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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비들은 보지 못했다 - 테레진 수용소 아이들이 남긴 시와 그림, 1942~1944
프란타 바스 지음, 이혜리 옮김 / 다빈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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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이 되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천국 또는 지옥이다.

테레진 수용소는 그 중에서 지옥이었다. 테레진은 아우슈비츠로 가는 간이역 정도였으며 5년간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을 수용했다.
테레진에 강제 수용된 아이들이 남긴 시와 글, 그림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 바로 ‘더 이상 나비들은 보지 못했다’이다. 프라하 국립유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4000개의 작품들 중에서 시의 내용을 묘사하는 그림과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그림들을 선정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테레진 아이들이 쓴 시와 글, 그림에는 수용소의 참혹함과 고통이 뚜렷이 드러나 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무겁게 했고 가슴이 먹먹하게 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때와 장소를 옮겨 가면서, 테레진처럼 눈에 보이는 수용소로서가 아니라, 내전이 일어나는 나라들, 강대국에 밉보여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은 온 국토가 테레진화되어 아직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지나간 테레진 아이들의 시와 그림을 통해, 지금도 가난하고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테레진이 해방된 지 어언 60년, 아직도 나비가 보이지 않는 이라크 소녀의 글을 인용하며 마치려고 한다.

사람들은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린다고 하면, 군복을 입은 사담 후세인의 얼굴이나, 총을 들고 있는 검은 콧수염을 기른 군인들이나, 알라시드 호텔 바닥에 ''범죄자''라는 글씨와 함께 새겨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걸 아세요? 이라크에 살고 있는 2400만 명중에서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걸.
이라크에는 1천200만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요. 저는 열세살이니까, 어떤 아이들은 저보다 나이가 좀 많을 수도 있고, 저보다 훨씬 어릴 수도 있고, 남자아이일 수도 있고, 저처럼 붉은 머리가 아니라 갈색 머리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아이들은 바로 저와 너무나 비슷한 모습의 아이들입니다.
저를 한번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 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 여러분 머리 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제가 운이 좋다면, 1991년 2월 16일 바그다드의 공습 대피소에 숨어 있다가 여러분이 떨어뜨린 ''스마트'' 폭탄에 살해당한 300 명의 아이들처럼 그 자리에서 죽을 겁니다. 그날 공습으로 엄청난 불길이 치솟았고, 벽에 몰려 있던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형체도 없이 타버렸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돌더미에 붙어 있는 시커먼 살조각을 떼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운이 없다면, 바로 이 순간 바그다드의 어린이 병원의 ''죽음의 병실'' 에 있는 열 네 살의 알리 파이잘처럼 천천히 죽게 될 겁니다. 알리는 걸프전에서 사용한 열화 우라늄탄 때문에 악성 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렸습니다.
어쩌면 저는 18개월 된 무스타파처럼 ''모래파리''라는 기생충이 장기를 갉아 먹는 병에 걸려서 손을 써 볼 수도 없이, 그저 고통스럽게 죽어갈 겁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무스타파는 단돈 25달러밖에 안되는 약만 있으면 완전히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라크에 취한 경제봉쇄 때문에 이라크에는 약이 없습니다.
