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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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야시에 실려있는 이야기 두 개,
<바람의 도시>와 <야시>는 아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바람의 도시>에서 ''야시'' 이야기가 까메오처럼 잠깐 나오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과는 약간 떨어져 병존하는 어둠의 시공간을 겪으면서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바람의 도시>와 <야시>를 읽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해리 포터와 같은 마법사들의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와
킹스 크로스 역 9와 3/4 정거장을 떠올렸다.
머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법사들을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그런 장소들.

책의 내용을 빌면 ‘정월이나 크리스마스하고는 정반대의 것. 훨씬 더 어두운 축제.
깨어나면 잊어버리는 꿈속의 괴이한 징조가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바로 ‘야시’이다.
끝없는 방랑이 이어지고 죽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고도와
무엇인가를 거래해야 끝나는 야시는
정녕 신들의 세계라서 힘없는 인간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무서운 것은 이 장소가 사람을 부른다는 것,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의 부름이 왔을 때 그 부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낮잠을 오래 자고 일어났는데 밖은 깜깜하고
가족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의 소슬한 느낌,
그런 느낌을 이 책은 준다.
인생은 고도와 야시의 연속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
남은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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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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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사물을 확대하여 볼 수 있는 눈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아니면 거인국에 떠내려간 걸리버처럼 된다면? 꼭 필요한 것들을 찾기는 쉽겠지만 수많은 먼지와 벌레, 기생충, 세균들 때문에 결벽증과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여기 평범한 서양의 한 가정에서 하루동안 일어난 일들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일지가 나왔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균과 정전기, 각질, 기생충, 먼지, 바이러스, 곰팡이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비, 정전기 등 미생물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을 총괄한다.

자연물이 아닌 먹을 거리로 들어가면 더욱 참기 힘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서 케이크의 예를 들어 보자.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우선 돼지 비계와 죽은 지 오래된 생선을 압착해 얻은 생선 기름을 섞은 뒤 공기를 불어넣는다. 부피를 늘리기 위해 글리세롤 모노스테아레이트가 첨가되고 이 물질이 물을 기름에 녹이는 역할을 한다. 다음 설탕으로 무게를 맞추고 밀가루로 지방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준 다음 콜타르 색소와 향료, 베이킹 소다로 색과 향, 질감을 조정하면 보드라운 케이크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식품공학과 화학의 승리이다. 자, 알고도 먹을 수 있겠는가?

책을 보면 위의 학문들 외에도 사하라 사막에서 떠올라 이동하는 모래의 이야기에서는 지리학과 기상학, 지질학이, 향수와 데오드란트에서는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인체 생리학이 자연스럽게 소개되어서, 백과사전을 보듯이 많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모두 일상 생활과 연계된 것이니 이야기로 과학을 배운다고나 할까.

그리 구미에 당기는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보이고 적당히 느껴지는 것이 새삼 다행스럽다. 이 책을 통해 기묘한 일상 속으로 과학 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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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의 경제학 - 석유 위기의 시대, 성공 투자를 위하여
스티븐 리브 외 지음, 김명철 옮김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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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럴당 65달러하는 원유가가 200달러 이상 될 거라고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상은 경우에 따라 정말 암울할 수도, 대비를 하면 어려움이 많이 완화될 수도 있는 암울한 모습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는 전적으로 석유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문명들이 종말을 맞은 이유의 많은 부분이 자원의 부족이라고 했다. 그나마 이전까지는 석탄, 또는 핵에너지라는 대체 자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석유 가격이 낮은 상태로 유지될 거라는 막연한 집단 심리 때문에 대체 자원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단다. 따라서 저자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예전에 알루미늄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몇 십년이 지나면 매장량이 고갈되어 알루미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줄 알았는데, 가격이 높아지면서 채산성 때문에 미발굴 상태였던 광산이 발굴되어 가격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석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예전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석유 가격이 높아지면 지금껏 채굴하지 않았던 유정을 개발하면 되겠거니 하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가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허버트의 법칙과 세계 석유 생산과 소비의 추이를 보니 이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고, 발등에 떨어진 불과도 같은 형세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오일의 경제학을 설명한다.
첫번째는 오일, 석유에 관한 과학적, 사회적인 이야기이다. 석유 산유국인 OPEC과 비OPEC 나라들을 거론하면서 생산량과 향후 추이에 대해 설명하고, 액화 천연가스, 석탄가스 등의 대용물, 풍력, 태양열 등의 대체 에너지를 설명한다. 엄청난 인구를 앞세워 세계의 경제에 부상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번째는 경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을 주무대로 하였고 1900년대의 석유 파동과 연관하여 경제와 주식의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이 틀리는 결과가 되더라도 정치가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을 촉구하여 석유 부족으로 인한 문명 붕괴, 또는 후퇴가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불행하게도 지금처럼 집단 심리에 휩싸여 석유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을 대비하여, 투자 유망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알려준다. 부록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판매하는 투자 유망 종목 리스트가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실제로 감을 잡을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해박함과 함께 정책 입안자들처럼 근시안적이지도, 환경운동가들처럼 원시안적이지도 않은 가깝고 먼 안목에 감탄했다. 듣기에는 참으로 무서운 전망이었지만 말이다. 이라크 전쟁은 사실 미국이 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일으킨 전쟁이라는 말도 떠돌았던 것을 보면, 우리도 서둘러 석유 위기에 대처해야 할 거라 생각된다. 준비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쉽게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앞으로는 세계 정세에 좀더 귀를 열고 살며,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도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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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표현사전 -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
박영수 지음, 황중환 그림 / 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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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자랄 때부터는 중학교부터 문법 위주로,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회화와 문법 위주로 영어를 배운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말에서도 속담을 빼면 말의 뜻이 통하지 않듯, 영어에도 관용구가 꽤 많이 있다. 앞으로 영어 번역을 하고자 하지만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사전에서 영어 단어의 뜻을 찾았을 때 첫번째나 두번째로 나오는 의미가 아닌 이런 관용구들은 전혀 생소할 뿐이다.

