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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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전에서 그리 유복하지는 않지만 결식할 정도는 아닌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까지 대전에서 다니고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서클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방문교사 일을 7개월간 하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우리 나라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현재 딸아이를 하나 키우고 있다.
아주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 커다란 실패나 좌절을 겪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 인권이 열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몸소 느끼지 못했다.
대학 다닐 때에는 전태일 열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시다’로 대표되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임금에 분개했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직접 겪지 않으면, 또는 가족이나 친지가 비정규직이나 장애, 진폐증 등의 직업병, 외국인과 결혼, 비혼모인 상황이 아니면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인권에까지 마음을 넓힐 여력이 없을 것이다.
비혼모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공감이 가지 않았으나,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다가 서울에 가면 지나가면서 보는 공원이나 역 근처의 노인분들이 떠올라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장애나 비정규직은 극복하거나 상황을 전환할 수 있어도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상황을 돌이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도 있다. 그렇지만 곳간이 채워지지 않았더라도 이웃과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줄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책 초반에도 밝혔듯이 다음 시리즈에서는 장애인과 탈북자, 비전향 장기수,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 등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으면, 아니 이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도록 인권이 신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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