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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참 지루한 일이다. 게다가 약속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늦어도 언제까지는 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데, 기약도 없이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그건 내가 성질이 급해서 조바심을 많이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클레어는 6살때부터 82살까지, 시간 여행을 다니는 헨리를 기다리며 살았다.
시간 여행이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하여 과거 또는 미래로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그런 증상을 말한다. 어떤 순간에는 시간 여행으로 과거 또는 미래의 자기와 만나서 서로 돕기도 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임 머신처럼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지목하여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지니고 갈 수 없기 때문에 거의 항상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헨리는 어떤 위험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도망치기 위하여 항상 달리기를 한다.
헨리가 시간 여행을 하면서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볼 수 있었고, 클레어와 딸 앨바의 성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시간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이었다. 그러나 겨울 주차장에서 도움을 얻지 못하여 아프게 되고, 마지막 날, 자신의 종말에 대해 알면서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그저 기다리는 것을 보며 정말 안타까웠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언제 어디로 가서 적응해야 하는지 걱정해야 하는 헨리의 기구한 삶도 연민을 자아냈지만, 현재의 헨리를 만나게 되는 20살 이후로 항상 헨리를 기다려야 하는 클레어의 삶도 정말 힘들어 보였고,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것은 6살부터 36살까지 30년을 이어온 이들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열면 헨리와 클레어의 나이가 계속 바뀌면서 나오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책을 덮었을 때에는 그동안 나왔던 많은 나날들과 궁금점들이 완결되어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그 완성도에 대해 감탄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황당한 SF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가지고, 때로는 처절한, 때로는 찡한 멜로 드라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을 얼마나 지루하고 때로는 지겹게 생각했는가. 그렇지만 헨리를 보면서, 또 클레어를 보면서,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고 사라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