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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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에서 센고쿠 시대는 무로마치 막부 말기 막부의 권력이 힘을 잃어 각 지역을 지배하던 영주들이 자신이 다스리던 영지에 대해 독자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이들간에 발생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주로 무력에 의해 해결하던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거의 백 년 동안의 시기를 말한다. 오랜 전란 끝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함으로써 끝이 나지만 센고쿠 시대는 군웅이 할거하던 사무라이의 시대였다.

본시 武의 시대에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풍성한 법이다. 실제로는 전쟁으로 고통 받고 희생 당한 숱한 민중들의 아픔이 더 컸겠지만, 후대의 이야기꾼들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앞다투어 전하고 민중들은 이야기꾼들의 흥미진진한 영웅담에 마음을 빼앗긴다. 센고쿠 시대를 다룬 소설 중에 '야마오카 소아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수십 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이 지겹지도 않았던지 꾸역꾸역 다 읽었다. 지금은 거의 줄거리도 가물가물 하지만, 그 소설을 읽으며 '일본적인 것'들에 대해 조금은 맛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도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6세기가 배경이니 겉으로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역사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요즘 한국의 TV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한복을 입은 요즘 사람들이 등장하는 '퓨전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시간적 배경과 장소를 다른 시대, 다른 나라로 바꾸어도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란의 시대'에서 흔히 가져올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에다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도 평이하다. 다만, 이야기 장면 장면이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하고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일본인만큼 일본의 역사나 역사적 시대, 사건들에 대한 '감각'이 없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작가가 의도했던 미묘한 부분들이(만약 있다면) 제대로 전달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낸 사건'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런 '감각' 같은 것, 그래서 그 사건이나 동 시대를 다룬 소설들이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변주가 될 때 포착할 수 있는 작가의 의도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부분들은 포기하고 그냥 엔터테인먼트 소설 한 편 읽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으면 그다지 재미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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