(만약 있다면) 제대로 전달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낸 사건'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런 '감각' 같은 것, 그래서 그 사건이나 동 시대를 다룬 소설들이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변주가 될 때 포착할 수 있는 작가의 의도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부분들은 포기하고 그냥 엔터테인먼트 소설 한 편 읽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으면 그다지 재미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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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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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가 지난 2008년 '뉴욕 타임스'에서 선정한 '꼭 가 봐야 할 나라'에 1위로 뽑혔다는 사실이 놀랍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중국 등 무려 다섯 국가와 국경을 접한 인도차이나 반도의 내륙국인 이 나라는 당연히 아름다운 바닷가 휴양지는 있을 수 없고, 이웃 나라처럼 밀림 속에 감춰져 있는 웅장한 고대 유적이라든지 환락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유흥가도 변변치 않은 곳이다.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 라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전 세계 상위권을 달리는 말 그대로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라오스라는 나라는 관광객들에게는 별로 이지만, 여행객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 곳은 1주일 정도 잠시 갔다 오는 곳이 아니라, 1달 이상은 살아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같이 쓴 지은이는 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에 성공한 부부이다.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 만에 모든 것을 멈추고 무려 967일 동안 세계 여행을 감행한 용감하고 멋있는 사람들이다. 잠시라도 멈추면 어김없이 넘어지고 마는 자전거와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국의 보통시민으로서는 감히 행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그 여행으로 인생의 행로도 약간 바뀌어진 부부는 4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한 달의 여정으로 '라오스'로 떠났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라오스에서의 일상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침이면 빵이나 열대 과일로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간다. 걷다가 더우면 거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른 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치면 숙소로 돌아와 해먹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황토 빛 강물에 붉은 노을이 드리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평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주황빛으로 물든 경건한 '탁밧' 대열과 이방인에게도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 라오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인상'들이 반복되기 하지만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그 곳에 가고 싶다.
내가 아닌 타자가 심어 준 '욕망'이 나의 욕망이 되어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졌을 때 오두막집 안에 걸린 해먹에 누워 큰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메콩강의 황토 빛 물결을 바라보고 있을 나를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 곳에서는 내 욕망의 무게가 말도 안되게 가벼워졌을 것이고, 나는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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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
최인석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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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참 징글징글하다. 최근에 주로 읽은 일본 소설들, 소프트 아이스크림 마냥 슬슬 목구멍으로 넘어 가는 그런 소설들과는 많이 다르다. '연애 하는 날'이라는 가벼운 제목 탓에 아무런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다가 '악!' 했다. 그런데, 제목을 찬찬히 다시 보니 '연애, 하는 날'이다. '연애' 다음에 쉼표 하나 찍은 것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미리 쉼표를 보았으면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가을이니까...

"아프고, 무섭고, 슬프다. 그러나 또한 가슴이 메도록 아름답다"
영화감독 이창동(소설가 이창동이 아니라?)의 추천 평이다. 어쩌면 이 감독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사랑과 욕망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자신이 사랑이라 믿고 싶은 것에게로 도피하고픈 인물들의 모습에 겹쳐 당대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삶의 구석 구석을 적나라하게 재현하고 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해 본다고 생각하는 여자, 이미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물질의 논리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 그 또한 아내가 있다. 그 여자와 남자는 그들이 '이월의 방'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서 '연애'를 시작한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연애에 '순정'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연애을 '욕망'이라고 부르건 '사랑'이라고 부르건 간에 소설 속에서 그것은 늘 상처를 입거나 입히거나 비루하거나 타락한 모습으로 실현된다. 작가는 우리의 삶에 있어 '순정'이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책 속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하고픈 말을 짐작할 수 있다.

"난들 희망을 싫어할까. 허나 어쩌면 그 역시 그림자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소문은 무성하나 과연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것이다. 존재한다면 그건 여전히 사기다. 난 아직도 그 정도 밖에 모르겠다"

여운이 오래 가는 '연애'소설이다. 가을에 읽어서 더 오랜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쓸쓸하구나, 우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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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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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스페인어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인데, 가장 유명한 순례 코스는 프랑스 남부의 국경마을인 '생장피데포르'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가는 '카미노데프랑세스'(프랑스 사람들의 길)라고 한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걸어 대략 한 달은 꼬박 걸어야 하는 힘들고 머나 먼 길이다.

그런데, 무엇이 천 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행장을 꾸려 이 길을 순례하게 만들었는지,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삶을 바꾼 길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무엇보다도 그 곳으로부터 수만킬로나 떨어진 한국 땅에서도 이 길을 걷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걷는다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구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산티아고 길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개 그다지 많이 걷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여유있는 도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산티아고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여행자들은 서로 마주칠 때 마다 '부디 좋은 길을 가시오'라는 뜻인 '부엔 까미노(Bueno Camino)'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과도하게 경쟁 지향적인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댓가없는 따뜻한 격려와 위안이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생긴 무수하게 많은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해 산티아고 길을 꿈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년을 살았고, 2001년에 '이 길을 걸으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호기심에서 처음 이 길을 걸었다. 이듬해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책을 내어 그 동안 아는 사람만 알았던 이 길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 후에도 그는 2004년 겨울, 2007년 봄, 2010 년 가을 등 계절별로 네 차례나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네 번째로 순례한 기록이다.

이 번 길은 지난 세 번의 여정과는 다르게, 목표 지점인 산티아고를 출발지로 하여 거꾸로 가는 행로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매일 산티아고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수 많은 사람들과 지나치게 되었다. 그는 이 길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느끼고 사유하며 그러한 것들이 일기처럼 책에 담았다.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의미를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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