아니면 저는 죽는 대신, 살만 모하메드처럼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외상을 안고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살만은 1991년 여러분이 이라크를 폭격했을 때 여동생과 함께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아직도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만의 아버지는 온 가족을 한 방에서 함께 자게 했습니다. 모두 다 살든가, 아니면 같이 죽고 싶어서. 살만은 아직도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악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략)
이 아이들이 바로 여러분의 아이들이거나, 아니면 조카나 이웃집 아이들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아들이 사지가 절단되어서 고통속에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아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도 없고 편안하게 해줄 수도 없이 그냥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딸이 무너진 건물의 돌더미에 깔려서 울부짖고 있는데, 구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아이들이 자기 눈 앞에서 여러분이 죽는 걸 보고 나서, 굶주린 채로 혼자서 이거리 저 거리를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건 액션 영화도 아니고, 공상 영화도 아니고, 비디오 게임도 아닙니다. 바로 이라크의 아이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최근에 한 국제 조사단이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금,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라크를 방문했습니다. 조사단이 만나 본 아이들 중 절반이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도 전쟁이 뭔지 알고 있고 전쟁을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다섯 살 짜리 아셈에게 전쟁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셈은 전쟁이 “총과 폭탄에 날씨는 춥거나 덥고, 우리가 불에 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열 살 먹은 아에사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렇게 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라크의 수많은 아이들이 죽을 거예요. 당신이 TV에서 아이들이 죽는 걸 보게 되면 후회할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다른 아이들과 문제가 생기면 때리거나 욕을 하지 말고, 대신에 ''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라고 배웠습니다. ''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상대방이 한 행동 때문에 자신이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제 기분을 이해하게 되면서 하던 행동을 멈출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에게 그게 ''나''라고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나''는 ''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라크에 사는 모든 아이들처럼, ''우리''는 지금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그 모든 결과 때문에 고통받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를 때 두렵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미래를 훔치려 할 때 화가 납니다. 우리는 내일도 엄마와 아빠가 살아 있기만을 바랄 때 슬퍼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때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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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 만세! 더불어 사는 지구 5
실비 지라르데 지음, 퓌그 로사도 그림, 이효숙 옮김, 강지원 감수 / 초록개구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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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태도 또는 마음의 자세로서, 역사적으로는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를 성립시킨 이념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민의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부르주아 의식이나 도시주민으로서의 시민의식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의식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독립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 즉 전근대적인 미망(迷妄)이나 비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려는 생활태도를 말하며, 둘째로는 각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입장에서 발언하는 태도, 셋째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지하는 의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시민의식은 전근대적인 생활을 근대화하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대의 대중사회에 있어서도 긴요하다. 이것이 특정 지역사회와의 관련에서 포착되는 경우, 주민의식(住民意識)으로 구별되기도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시민의식’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이 거창하다. 그렇지만 시민으로서 더불어 살기 위한 조건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세상에서 규정한 규칙들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이런 암묵적인 규칙들이 바로 ‘시민의식’이다.

이 책에서는 다섯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어린이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시민의식을 설명한다. ‘갓 태어난 병아리를 보려고 모두 모였어요’에서는 아이가 처음 접하는 사회인 가족의 구성과 역할, ‘코끼리가 생쥐하고 친구가 되었어요’에서는 가족보다 더 큰 범위의 사회 안에서 조화롭게 살기 위해 유대감과 포용력, 우정, 예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꿀꺽 괴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해요’에서는 환경을 파괴하는 꿀꺽 괴물을 통해 지구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장난꾸러기 원숭이들이 규칙을 만들었어요’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알려준다. ‘세계는 어린이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나요’에서는 세계인권헌장과 어린이 권리헌장을 통해 사람의 권리에 대해 알 수 있다.
내용 전체를 통틀어 보면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책 속의 일러스트들은 둥글둥글하고 연필로 그린 듯한 거친 테두리 안에 부드럽고 다양한 중간색들이 쓰여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반면, 각 장의 도입부와 정리 페이지는 강렬한 원색으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 제목처럼 어린 시절에 배운 것들을 잘 지킨다면 훌륭한 시민으로서 조화로운 사회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민의식과 자신의 이익 사이에 마찰이 생기고, 그에 따라 시민의식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고 사회가 병들고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게 되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만화책에 빠지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시민의식을 배우고 각인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여 우리가 시민의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 할 때 완충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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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최은희 지음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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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아이 하나를 키우면서도 그림책 읽어주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잠잘 때나 되어서야 오늘은 그림책 두 권이다 하면서 할당량을 채우기가 급급하다. 이 책을 읽고 나야 아이가 잘 테니 얼른 읽어주고 재워야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읽다 보면 그림은 숫제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만 빨리 읽게 되고, 아이가 그림에 대해서나 이야기 내용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거들게 되면 퉁명스러운 말막음으로 대답하게 된다. 