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에 압도되어서
한없이 게으르게 사는 호어스트 에버스의 모습은.
얇은 책에 들어있는 단편적인 삶의 양이 꽤 되는데
대부분 게으름과 졸음과 혼동과 상상과 우연과 트릭과 반복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저번에 읽었던 에프라임 키숀의 과장과 점층법보다는
한층 현실적이고 적당한 수준이어서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그럴 듯한, 약간 과장된 일기를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낄낄대기 쉬우므로
혼자 있을 때나 조용히 하지 않아도 될 때 읽어야 한다.

한 가지 단점은 책 날개의 안쪽에 있는 그의 사진인데,
머리가 벗겨진 데다 주름이 꽤 되는 웃는 모습의 저자가
계속 나를 보고 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책 말미에 나온 옮긴이의 말을 통해 호어스트 에버스에 대해 좀더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음이 무거울 때, 많은 일에 지칠 때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책이 가벼운 만큼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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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춤을 춰요
이토 히로시 지음, 이영준 옮김 / 예림당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5살 딸아이가 올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
얼마전에는 나뭇잎에 관한 수업을 한다며
나뭇잎에 대한 이야기와 나뭇잎, 꽃을 눌러 말려서 가져오라고 한다.
가을 미술축제에 가 보니 눌러 말린 나뭇잎과 꽃으로 작품을 만들고
위에 은은한 한지를 대어 정말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그 작품에 아이가 한 일은 거의 없겠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나뭇잎과 낙엽에 대해 눈여겨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낙엽, 울긋불긋한 단풍이 아닌 갈색의 보통 낙엽들을
오리고 붙이고 뚫고 이어서 여러 인물과 동물들, 사물이 어울린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길쭉하고 가장자리에 털이 숭숭 난 것, 노란 은행잎, 잎맥만 남은 것,
황토색, 갈색, 고동색 등 재료도 색깔도 다양하다.
‘조용한 겨울 숲속에서 모두모두 즐겁게 춤을 추어요’라는 글과 어울리게
모두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가을에 대해, 낙엽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서
이건 무엇일까 이야기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밀하게 그린 사자나 호랑이, 다람쥐도 좋지만
생각할 여지가 남아있어서 더 좋다.
아이와 함께 낙엽으로 만들기를 해 보아도 좋을 밑그림 교본이 되었다.
봄에는 연초록 잎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색 잎으로,
가을에는 갈색 낙엽과 빨간 단풍, 노란 은행잎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서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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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아요, 흙이랑
이토 히로시 지음 / 예림당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클 때만 해도 마루를 내려서면 마당에서부터 흙이 지천이라서
부모님이 돌봐줄 틈이 없는 아이들은
마루에서 슬슬 기어내려와 마당에서 풀도 뽑아먹고
흙도 한줌 집어서 먹으며 그렇게들 자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흙을 보려면 한참 가야 하는 곳도 많고,
놀이터 모래에는 동물 기생충이니 뭐니 해서
손에 흙을 묻히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으며,
돈을 내고 모래놀이를 하는 곳도 생겼으니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발을 구르며 놀던 때가 그리운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리라.

책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물과 흙을 5:2로 섞어서 생긴 진흙에서 ‘흙이랑’이 태어난다.
신나게 진흙을 던지고 흙탕물을 튀기는 모습이 자유롭다.
흙에 물을 많이 넣으면 묽은 느낌,
물이 적으면 푸석푸석 마른 느낌을 주면서
흙물로만 그린 그림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할 때의 비릿한 흙 향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글씨까지 황토색이라 일관성이 느껴진다.
어린 아이들은 아주 구체적인 것보다는
이렇게 둥글둥글 형태만 표현된 것에서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들에게는 바비 인형보다는 발도르프 인형이 더 좋다고 한다.
이처럼 모나지 않은 흙빛 흙이랑과 놀면서
아이들은 실제로 흙을 만지고 노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천연색으로 피곤했던 눈과 마음에 안식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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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쨍하고 해뜰날
이명숙 지음 / 미디어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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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가수 송 대관씨가 나오면 엄마는 항상 그러셨다.
저 사람은 꽤 어려운 시기를 오래 보냈지만
‘쨍하고 해뜰 날’을 불러서 결국은 해뜰 날을 맞았다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좋은, 바람직한 노래를 부르고 꿈을 가지라고 말이다.
무의식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해서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런 무의식의 작용과는 다르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상담원이 쓴 글이다.
나는 운이 좋았는지 취업을 우연히 쉽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생생하고 어려운 구직자들의 이야기는 처음 대했다.
저자가 일하는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자아성장 프로그램인 희망 프로그램과,
자존감 향상 및 구직 기술 향상 프로그램인 성취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들이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의 근간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변하고, 습관이 변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과 ‘가난이 죄가 아니라 게으름이 죄’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들에 따라 수많은 조건과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찾게 해 주는 직업상담원들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마음의 간호사가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쓰는 방법,
면접에 대비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사이트도 많지만
진정으로 인생을 아우르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중학생 또래부터 어르신까지, 장애인과 전과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취업에 성공한 이야기는 모두 같은 멜로디이지만,
그곳에 녹아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뻔한 이야기임에도 기대하게 만든다.
로또와 즉석복권을 긁는 손길보다 더욱 성실한 손이 바로 이들의 손이다.
자, 이제는 내 인생도 쨍하게 해 뜨도록 만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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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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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야시에 실려있는 이야기 두 개,
<바람의 도시>와 <야시>는 아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바람의 도시>에서 ''야시'' 이야기가 까메오처럼 잠깐 나오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과는 약간 떨어져 병존하는 어둠의 시공간을 겪으면서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바람의 도시>와 <야시>를 읽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해리 포터와 같은 마법사들의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와
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정거장을 떠올렸다.
머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법사들을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그런 장소들.

책의 내용을 빌면 ‘정월이나 크리스마스하고는 정반대의 것. 훨씬 더 어두운 축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속의 괴이한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바로 ‘야시’이다.
끝없는 방랑이 이어지고 죽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고도와
무엇인가를 거래해야 끝나는 야시는
정녕 신들의 세계라서 힘없는 인간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무서운 것은 이 장소가 사람을 부른다는 것,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의 부름이 왔을 때 그 부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났는데 밖은 깜깜하고
가족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의 소슬한 느낌,
그런 느낌을 이 책은 준다.
인생은 고도와 야시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
남은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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