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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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로 서구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하는 책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책이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이다. 이 책에서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장소, 진귀하고 소중한 보물로서의 책의 위상과 수집가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방식의 변화와 독자층, 마지막으로 채식사의 활동과 변천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서구 문명은 기독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성경과 관련된 책들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수도원에서 책들이 수서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활자 인쇄가 널리 유행하기 전까지 책은 모두 사람이 손으로 써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쌌다. 우선 양의 껍질을 벗긴 양피지는 양 한 마리에 겨우 4장 얻을 수 있었으므로 값이 비쌌고, 글씨를 쓰는 필경사의 수당, 그림을 그리는 채식사의 수당, 금과 가죽, 보석 등으로 장식한 표지 등으로 하여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은 글을 모르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 책을 거의 가질 수 없었고, 책은 재산으로서 왕이나 귀족들, 수도원 등에서만 소장할 수 있었다.
책 전반에 걸쳐 화려한 채식들이 소개되면서 채식사에 대해 많은 부분이 할애되었다. 채식사가 하는 일은 문단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머리글자, 삽화, 책장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테두리 장식 등이었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글씨와 그림체가 바뀌었고, 또 중요한 것은 책을 주문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뀌는 맞춤형 채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채식은 책의 삽화로서만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지위에까지 격상될 정도였는데, 이는 중세 시대에서 화가가 차지하는 지위가 높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림에 대해 전혀 재능이 없고 창의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 복잡한 무늬들과 작은 머리글자를 장식하는 채식사들의 창의력과 창조성에 대해 정말 경탄할 수밖에 없었고, 이처럼 아름다운 책들이 있다면 글의 내용보다는 그림을 보느라 정신이 팔릴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익는다. 그러나 더 큰 책이 있으니 창조된 세계 자체가 그것이다. 사방 위아래를 둘러보고 눈 여겨 보라. 그대가 발견하고자 하는 신은 먹물로 글씨를 쓰는 대신 지으신 만물을 그대 눈앞에 두신 것이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설교문처럼 하나님이 지으신 한 권의 책으로 세계를 본다면, 책에 아름다운 채식을 더하는 것처럼 한번 아름답게 살아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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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요 - 함께여서 행복한 우리들의 희망 이야기
김만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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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값없이 주신 생명의 축복을 네 이웃에게 주는 것은 주님의 명령이다’라는 구절이 성경에 나온다고 한다.
TV 프로그램 ‘눈을 떠요’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각막을 이식받은 23명의 이야기를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되어서 나중에는 감동이 좀 약해지긴 했지만, 이들의 사연을 통해 각막 기증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한참 전에 TV에서 조계종 큰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셨다는 뉴스를 보았다. 불교의 전통 장례 방식은 시신을 화장하는 다비식이었기 때문에 장례위원회 사람들과 신도들은 당황했고, 결국 장기 기증이 유효한 사후 몇 시간 이내 조치를 취하지 못한 바람에 결국 기증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역시 종교를 떠나서 일가를 이룬 분들은 마음이 광대무변하여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달하지만,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사람들은 그런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잣대로 그분들을 판단하는 우를 저지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살면서 장기나 골수를 기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후에 각막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활발하지 못하고, 본인이 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가족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책 마지막에 어떤 조건의 사람들이 각막을 기증할 수 있는지, 각막 기증 후에 외견상의 이상은 없는지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답을 해 놓았다.
정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TV가 보일 수 있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바보상자로서의 기능 말고 이런 캠페인이나 공익성을 가진 프로그램들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동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www.donor.or.kr)에 한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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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처럼 생산하고 관리하고 경영하라
정일구 지음 / 시대의창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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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어서, 1부에서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탄생과 사상의 뿌리, 2부에서는 추진 원리와 활동 개념, 3부에서는 실천 분야와 응용 방법, 4부에서는 효과적인 도입에 대해 설명한다.

1부는 도요타의 역사와 도요타 사상의 발전사로서, 직포업의 기계화를 이룩한 도요타 사키치로부터 도요타 자동차의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 그 이후를 통해 도요타 방식이 생겨나게 역사에 대해 말한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오일 쇼크 등을 거치면서 Just In Time과 한량생산(생산성 향상과 낭비 제거)이라는 생산의 토대가 구축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자동화와 흐름 생산, 간판 시스템 도입과 평준화, 동기화 등이 도입된 배경을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였다.
경영 측면에서는 도요타의 지지 기반으로 전사적 품질 관리, concurrent engineering, 도요타 생산 시스템, 인재 육성, 신뢰적 노사 관계, 부품 협력사와의 장기적 관계, 딜러들과의 장기적 관계, 업무 rule을 제시하고 설명하였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생산성 향상과 제조 리드 타임의 단축이라는 두 가지 활동축을 통해 한량 생산을 추구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2부에서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추진 원리와 활동 개념이라는 제목으로, 도요타 생산방식의 두 축인 생산성 향상과 생산 기간 단축에 대해 설명하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자동화가 도입되었는데 이는 작업 효율을 높이면서 작업자 중심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생산 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Just In Time이 도입되었다. 재고와 재공을 없애기 위하여 하부 공정이 상부 공정을 인도하는 pull 방식과 간판 시스템, 선주문 방식을 채택하였다.
또한 도요타 생산방식은 일체의 낭비가 없다는 의미인 LEAN 방식으로도 불리는데 이들이 낭비를 없애기 위하여 주요 낭비 항목을 설정하는 한편 가치 흐름을 분석하여 개선하였다.
다시 한번 생산성 향상과 리드 타임 단축에 대해 설명하면서, 리드 타임 단축의 세 가지 핵심 원리인 정류화, 평준화, 동기화를 설명하였다.