아, 창피하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읽으면서 그림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니라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최 은희 선생님에게서 그림책 읽는 시간을 가졌던 어린이들이 그렸을지도 모르는 강아지똥, 녹슨 못, 돼지책, 무지개 물고기 등이 표지에 등장하는 이 책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가졌던 선생님의 바람과 아이들의 반응, 그 이전이나 이후의 연관 글짓기까지 정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책 뒤의 선생님 사진과 추천의 글에서 본 것처럼 교실의 선생님 자리 뒤에는 그림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이 있었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도움이 필요하거나 꼭 알려주어야겠다는 사실과 근접한 그림책을 골라서 낭독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림책의 글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미묘한 것들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고, 이 반응들은 서로 가지를 치면서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려움과 잘못된 점을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하며 환경과 자연 보호,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은연중에 깨닫게 되기도 한다. 성폭행을 당한 은주를 위해 조심스럽게 읽어준 ‘가족앨범’과 ‘슬픈 란돌린’을 통해, 갯벌을 지켜야한다는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 낭독과 이어진 비디오 시청을 통해 아이들은 무의식 깊숙이 사람을 신뢰하는 것에 대해, 정의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라는 책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명사들이 나와서 자신이 그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최 은희 선생님이 읽어준 그림책은 아마 이 아이들에게도 어쩌면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 부담없이 동화 전집만 구입했는데, 이제는 책에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처럼 좋은 그림책을 선택하고, 또 그만큼의 성의로 아이에게 읽어주어야겠다. 아니 같이 읽으면서 같이 배워야겠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그림책 읽는 방법을 배워서 정말정말 기쁘고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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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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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로 서구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하는 책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책이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이다. 이 책에서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장소, 진귀하고 소중한 보물로서의 책의 위상과 수집가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방식의 변화와 독자층, 마지막으로 채식사의 활동과 변천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구 문명은 기독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성경과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수도원에서 책들이 수서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활자 인쇄가 널리 유행하기 전까지 책은 모두 사람이 손으로 써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쌌다. 우선 양의 껍질을 벗긴 양피지는 양 한 마리에 겨우 4장 얻을 수 있었으므로 값이 비쌌고, 글씨를 쓰는 필경사의 수당, 그림을 그리는 채식사의 수당, 금과 가죽, 보석 등으로 장식한 표지 등으로 하여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은 글을 모르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 책을 거의 가질 수 없었고, 책은 재산으로서 왕이나 귀족들, 수도원 등에서만 소장할 수 있었다.
책 전반에 걸쳐 화려한 채식들이 소개되면서 채식사에 대해 많은 부분이 할애되었다. 채식사가 하는 일은 문단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머리글자, 삽화, 책장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테두리 장식 등이었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글씨와 그림체가 바뀌었고, 또 중요한 것은 책을 주문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뀌는 맞춤형 채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채식은 책의 삽화로서만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지위에까지 격상될 정도였는데, 이는 중세 시대에서 화가가 차지하는 지위가 높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림에 대해 전혀 재능이 없고 창의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 복잡한 무늬들과 작은 머리글자를 장식하는 채식사들의 창의력과 창조성에 대해 정말 경탄할 수밖에 없었고, 이처럼 아름다운 책들이 있다면 글의 내용보다는 그림을 보느라 정신이 팔릴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익는다. 그러나 더 큰 책이 있으니 창조된 세계 자체가 그것이다. 사방 위아래를 둘러보고 눈 여겨 보라. 그대가 발견하고자 하는 신은 먹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지으신 만물을 그대 눈앞에 두신 것이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설교문처럼 하나님이 지으신 한 권의 책으로 세계를 본다면, 책에 아름다운 채식을 더하는 것처럼 한번 아름답게 살아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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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요 - 함께여서 행복한 우리들의 희망 이야기
김만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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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값없이 주신 생명의 축복을 네 이웃에게 주는 것은 주님의 명령이다’라는 구절이 성경에 나온다고 한다.
TV 프로그램 ‘눈을 떠요’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각막을 이식받은 23명의 이야기를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되어서 나중에는 감동이 좀 약해지긴 했지만, 이들의 사연을 통해 각막 기증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한참 전에 TV에서 조계종 큰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셨다는 뉴스를 보았다. 불교의 전통 장례 방식은 시신을 화장하는 다비식이었기 때문에 장례위원회 사람들과 신도들은 당황했고, 결국 장기 기증이 유효한 사후 몇 시간 이내 조치를 취하지 못한 바람에 결국 기증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역시 종교를 떠나서 일가를 이룬 분들은 마음이 광대무변하여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달하지만,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사람들은 그런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잣대로 그분들을 판단하는 우를 저지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살면서 장기나 골수를 기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후에 각막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활발하지 못하고, 본인이 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가족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책 마지막에 어떤 조건의 사람들이 각막을 기증할 수 있는지, 각막 기증 후에 외견상의 이상은 없는지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답을 해 놓았다.
정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TV가 보일 수 있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바보상자로서의 기능 말고 이런 캠페인이나 공익성을 가진 프로그램들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동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www.donor.or.kr)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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