이 책 ‘영어 표현사전’의 부제는 ‘영어 글쓰기의 때깔이 달라지는’이다. 꽉 짜이고 격식을 갖춘 표현들 사이에서 그들 특유의 관용어구를 써 준다면, 외국인이 우리 속담을 말하는 것처럼 얼마나 뜻밖이고 반가울 것인가….
관용구가 유래한 원인에 따라 동물, 신화와 문학, 종교, 인물, 인체, 지역, 사물, 고대 문명, 유럽 문화, 미국 문화의 10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마다 톡톡 튀는 제목이 붙어 있다.
각 장에는 20여개의 관용구를 적고, 그 말이 나오게 된 유래를 설명한다. 길게는 고대에서부터 짧게는 만화 주인공인 호머 심슨이 등장할 정도로 폭넓은 연대를 넘나들고, 로마에서 미국까지 영어권을 널리 포괄한다. 그래서 영어 구절을 외우는 외에도 짧은 토막이나마 상식을 늘릴 수 있고 역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 밑에는 이 관용구를 쓴 예문과 해석을 적어 두었는데, 부드럽게 의역한 것이라 다양한 해석까지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렬한 원색의 표지와 더불어 속지에서는 두세장마다 삽화가 들어 있어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책의 앞에서 저자가 소개한 방법대로 한번 주욱 읽어보고, 찾아가며 다시 보고 가끔 들춰보고, 멋진 영어 표현으로 분위기를 바꿔보고 영화를 보는 깊이를 달리 하는 데에 이 책을 자주 애용하여,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해 보고 원 뜻에 맞는 번역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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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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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한반도 중부 이남에 심어 기르는 잎 지는 덩굴나무. 줄기가 길게 뻗는 데다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담이나 나무에 붙어 자란다. 칠월과 팔월에 깔때기처럼 생긴 진한 귤빛 꽃이 핀다. 시들지 않고 송이째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원색식물도감>

책을 읽는 내내 능소화가 어떤 꽃이기에 이렇게 두 사람을 엮어주고 두 사람을 갈라 놓았는지 궁금해서, 책을 덮자마자 인터넷에서 능소화의 사진을 찾아 보았다. 양반만 키울 수 있었다던, 짙은 녹색 잎에서 고개를 내민 나팔꽃 모양의 귤빛 꽃이 담장 너머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꼭 응태를 처음 만나던 날의 여늬처럼..

1998년 안동 택지개발시 고성 이씨 이응태공의 묘소에서 발견된 그의 아내의 편지와 머리칼을 엮어 짠 미투리가 세상을 감동시켰다. 1586년에 쓰여진 이 편지는 우리말을 사용하여 죽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절실하고 솔직하며 아름답게 표현했다.
저자는 이 편지글에 살을 입혀 원이 아버지와 원이 엄마, 이응태와 홍여늬의 사랑 이야기를 절절하게 그려내었다.
소화는 하늘의 꽃, 선계에서 소화를 훔치고 인간 세상에 태어난 여늬와 엮어졌기 때문에, 응태는 여늬의 벌을 대신 받고 목숨을 잃는다. 짧았으나 서로에게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말하도록 사랑하는 삶을 산다. 응태를 잃고 아이를 잃었지만 여늬는 굴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어기는 능소화의 길을 가기로 한다.

응태가 태어났을 때 하응 스님이 말한 것처럼 응태와 여늬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그렇게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끝내는 만날 운명이었던 것을. 평생을 무미건조하게 살기보다는 짧더라도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불꽃 같은 삶이 아닐까.. 어쩌면 빨리 끝났기에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더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장례를 치른 후에 조용히 살면서 고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 여늬의 외로운 삶에 눈물을 떨구었다. 요즘에도 무뚝뚝함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안동에서 그 옛날에 있었던, 이 소설의 내용처럼 꼭 선남선녀가 아니더라도 좋은, 불륜과 삼각관계에 점철된 요즘의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이 가을의 감성을 자극하는 조선 시대의 아련한 러브 스토리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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