3부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실천 분야와 응용 방법이라는 제목 하에, 도요타 생산 방식의 특징을 경영, 제조, 생산 효율화, 진화의 면에서 살펴보고, 방침과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그런 다음 업종이나 경영 환경과 상관없이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기본적 활동들을 ‘실천응용분야’로 나누어 10가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였다. 각 분야에서는 도요타에서의 정의와 문제의 종류, 발생 구조, 해결 구조를 설명하였으며, 이에 사용할 수 있는 도표와 서식을 제시하여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에서 제시한 실천응용분야에는 생산 대상물의 정상 상태 관리, 낭비 ‘0’을 위한 활동 관리, 정량, 정시 생산 정착, 사이클 타임이 균등한 공정 만들기, 재고 줄이기, 불량은 받지도, 만들지도, 보내지도 않는다, 설비활용과 보전의 완전성, 현장 관리와 생산성의 추구, 관리감독자의 역할, ‘눈으로 보는 관리’의 실천으로, 도요타 방식의 핵심 원리들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는 알짜 정보들이다.

4부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효과적인 도입이라는 제목으로, 도요타 생산방식의 도입과 확대 전개, 도입하기 위한 기초 활동을 설명하였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하려면 우선 TOP의 의지와 필요성 인식이 가장 중요하고 전 사원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위기 의식을 변혁의 에너지로 삼아 끊임없는 개선을 실천하여야 한다.
제조업과 건설업, 대형 프로젝트, 유통업 등에서도 도요타 방식이 적용된 예를 들었고, 실제로 기업에서 도요타 방식을 적용하려고 할 때 거쳐야 할 기초 분석으로 현재의 생산 능력 수준 평가와 공정 분석, 제조 공정 DATA BOX 분석이 필요하며, 이들 기초 자료를 토대로 낭비를 발견하여 이를 제거하는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도요타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단지 도요타 방식의 skill들을 다룬 다른 책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도요타의 spirit을 알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도요타 방식의 각 skill들이 도입될 때마다 도입 배경과 응용 과정, follow-up까지 일체형으로 서술하여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하였다.
그리고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도요타 방식을 실제로 적용하려는 기업들을 위한 3부의 구체적 응용 사례였다. 일본 사람이 쓴 도요타 관련 서적보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쓰여져서 좀더 가치있고 생생한 책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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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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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전에서 그리 유복하지는 않지만 결식할 정도는 아닌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까지 대전에서 다니고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서클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방문교사 일을 7개월간 하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우리 나라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현재 딸아이를 하나 키우고 있다.
아주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 커다란 실패나 좌절을 겪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 인권이 열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몸소 느끼지 못했다.
대학 다닐 때에는 전태일 열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시다’로 대표되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임금에 분개했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직접 겪지 않으면, 또는 가족이나 친지가 비정규직이나 장애, 진폐증 등의 직업병, 외국인과 결혼, 비혼모인 상황이 아니면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인권에까지 마음을 넓힐 여력이 없을 것이다.
비혼모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공감이 가지 않았으나,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다가 서울에 가면 지나가면서 보는 공원이나 역 근처의 노인분들이 떠올라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장애나 비정규직은 극복하거나 상황을 전환할 수 있어도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상황을 돌이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도 있다. 그렇지만 곳간이 채워지지 않았더라도 이웃과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줄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책 초반에도 밝혔듯이 다음 시리즈에서는 장애인과 탈북자, 비전향 장기수,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 등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으면, 아니 이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도록 인권이 신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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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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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참 지루한 일이다. 게다가 약속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늦어도 언제까지는 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데, 기약도 없이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그건 내가 성질이 급해서 조바심을 많이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클레어는 6살때부터 82살까지, 시간 여행을 다니는 헨리를 기다리며 살았다.

시간 여행이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하여 과거 또는 미래로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그런 증상을 말한다. 어떤 순간에는 시간 여행으로 과거 또는 미래의 자기와 만나서 서로 돕기도 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임 머신처럼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지목하여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지니고 갈 수 없기 때문에 거의 항상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헨리는 어떤 위험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도망치기 위하여 항상 달리기를 한다.

헨리가 시간 여행을 하면서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볼 수 있었고, 클레어와 딸 앨바의 성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시간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이었다. 그러나 겨울 주차장에서 도움을 얻지 못하여 아프게 되고, 마지막 날, 자신의 종말에 대해 알면서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그저 기다리는 것을 보며 정말 안타까웠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언제 어디로 가서 적응해야 하는지 걱정해야 하는 헨리의 기구한 삶도 연민을 자아냈지만, 현재의 헨리를 만나게 되는 20살 이후로 항상 헨리를 기다려야 하는 클레어의 삶도 정말 힘들어 보였고,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것은 6살부터 36살까지 30년을 이어온 이들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열면 헨리와 클레어의 나이가 계속 바뀌면서 나오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책을 덮었을 때에는 그동안 나왔던 많은 나날들과 궁금점들이 완결되어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그 완성도에 대해 감탄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황당한 SF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가지고, 때로는 처절한, 때로는 찡한 멜로 드라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을 얼마나 지루하고 때로는 지겹게 생각했는가. 그렇지만 헨리를 보면서, 또 클레어를 보면서,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고 사라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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