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야시에 실려있는 이야기 두 개, <바람의 도시>와 <야시>는 아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바람의 도시>에서 ''야시'' 이야기가 까메오처럼 잠깐 나오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과는 약간 떨어져 병존하는 어둠의 시공간을 겪으면서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바람의 도시>와 <야시>를 읽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해리 포터와 같은 마법사들의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와 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정거장을 떠올렸다. 머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법사들을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그런 장소들. 책의 내용을 빌면 ‘정월이나 크리스마스하고는 정반대의 것. 훨씬 더 어두운 축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속의 괴이한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바로 ‘야시’이다. 끝없는 방랑이 이어지고 죽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고도와 무엇인가를 거래해야 끝나는 야시는 정녕 신들의 세계라서 힘없는 인간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무서운 것은 이 장소가 사람을 부른다는 것,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의 부름이 왔을 때 그 부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났는데 밖은 깜깜하고 가족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의 소슬한 느낌, 그런 느낌을 이 책은 준다. 인생은 고도와 야시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 남은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